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하남 주민 "유니온파크 소각장 좋아하는 분위기"
전문가 "쓰레기 매립지 대신 소각장 마련 얘기해야"
모범사례 日 '마이시마 소각장'·덴마크 '아마게르 바케'
오세훈 서울시장도 지난해 덴마크 소각시설 찾아
경기 하남에 둥지를 튼 지 20년이 넘은 70대 여성 박옥순씨는 스타필드 옆에 지어진 '하남 유니온파크' 사진을 보곤 이렇게 말했다. 박씨는 "산책도 할 수 있어 좋아한다"며 "소각장이 더 들어와야 좋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
서울 주민에게도 소각장인 하남 유니온파크와 전망대 유니온타워는 발길을 돌려야 하는 곳이 아니라 '랜드마크'에 가깝다. 전날(6일) 오후 1시께 찾은 전망대에는 전경을 즐기는 이들을 다수 찾아볼 수 있었다.
서울 성동구에서 왔다는 김모(72)씨는 지난해 소각장을 알게 된 후 10번이나 이곳을 찾았다. 김씨는 "소각장이 있어서 쓰레기를 적치하지 않을 수 있다"며 "자연과 같이 어울려 생활할 수 있는 쓰레기 소각장"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전망도 볼 수 있고 환경도 깨끗하며 3층에서 커피도 마실 수 있다"고 했다.
건축업계에서 일한다는 손모(59)씨도 주민 반대를 극복할 요인으로 심미성을 꼽았다. 손씨는 소각장을 유치할 때 "거부감 없는 디자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7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오는 25일까지 진행되는 수도권매립지 대체지 3차 공모에 접수한 지자체는 이날 기준 '0'곳이다. 집값 하락 같은 심리·경제적 요인은 주민이 매립지 도입을 반대하는 데 부채질했다. 매립지가 들어서면 해당 지자체가 3개 시도의 폐기물을 떠안아야 하는데 인센티브가 이에 상응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에 일각에서는 수도권 내 제3의 매립지를 물색하는 대신 소각장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환경부가 수도권 직매립 금지에 고삐를 죄는 마당에 지금부터라도 소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자는 이유에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국가들의 쓰레기 매립 비율에 관한 2019년 통계'에 따르면 한국 쓰레기 매립률(12.7%)은 평균(42.1%)보다 적은 편이긴 하나 '생태 국가'인 독일(0.2%)과 대비하면 격차는 더 커진다.
이웃나라 일본은 매립률 1%에 2018년 기준으로 소각 처리율이 79%에 달한다. 이와 달리 한국은 25.7%를 기록해 소각률이 현저히 낮은 상황이다.
유기영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은 "동경(도쿄)도에 23개 구청이 있는데 소각장이 20개"라며 "구마다 하나씩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환경 차원에서 소각장이 필요하다"며 "일본식 모델을 따라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유 연구원은 현 상황이 이어지면 2021년 11월 환경부가 밝힌 '2026년 생활폐기물의 수도권매립지 직매립 금지'와 관련해 "법을 못 지킬 것"이라며 소각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과 일본 외신에 따르면 1997년 첫 삽을 뜬 해당 소각장은 하루에 생활폐기물 약 900t을 소각할 수 있다고 평가 받는다.
효율성에도 불구하고 준공 당시 주민들의 반대가 없었던 건 아니다.
총 609억 엔의 사업비를 들여야 했는데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당시 원·엔 환율 기준으로 한화 약 7934억원이 든 셈이다. 여기에 혐오 시설이라는 님비 현상도 더해졌다.
'성난 민심'을 돌려세운 데는 '심미성'과 '인프라 마련' 카드가 주효했다. 환경 보호를 중시한 건축가 프리덴스라이히 훈데르트바서는 부드러운 곡선을 토대로 다홍색, 하늘색 등의 다채로운 색상을 활용해 소각장 설계에 나섰다.
이어 소각장 주변에 공원과 테니스장을 조성해 주민 편의시설을 만들었고, 학생들의 친환경 교육장으로 활용하는 등 주민 맞춤형 공간으로 기능케 했다.
현재는 연간 1만6000명의 관광객이 찾을 만큼 지역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2017년 가동을 시작한 덴마크 코펜하겐의 '아마게르 바케'는 옥상에 스키장을 설치한 쓰레기 소각장이자 열병합발전소다. 해당 소각장은 금속 등 재활용 가능한 자원을 제외한 폐기물을 연간 최소 40만t 소각한다고 알려졌다. 여기에 공원·테니스장·족구장 등 체육시설 등 체육시설 등도 마련돼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해 3월20일(현지시각) 이곳을 방문해 "서울 마포 상암동에 있는 마포 자원 회수시설 역시 시민들이 사랑할 수 있는 시설로 만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새로운 매립지 찾기'냐 '소각장 마련 및 확대'냐의 기로에 놓인 시점에서 이상돈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지금은 주역주민, 사장이 나서서 소각장 마련을 얘기해야 할 시점"이라며 "(지금도) 골든타임은 '째깍째깍' 지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friend@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