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의정협의체도 거절한 의사단체…"원점 검토" 고수

기사등록 2024/04/23 15:45:30 최종수정 2024/04/23 15:50:55

의사단체 5곳·정부측 4명 참여 협의체 제안

"복지부 신뢰 못해…증원 원점 재검토부터"

"과학적 근거 바탕 적절 증원 규모 산출을"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22일 대구시내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4.04.22. lmy@newsis.com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정부가 이번 주 출범을 앞둔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료개혁 특위)와 별도의 의정 협의체를 제안했으나 의사단체들이 참여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사단체는 앞서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 특위에도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의대 입학정원 자율 증원에도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23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의사단체 5곳과 대통령실·정부 관계자 4명이 참여하는 '5+4'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장상윤 사회수석은 "의정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의협, 전공의, 의대생, 의대교수 단체에 의료계와 정부로만 구성된 협의체를 제안했지만 거부하고 있다"면서 "지금이라도 대화의 자리에 나와 정부와 합리적이고 건설적인 논의가 진행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협의체에 참석하는 정부 측 관계자는 장상윤 대통령사회수석비서관을 비롯해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오석환 교육부 차관이다.

정부는 의사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 전국 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대한의대·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에도 참여를 제안했다.

의료개혁 특위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의대 증원·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등 여러 의료개혁 과제들을 테이블에 올리는 만큼 충분한 논의를 속도감 있게 진행하려면 별도의 협의체가 필요하다고 정부는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의사단체들은 "참여 의사가 없다"는 입장이다.

의협은 정부와 의료계 간 일대일 대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 당선인은 “결정권을 가진 대통령실과 의협이 바로 대화해야 한다"면서 "복지부를 전혀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임 당선인은 의정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와 보건복지부 장·차관 경질 등도 거듭 요구하고 있다.

의대교수 단체들도 참여에 부정적이다. 김양수 전의교협 교수는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말했다. 최창민 전의비 위원장은 "정부가 의대 증원 절차를 중단하면 참여할 것"이라면서 "의대 증원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입장 발표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전공의 단체인 대전협은 '5+4' 협의체 참여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대전협은 전공의 복귀 조건으로 필수의료 패키지와 의대 2000명 증원 전면 백지화, 의사수급 추계 기구 설치, 수련병원 전문의 인력 채용 확대, 불가항력 의료사고 부담 완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부당한 명령 전면 절회 및 사과, 업무개시명령 폐지 등을 정부에 요구해왔다.

의료계는 또 의사 정원을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추계하는 의사인력수계추급위원회를 의료개혁 특위 등 협의체와 별도로 구성해 의대 정원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료개혁 특위는 논의 테이블에 올릴 사항이 많은 데다 의사 수 추계의 경우 객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택우 의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0일 “의사 수 증원 논의체가 필요하다"면서 "환자단체나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의협과 대전협은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 특위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20일 “의료개혁특위는 구성과 역할에 대한 정의가 제대로 돼 있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의료계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위원회가 된다면 참여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보고 있다. 다른 형태의 기구에서 따로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적절한 의대 증원 규모를 산출하는 '의대 증원 원점 재논의'만이 사태 해결의 유일한 방안이라고 보고 있다. 인구 고령화와 인구 감소, 인구 집단의 건강 상태, 의료 서비스 이용율과 목표량 등 수요 조사는 물론 의사 유입 및 유출 현황, 인공지능(AI) 도입 등 미래 의료 환경의 변화, 의대 교육 환경, 미래의 정책적 변화 등 공급 변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필요한 의사 수를 산출해 내야 한다는 이유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위원장까지 의료 전문가가 아닌 사람으로 정해 놓고 의사 대표들에게 특위에 참여하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복지부는 최근 의료개혁 특위 위원장으로 이명박 정부 시 식품의약품안전청장과 대통령고용복지수석비서관을 지낸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을 내정했다.

특위는 6개 부처 정부위원과 민간위원 20명으로 꾸려졌다. 민간위원으로는 의사단체 등 공급자 단체 추천 10명과 수요자 단체 추천 5명, 분야별 전문가 5명이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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