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선점한 'HBM3E', 삼성 추격 전략 관심
12단 최초 개발에도,예상 밖 8단서 고전
맞춤형 반도체 시대, 삼성 명가 재건 절치부심
특히 AI용 메모리로 통하는 HBM(고대역폭메모리)는 이미 주도권을 넘겨줬다는 평가가 들리는데 '구원 투수'로 등판한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의 위기 돌파 전략이 주목된다.
◆메모리 강자, HBM 시장에선 고전하는 이유는
24일 업계에 따르면 전영현 부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HBM 최대 고객인 미국 엔비디아의 공급망 진입을 '지상 과제'로 삼을 전망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5세대 제품인 HBM3E의 8단 제품을 납품하기 위한 품질 테스트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업계 최초로 현존 최고용량 36GB(기가바이트) HBM3E 12단 제품을 개발했지만, 시장 주력 제품은 아직 8단이다.
그동안 메모리 시장은 신기술 확보로 기술력을 과시하는 '양산 경쟁' 체제였다면, HBM의 경우 고객사가 원하는 규격에 맞춰 생산해야 하는 '맞춤형' 시장이다.
업계에서는 AI 시대가 열리면서 전통적인 메모리 업계의 판매 전략에 수정이 불가피한 것으로 평가한다. 이에 삼성전자가 새 수장을 맞아 앞으로 어떻게 시장 수요에 맞는 적기 생산 로드맵을 가동할 지 주목된다.
◆SK하닉 선점한 HBM 생태계, 삼성 어떻게 넓힐까
삼성전자의 공급망 강화 전략에도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다양한 설계자산(IP), 소재·장비 업체들과 굳건한 협력을 이어왔지만, HBM 시장은 또 다른 생태계다. HBM은 수율(결함 없는 제품의 비중) 관리의 어려움이 일반 D램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이에 다양한 생태계 기업들과의 협력 노력이 중요하다는 게 업계 평가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가 선점한 HBM 생태계에서 어떻게 새로운 협력을 구상할 지 주목된다.
◆사업부문간 '원팀‘ 체계 구축에도 관심
메모리-시스템LSI-파운드리 등 사업부문간 유기적 협력도 중요하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고객이 아이디어만 가져오면 제품 설계부터 패키징(후공정)까지 모두 제공하는 '턴키(Turn Key·일괄 수주)' 전략을 AI 반도체 시대의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아직은 서비스 초창기여서 고객 확보 효과는 더딘 것으로 평가받는다. 다만 반도체 시장이 맞춤형 수주 시장으로 진화를 거듭하는 상황이어서 고객사 신뢰와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삼성전자가 우위에 설 수 있다. 어떻게 운영의 묘를 살리느냐는 사업 부문간 '원팀' 전략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삼성전자가 차세대 HBM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지만, 시장 진출은 시간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HBM은 현재 수요 과잉 상태이기 때문에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선의의 경쟁으로 시장이 한 단계 더 성숙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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