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진 "올드한 농구? 지도자 되니 생각 달라져"[인터뷰②]

기사등록 2024/06/01 08:00:00

하승진, 지난해 9월께 '턴오버' 프로젝트 시작

한 주 3회씩 농구 훈련, 매일 트레이닝 병행도

스폰서 미팅서 기업 측이 '잠수'…수익 고충도

"대학 감독님들 감사…다음 생엔 포인트 가드"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유튜버 하승진이 지난 24일 경기 과천시의 한 사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마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06.01. ks@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창환 기자 = 미국프로농구(NBA) 출신 전직 농구 선수인 하승진(38)이 지난해 9월께 시작한 프로젝트 '턴오버'는 프로 농구 선수의 꿈을 포기하지 못한 이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주자는 취지로 제작됐다. 그런 만큼 '포기하지 마라'는 조언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올해 KBL 드래프트를 목표로 현재 10명의 선수들이 매주 3회씩 고된 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이 외에도 재활, 컨디션 관리, 퍼포먼스 향상 등 프로그램으로 짜여진 별도의 강도 높은 훈련도 매일 병행 중이다.

농구 코트 위를 떠나 방송 및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에서 얼굴을 내비쳐온 하승진이 '농구판을 키워보겠다'며 자신의 주 종목을 살려 도전한 시리즈물이다. 예능, 먹방 등 여러 콘텐츠를 선보이던 과정에서 찾아온 '현타'도 턴오버 프로젝트의 탄생 배경 중 하나라고 한다.

그의 진심이 어느 정도 통했던 걸까. 턴오버 영상을 접한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재미와 감동 모두를 잡았다'는 호평이 주를 이룬다. 자신을 '농알못'(농구를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는 이들의 반응도 적지 않은 듯하다.

지난달 23일 경기 과천 소재 사무실에서 만난 하승진은 "다시 태어나도 농구공을 잡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농구에 대한 강한 애정을 표현했다.

그동안 자신의 유튜브 콘텐츠에서도 종종 한국 농구계를 향한 쓴소리를 마다하지 그였지만, 막상 현장으로 돌아와 몸으로 부딪치면서 새롭게 깨달은 부분도 많았다.

특히 과거 지도자들이 정신력과 집중력을 입버릇처럼 강조하는 이유를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됐다고 했다. 예전에는 '꼰대 농구', '쌍팔년도 농구'라고 콧방귀를 뀌었지만 직접 선수들을 지도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고.

턴오버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좌절을 경험했던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게 된 게 가장 큰 보람이라는 하승진. '지도자'로서 그가 그려낼 농구가 궁금해지기도 했다.


◆"스폰서 미팅하다 '잠수'…대학팀 감독님들 너무 감사"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유튜버 하승진이 지난달 24일 경기 과천시의 한 사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6.01. ks@newsis.com

-시작 당시 계좌 후원, 굿즈 판매 등을 하면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고 말하셨었는데

"그렇게 생각했었다. 시청자분들의 돈까지 빌려가면서 프로젝트를 만들기엔 너무 좀 부끄럽다는 생각도 했었고, 진심을 다해 참가한 선수들의 이미지를 이용해 돈을 벌려는 수단처럼 보이지 않을까 그런 부분도 굉장히 조심스러웠다. 어떻게든 끌고 나가보자 했었다. 제가 여기저기 계속 미팅을 다니면서 후원사를 찾고 있는데 한 기업에서 구단주로 들어온다는 얘기가 있었다, 근데 결국 그게 틀어지면서 (수익적인 부분이) 굉장히 힘들어진 상황이 됐다. 고민하다 최후의 보루로 굿즈를 판매해서 수익을 어느 정도 제작비에 충당하고 있는데, 그 보탬 정도만으로도 너무 감사하다."


-기업 측과 어떤 이견이 생겼던 건가

"(얘기가) 잘 됐었는데 그분이 갑자기 잠수를 탔다. 저도 굳이 (다시) 연락하고 싶지도 않은데, 기분이 좋지 않았었던 게 그분은 지인을 만난 자리에서 항상 영상통화를 하면서 저를 이용했다. 어떻게 하겠나 알면서도 그냥 참아왔던 거다."


-'은인'이라고 칭할 만한 분들이 콘텐츠에 많이 등장하는 것 같다

"누나(하은주·전 농구 선수)네 (레이업 리컨디셔닝)센터가 제일 지원을 많이 해주고 있다. 선수 한 명당 한 달에 300만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가는 트레이닝을 무료로 해주고, '케어'해주고 있기 때문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근데 그걸 떠나 진짜 제가 감사한 분들은 연습 경기를 잡아주신 대학(농구)팀 감독님들이시다. 건대, 조선대, 중앙대, 한양대 등 감독님들이 아니었으면 이렇게 응원받지도 못했을 것 같고, '쟤넨 동떨어진 섬에서 하는 거야'라고 보여질 수도 있었다. '그렇게 좋은 취지면 우리가 무조건 돕겠다'며 선뜻 경기를 잡아주셔서 턴오버 선수들도 힘을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너무 감사하다."


