대법 의대증원 기각…의료계 "사태해결 단초 안돼 유감"

기사등록 2024/06/19 21:21:11 최종수정 2024/06/20 08:31:26

"의대생 원고 적격성·처분성 인정 긍정적"

"무리한 의대증원 공공복리에 맞나 의문"

"전공의 복귀명분 사라져…특히 필수의료"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11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2024.06.11.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백영미 김정현 기자 = 의대 증원으로 촉발된 의정 갈등이 넉 달 넘게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대법원이 의대 증원과 배분 처분을 멈춰 달라며 전공의·의대생·의대교수 등이 제기한 '의대증원 집행정지 신청 재항고' 사건에 대해 기각 판결을 내리자 의료계가 유감의 뜻을 밝혔다.

19일 법조계·의료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서울고등법원의 결정과 마찬가지로 의대 증원과 배정 처분의 집행이 정지돼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며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의대교수 등 의료계에선 "대법원이 원고인 부산대 의대생(5명)의 원고 적격성과 처분성을 인정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의학 교육의 질 저하 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의대 증원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게 공공복리에 부합하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A 교수는 "원고의 적격성과 처분성을 인정한 부분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은 의대 재학생들에게 신청인 자격이 있다는 서울고법의 판단을 유지했다. 그러나 2025년에 증원되는 정원은 한 개 학년에 불과해 의대 재학생인 신청인들이 받게 되는 교육의 질이 크게 저하될 것이라고 보기는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김창수 전국의대교수협의회 회장은 "이미 (2025학년도 의대) 입학정원 배정이 끝나 실익이 없다는 부분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전향적 판결로 사태 해결의 단초가 되길 바랬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다른 소송이 아직 진행 중이고 본안 소송도 있어서 계속 지켜봐야 할 듯하다"고 했다.

단번에 기존 의대 정원 대비 50% 가량(1497명) 늘리는 것이 과연 공공복리에 부합하는 것이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대학병원 B 교수는 "대법원에서 국민 보건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의대정원 증원이라고 판시했는데 의대 정원을 한꺼번에 50% 늘리는 데 따른 많은 부작용에 대해 고려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방의 한 대학병원 C 교수는 "당장 사법처리 안전망을 만들고 의료전달체계(환자의뢰체계)와 수련환경 개선을 통해 필수·지역 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에도 10년 뒤에나 배출되는 의대 정원 증원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게 공공복리에 맞다고 판단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증원배정 집행이 정지될 경우 국민의 보건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의대정원 증원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고, 대입을 준비 중인 수험생들과 교육 현장에 상당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 등도 고려돼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 판결로 7가지 복귀 조건 중 하나로 '필수의료 패키지와 의대 2000명 증원 전면 백지화'를 요구해온 사직 전공의들의 복귀 명분이 완전히 사라졌고, 특히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의료 전공의들의 복귀 가능성이 낮아 의료체계가 급속히 무너져 내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서울의 주요 대학병원 D 교수는 "필수의료에 종사하게 될 학생과 전공의 뿐 아니라 교수들도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고 필수의료 현장을 떠나게 만드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의료계 측은 대법원이 '의대증원 집행정지 신청 재항고' 사건에 대해 기각 판결을 내렸지만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한 본안 소송을 통해 끝까지 다투겠다는 입장이다.

의대 증원 관련 소송을 대리하는 이병철 변호사(법무법인 찬종)는 "서울고법 및 대법원 11개 사건을 최선을 다해 승소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에 대법원이 판결을 내린 사건의 원고는 부산대 의대생 5명이 원고인 반면 나머지 '의대생 3개 사건'은 충북대를 포함해 전국 32개 의대생들이 원고인 사건으로 훨씬 중요하다고 의료계 측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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