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큰 양보' 부각하며 윤 정부 '불통 정권' 겨냥 포석
특검 등 정쟁 매몰 비판에 국가과제·민생 의제 띄워
윤, 불수용시 공세 명분, 수용시 연금개혁 성사 부각
[서울=뉴시스] 김지은 조재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대 국회 임기를 일주일 남기고 윤석열 대통령에 국민연금 개혁안 처리를 위한 원포인트 영수회담을 제안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대표는 소득대체율을 놓고 여야 간 협상이 막힌 상황에서 한발 양보하는 자세를 취했지만, 윤 대통령이 연금개혁을 22대 국회로 넘기자는 입장을 밝힌 후 나온 제안이어서 '불통 정권'를 부각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큰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또 미래 과제와 민생을 챙기는 수권 정당의 면모를 부각, 특검과 쟁점 법안으로 정쟁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비판을 누그러뜨리는 부수적인 효과도 노린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23일 페이스북에 "민주당은 조속한 개혁안 처리를 위해 소득대체율을 당초 제시했던 50%에서 45%로 낮추겠다는 결단을 내렸다"며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5% 방안은 윤석열 정부가 제시했던 안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윤석열 정권은 민주당의 대승적 결단에도 여전히 자신의 주장만 고집할 따름"이라며 "국정에 '무한책임'을 져야 할 정권이 연금개혁안이라는 국가 중대사를 '무한회피'해서야 되겠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여당이 결단만 하면 28일 본회의에서 연금개혁안이 처리될 수 있다"며 이 문제와 관련한 영수회담을 개최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도 "(연금 수급액 소득대체율과 관련해) 여야 의견이 1% 차이"라며 "나머지는 의견이 거의 좁혀졌기 때문에 이번 21대 국회 끝나기 전에 타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 야당 간사인 김성주 의원도 간담회를 열고 "(소득대체율) 1~2% 차이 때문에 연금개혁이 무산될 이유는 하나도 없다"며 "연금개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는 두 개의 길은 윤 대통령의 '국회를 존중한다'는 메시지와 여당의 용기, 이 두 가지가 남아있는 가능성"이라고 잘라 말했다.
김 의원은 "국회가 연금개혁에 합의하면 받아들이겠다는 윤 대통령의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 대통령이 22대 국회로 (연금개혁 처리를) 넘기라고 한 상황에서 여당이 움직일 순 없다"면서 "대통령의 구체적인 언급이 없더라도 여당이 야당과 충분히 합의해낸다면 용산(대통령)도 수용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재차 압박했다.
여야는 연금특위 협상을 통해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인상하기로 합의했으나 소득대체율을 놓고는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45%, 국민의힘은 43~44%를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이 대표의 제안에 선을 그으며 "국회에서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국민의힘도 소득대체율 45% 방안은 정부안이 아니라며 "이 대표가 거짓말을 늘어놓고 있다"고 발끈했다.
연금특위 여당 간사인 유경준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표가 '윤석열 정부가 제시한 안인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5% 방안을 민주당이 받아주겠다는 대승적 결단을 내렸다'고 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유 의원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5% 안'은 민주당이 주장한 안이지 윤석열 정부 안이 아니"라며 "민주당 안이 윤석열 정부안으로 둔갑하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이런 거짓말로 인해 연금개혁이 늦춰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 의원은 또 다른 글을 통해 "5월 10일 연금개혁안과 관련해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4%의 수정안을 공개적으로 제안한 바 있다"며 "이 수치는 5월 10일 전에도 김성주 간사에게 대면 제의를 한 바 있는 수치"라고 했다.
그러면서 "수정된 소득대체율 44%의 대안에 대해 2주가 다 되도록 침묵하다가, 이제야 21대 국회에서 개혁을 꼭 해야 한다고 하는 저의가 무엇이냐"고 따져 물었다.
연금특위 위원인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도 공보실 공지를 통해 "윤석열 정부는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5%를 제시한 바 없다. 이 안은 민주당의 제안"이라고 일축했다.
배 원내수석부대표는 "오는 28일 합의 없는 국회 본회의 강행에 명분을 쌓으려는 정략에서 기인된 것으로 보인다"며 "더군다나 대통령이 연금개혁에 대한 명확한 의지를 밝혔는데도 불구하고 영수회담을 거론하며 압박하는 것은 또 다른 거부권처럼 보이게 하려는 의도"라고 풀이했다.
김성주 의원은 '정부 측이 논의 과정에서 소득대체율 45%를 제시한 바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동안 여야와 정부 사이에 있던 비공식 제안을 다 밝히기 어렵다"면서도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5%도 정부가 굉장히 진지하게 고려한 대안의 하나였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5%는 누구나 흔쾌히 동의할 수 있는 안으로 고려된 것인데, 여당이 다시 소득대체율 43%를 제안한 것"이라며 "이는 합의를 위한 제안이 아니라 합의를 피하기 위한 제안이었다"고 강변했다.
이 대표의 연금개혁 제안을 두고 당 안팎에서는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대표 측은 중요한 국가 과제인 데다 20~30대 미래 세대의 관심이 커 연금개혁의 필요성은 줄곧 강조해왔다며 서둘러야 한다는 뜻이 강했다고 입을 모은다. 여야가 지금보다 더 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고, 노후에 얼마나 '더 받을지'를 결정하는 '소득대체율' 차이는 1~2%포인트여서 이견을 좁힐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고 한다.
그러나 정치적 유불리를 따진 정무적 판단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 해석이다.
'연금개혁 영수회담'은 이 대표에 손해볼 게 없다는 계산이라는 분석이다. 윤 대통령이 제안을 거부하면 대여 공세 수위를 높일 수 있고, 진전이 이뤄진다해도 이 대표의 '통 큰' 양보로 연금개혁을 성사시켜 주목을 받을 수 있다는 셈법이다.
국회의장 경선 후폭풍으로 2만 여명의 당원이 탈당하고 당 지지율이 하락한 데 따른 국면 전환용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이 대표는 한발 양보해 여당 안을 수용하겠다고 제안했지만 소득대체율을 놓고 여야 간 진실공방만 반복됐다"며 "페이스북과 유튜브 방송을 통해 갑자기 연금개혁과 영수회담 의제를 띄운 것도 다소 뜬금없어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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