◆"선수 땐 '쌍팔년도도 아니고' 생각…'정신력 강조' 이젠 알아"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유튜버 하승진이 지난달 24일 경기 과천시의 한 사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6.01. ks@newsis.com

-턴오버 선수들과 대화하면서 현역에서 뛰실 때와 '오버랩'되는 부분이 있나

"굉장히 많다. 제가 선수 때 항상 지도자분들께서 멘탈적인 부분, 정신력과 집중력 부분 강조를 굉장히 많이 하셨다. (당시) '아니 누가 모르나, 선수들 최선 다하고 있는데' 이렇게 생각하면서 콧방귀 끼면서 했다. '또 져서 저 소리 한다' 틈만 나면 정신 얘기하고 '진짜 올드하다, 지금 쌍팔년도도 아닌데' 이런 생각을 가지고 했었는데 왜 강조했는지 (이제는) 알겠더라. 밖에서 보기에 정신력, 집중력을 발휘했을 때 경기력이 완전히 달라지는 걸 느끼고 볼 수 있다. 저도 똑같이 얘기하고 있고, 선수들도 (당시 저처럼) '아직까지 저런 얘길하나'라고 똑같이 느낄 거다. 아마 그들이 지도자가 돼도 똑같이 그럴 거다."


-향후 대한농구협회 같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일해볼 의향은

"만약 기회가 된다면 해보고 싶기도 하다. 요즘에 많이 느끼는 게 저는 농구를 한 명, 한 명한테 개인적으로 지도해주는 것보다 뭔가 행정적인 일을 하는 것에서 굉장히 내 옷을 입는 것 같고 잘 맞는 느낌이 든다."


◆"움츠러들었던 선수들 이젠 농담도…KBL 홍보 늘어나야"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유튜버 하승진이 지난달 24일 경기 과천시의 한 사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6.01. ks@newsis.com

-턴오버를 하면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

"초반에 선수들 얼굴을 보면 굉장히 다 어둡고, 그늘져 있고, 눈도 잘 못 마주치고. 일단 한 번 패배, 좌절을 너무 심하게 맞은 친구들이라서 본인한테 느끼는 실망감, 좌절감 이런 게 심했다. 카메라 앞에서도 어떻게 해야 될지도 모르고 그랬는데, 지금 보면 선수들이 표정도 너무 밝아지고 자신감도 되게 많아지고 이젠 농담도 할 정도다. 아이들도 얘기하더라, '자기들 성격이 원래 이랬는데 한동안 잊고 살았다가 다시 나오는 것 같다'고. 그런 모습을 보면 참 뿌듯하다."


-최근 KBL에 대한 관심이 커졌는데 이 흥을 더 띄울 방향이 있나

"감히 말씀드리자면 일단 마케팅적으로 굉장히 홍보가 많이 돼야 된다. 지금 농구가 굉장히 인기가 있어진 것도, 몇 년 전부터 농구 선수 출신들이 예능에 굉장히 많이 나와서 이렇게 (활동)하다 보니까 농구로 관심을 많이 돌리시는 팬들도 있었던 것 같다. 그게 지금 이제 조금씩 성장하면서 이어졌던 것 같다."


◆"다시 태어나도 농구공 잡겠다…지휘관인 포인트 가드로"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유튜버 하승진이 지난달 24일 경기 과천시의 한 사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마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06.01. ks@newsis.com

-농구에서 가장 중요한 포지션을 꼽는다면

"저는 센터였지만 사실 모든 포지션이 다 중요하다. 그런데 턴오버 프로젝트를 하면서 드는 생각이 '농구에서 포인트 가드라는 포지션이 진짜 중요하구나'였다. 포인트 가드가 1번 포지션인데, 코트 위의 사령관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을 만큼 모든 상황을 다 보고 진두지휘하는 코트 위의 감독, 코치 역할을 해주는 선수다. 굉장히 또 빨라야 되고, 센스도 좋아야 한다. 확실히 그 선수들이 리딩을 잘 해줬을 때와 잘 안 해줬을 때 경기력 차이가 확실히 나는 걸 느낀다."


-다시 태어나도 농구공을 잡고 계실 것 같나

"그렇다, 그럴 것 같다. 다만 다시 태어나서 농구공을 잡는다면 포인트 가드를 한 번 해보겠다 지휘관 느낌으로. 이번에 그 중요성을 너무 잘 알게 됐다. 다시 태어나서 농구를 해보고 싶을 정도로 저는 그만큼 농구가 굉장히 매력이 있고 재미있는 스포츠라는 걸 알고 있다."


-대표적인 농구 집안인데 자녀들한테도 권유해볼 건가

"본인이 하고 싶으면 시킬 거다, 억지로 말리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런데 일단 저희 아이들이 농구를 그렇게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아빠가 선수 생활을 할 때 부상당해서 막 넘어져 있고 고통스러워하고 피가 나고 수술하고 이런 모습을 너무 많이 봤다. 그래서 '농구는 굉장히 위험한 스포츠'라는 게 굉장히 내재돼 있는 것 같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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