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복귀 미미…돌아와도 행정처분 소화해야
"복귀 기대보단 전공의 없는 '뉴 노멀' 가정해야"
전문의 중심 병원, 의료 전달 체계 개편 진행 중
"청사진 잘 제시해야 국민도 의료개혁 믿고 지지"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석 달째 의료 현장을 이탈 중인 전공의들이 복귀가 불투명한 상태로 지속되면서 전공의가 없이 의료 체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대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가장 최근인 지난 16일 기준 근무 중인 레지던트는 617명으로 전체 9996명 중 6.2%에 그친다. 지난 14일 기준 633명보다 오히려 16명 감소했는데, 일자별 증감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추세적으로 복귀가 미미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전공의는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추가 수련 기간이 3개월을 초과하면 전문의 자격 취득 시기가 1년 지연된다. 이번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은 지난 2월19일부터 집중적으로 현장을 이탈했기 때문에 이번 주 내로 복귀하지 않으면 이들의 전문의 취득은 1년 지연된다.
이 경우 내년도 신규 전문의 약 3000명 공급에 차질이 빚어져 주로 대형병원인 수련병원 중심으로 인력 공급 체계에 과부하가 걸리게 된다. 설령 이들이 대거 복귀를 하더라도 정부는 업무개시명령 미이행에 따른 의사 면허 정지 행정처분을 원칙대로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서 일정 기간 업무 공백이 불가피하다.
전문가들은 기약 없는 전공의 복귀보다는 전공의가 없이도 의료 체계가 정상 운영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이제는 전공의가 돌아오길 기대하기 보다는 정부가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고 싶다면 전공의가 없는 상황을 '뉴 노멀'로 두고 의료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 전달 체계의 경우 우리나라 의료 체계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꼽혀 왔는데, 2차 병원이나 지역 내 종합병원을 건너 뛰고 서울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몰려 환자 쏠림 현상 및 지역의료 붕괴의 원인이 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2027년까지 국립대병원 전임교수 정원을 현재보다 1000명 이상 증원하고 의료기관 설립 시 의사 배치 기준을 개정해 전문의를 더 많이 고용하도록 하기로 했다. 내년부터는 전문의 고용을 확대하고 전공의 위임 업무를 축소하는 시범사업을 국립대병원과 지역 수련병원 중심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의료 전달 체계 확립을 위해 상급종합병원이 중증·고난도 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이송·회송 수가를 적용 중이며 상급종합병원이 아니라도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전문병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네트워크를 통해 지역 내 1~3차 의료기관 진료 연계를 강화하고 3차 의료기관 이용을 위해선 2차급 병원에서 진료 의뢰서를 받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다만 의료 인력의 대체 자원은 충원이 더딘 상황인데, 2월 말 약 9000명이던 진료지원 간호사는 4월 말 기준 1만1395명으로 2000여명 늘어나는 데 그쳤고 복지부가 지난달 16일 국립중앙의료원에 개소한 시니어의사 지원센터는 개소 한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채용이 이뤄진 사례가 없다.
정 위원장은 "(전공의 이탈로) 이렇게까지 문제가 불거졌는데, 전공의가 돌아온다고 해서 다시 예전처럼 돌아갈 수는 없다. 이제는 전문의 중심 병원의 정확한 모형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송기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보건의료위원장은 "전공의가 없는 상황에서 의료 체계를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지 청사진을 잘 제시해야 국민들도 의료개혁을 믿고 지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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