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영구 휴전' 명시…이스라엘은 강력 반대
인질 석방 기간 장기화…팔 수감자 거부권도 제한
이집트서 협상 재개…美 "간극 극복 못 할 이유 없어"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협상이 타결 기대감 속 틀어지게 된 배경은 '지속 가능한 평온'이라는 문구에 있던 것으로 파악된다.
7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관료들은 하마스가 전날 수락한 휴전안에 이스라엘 및 미국이 제시한 조건에서 약간 변경된 문구가 있다고 말했다.
하마스는 아랍 중재국이 제안한 휴전안을 수락한다고 발표했고, 이스라엘은 이는 자국이 승인한 휴전안이 아니라며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핵심 쟁점은 양측 휴전안에 모두 등장하는 '지속 가능한 평온'이라는 문구 해석에 있다.
이스라엘이 승인하고 이집트가 지난달 26일 하마스에 전달한 제안에서 양측은 6주간 전투를 중단한 뒤 가자지구에서 '지속 가능한 평온'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하마스가 수락한 휴전안에는 이 문구가 적대 행위의 영구적 중단과 가자에서 이스라엘군 완전 철수로 명확하게 정의돼 있다. 이스라엘은 영구 휴전이나 종전을 명시적으로 요구하는 어떤 협상에도 일관되게 반대해 왔다.
워싱턴 근동정책연구소의 에후드 야리 이스라엘 연구원은 NYT에 하마스의 시간표는 인질을 억류하는 동안 이스라엘이 전쟁을 끝내도록 하겠다는 것이라며, 이스라엘로선 여기에 응할 여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야리 연구원은 "협상에 서명하면 모든 걸 약속하게 되는 것"이라며, 이스라엘이 추후 전쟁 종식을 논의할 의향이 있더라도 처음부터 종전을 약속하진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질 석방 규모에도 간극이 있다. 기존안에 따르면 첫 6주 휴전에 팔레스타인 수감자 수백명과 이스라엘 인질 33명이 맞교환될 예정이다.
여기엔 이스라엘 여군을 포함한 여성, 노인, 질환자, 부상자가 속한다. 이스라엘은 당초 인질 총 132명 중 40명 석방을 요구했지만, 살아있는 인질이 그에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해 규모를 줄였다.
하지만 하마스가 이마저도 충족하지 못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NYT에 따르면 하마스는 전날 중재국에 해당 33명이 모두 생존해 있는 건 아니라며, 석방 대상에 시신이 포함될 것이라고 했다.
생존 인질 숫자를 구체적으로 언급했는진 알려지지 않았지만, 전쟁이 7개월 넘게 이어지면서 사망한 인질들이 늘고 있음을 시사한다.
석방 간격도 변경했다. 하마스는 기존 3일 간격으로 3명 석방 제안에서, 3일차에 3명 석방 후 7일마다 3명씩 추가 석방으로 제안을 수정했다.
석방 과정이 길어지면 하마스가 더 많은 협상 카드를 쥘 수 있게 되고, 2단계 '지속 가능한 평온'을 위한 협상에서 유리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스라엘로선 석방이 장기화되면 인질들이 억류 중 사망할 가능성을 우려하게 된다.
팔레스타인 수감자 석방 대상도 쟁점이다. 이스라엘이 지난달 승인한 협상안은 이스라엘이 일부 수감자 석방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하마스 협상안엔 이 거부권이 제외됐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날 하마스의 이같은 제안에 "이스라엘의 핵심 요구와는 거리가 매우 멀다"며 반발했다. 가자지구 최후 보루인 라파에 대한 지상 공격을 개시한 것도 협상에서 하마스를 압박하기 위한 취지로 풀이된다.
다만 양측이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간극은 좁혀질 가능성이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대표단은 이날 이집트 카이로에 도착, 협상을 재개하는 데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 소통 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간극이 극복되지 못할 거라고 믿을 이유가 없다"며 "기존안과 수정안 간극은 우리가 보기에 절대적으로 좁혀질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ey1@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