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성 간부 "어중간한 형태로 발사 서둘렀다가 실패한 것"
北, 엔진 연료에 석유, 산화제에 액체산소를 쓴 것으로 추정
북한이 27일 밤 로켓에 탑재한 위성은 만리경 1-1호라는 명칭으로 평안북도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발사됐으나 비행 중 공중 폭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군은 로켓이 폭발하는 순간을 포착, 로켓으로 보이는 물체가 비행 중 폭발하고 잔해로 보이는 것이 낙하하는 모습이 담겨 있는 1분여 분량의 영상을 공개했다고 아사히가 전했다.
발사는 27일 오후 10시44분께 이뤄졌지만 조선중앙통신은 곧바로 발사 실패를 보도했다. 통신은 사고 원인이 새로 개발한 엔진 작동의 신뢰성에 있다고 지적하고, 아직 초기 단계의 결론이지만 그 밖의 다른 원인이 될 수 있는 문제점도 검증한다고 전했다.
북한이 위성을 발사하는 것은 지난해 5월, 8월, 11월에 이어 네 번째다. 이 가운데 성공은 지난해 11월뿐이다. 올해 안에 3기를 발사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5월 말이 다가오는 가운데 아직 1기도 발사에 성공하지 못했다.
이에 방위성 간부는 28일 자민당 모임에서 "어중간한 형태로 발사를 서둘렀다가 실패한 것 아닌가"라는 인식을 나타냈다고 아사히가 전했다.
인공위성을 지구 주회궤도에 올리려면 초속 약 7.9km의 '제1우주속도'까지 가속시켜야 해 발사의 어려움 중 하나로 꼽힌다. 아사히에 따르면 방위성 관계자는 이번과 지난해 11월 위성 발사의 연관성을 지적하며 "지난번 위성이 궤도상에서 오류가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 개선하면 중량이 늘어나 (추진시키는) 부스터의 힘이 증가해 실패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발사 영상을 분석한 일본 정부 관계자로부터 "발사 후에 구부러져 날아간 것처럼 보였다. 목표에서 빗나갔기 때문에 자폭시킨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고 아사히가 전했다.
아사히는 "이번에는 실패했지만 탄도미사일 등 개발에서도 실패를 거듭하며 성능을 높여온 북한에 대해 일본 정부 측도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며 "방위성 관계자도 이번에는 실패했지만 북한도 꾸준히 전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27일 군사정찰위성을 싣고 발사를 시도한 로켓은 지금까지와 다른 연료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29일 "조선중앙통신은 사용한 엔진을 '신개발 액체산소+석유엔진'이라고 표현했다"며 "로켓은 연료와 산화제를 반응시켜 추진력을 만들어낸다. 엔진 연료에 석유, 산화제에 액체산소를 썼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닛케이는 홍민 한국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을 인용, "석유는 케로신이라고 부르는 연료를 가리킨다"며 "미국이나 러시아 등 우주 개발국에 있어서 주류의 로켓 연료로, 미국 스페이스X의 로켓 팰컨에도 쓰인 바 있다"고 설명했다.
후루카와 가츠히사 전 유엔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위원은 닛케이에 "안보리가 케로신을 포함한 석유 정제품을 제재 대상으로 한 것은, 이러한 사태를 막는 의미도 있었다"며 "최근에는 북한의 석유유조선이 빈번하게 러시아에 입항하면서 제재가 허술해졌다"고 우려했다.
조선중앙통신이 "새로 개발한 엔진의 동작 신뢰성에 사고 원인이 있다"고 보도한 데 대해서도 닛케이는 "러시아의 지원이 착실하게 진행되는 모습이 떠오른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23년 9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북한의 인공위성 개발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러시아가 북한에 기술을 제공해 로켓엔진 성능을 개선할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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