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인 연대의대 교수 "전문·중소병원, 상종 진입하면 어려움 겪을 것"
상종 누적 적자 임계점…리스크 적고 진입장벽 낮은 곳부터 시작 예상
정상화 정책 추진해야…증원 정책, 낙수 효과 아닌 배분 정책 선행돼야
[서울=뉴시스]송종호 기자 = 전공의 사직으로 경영난에 빠진 상급종합병원이 전문병원화로 전환에 착수해 국내 의료 서비스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의정 갈등 속에서 전공의 없이 운영되는 전문병원들에 환자들이 몰리는 가운데 상급종합병원도 경쟁에 가세한다는 것이다.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장성인 교수는 10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열린 ‘2024 의정갈등의 현재와 미래’ 심포지엄에서 "중소병원이나 전문병원들은 지금 전공의가 없어서 좋아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상급종합병원이 전문병원 형태로 가면 이런 곳들도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이런 변화는) 가장 리스크가 적고 진입장벽이 낮은 곳부터 시작될 것"이라며 "(전문병원이) 붕괴해서 망해 나갈 병원이 되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실제로 상급종합병원은 의료 공백 장기화로 한계점에 달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상급종합병원협의회는 전날 입장문을 내고 “현재 상황은 상급종합병원의 존폐가 불투명한 위기 상황으로, 환자로 보면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단계”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수련병원에 당직비를 포함한 인건비 일부와 군의관·공중보건의 파견 등을 지원하고 있지만, 사태의 장기화로 인해 병원의 누적 적자가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다"며 "조만간 병원 직원들의 급여조차 지급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추진하는 2000명 증원과 필수의료정책 패키지를 두고 의사들의 필수 의료에 대한 유인책은 적다고 짚었다. 장 교수는 "추진 과정을 겪으면서 더 지방에서 근무하고 싶어졌는가, 더 필수과를 전공하고 싶어졌는가, 더 전문의를 하고 싶어졌는가, 필수의료 패키지는 2000명 증원을 받아들일 정도로 충분한가"라고 지적했다.
장성인 교수는 필수의료에 의사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일방적 증원이 세심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수도꼭지를 열어 다양한 칸에 물을 채우는 그림에 빗대 "원하는 곳에 원하는 인력이 가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느 곳에 물을 틀고, 어느 정도 틀 것인지 등의 디테일한 고민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의료 개혁은 2000명 증원이 아니라 필수 의료 패키지 중에서 정상화 정책 주도로 추진했어야 한다고 봤다. 장 교수는 "증원 추진은 배분 정책이 선행돼야 한다"며 "이대로면 의료 붕괴는 더 빨리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ong@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