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진석 카드'로 대통령실-국회 소통 강화 나서

기사등록 2024/04/22 12:32:40 최종수정 2024/04/22 14:48:53

기자 출신·5선…국민 눈높이형 메시지 기대

여당은 "대통령실과 소통 창구 생겨…환영"

야당 "국민 기준에 현저히 떨어지는 인사"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정진석(오른쪽) 국민의힘 의원의 신임 비서실장 임명 발표를 하고 있다. 2024.04.22.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 양소리 신재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여당 중진인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을 신임 대통령비서실장으로 임명한 것은 대통령실과 국회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의도로 읽힌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영수 회담을 한번도 하지 않았고 여당은 물론 야당과의 소통도 부족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윤 대통령은 4·10 총선에서 집권여당이 참패한 이후 "소통 방식을 확 바꾸겠다"며 국정운영 기조 변화에 나섰다. 용산과 여의도의 가교 역할을 할 사람으로 경륜이 있는 정 의원을 선택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정치인 비서실장에 거는 가장 큰 기대는 협치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정 의원의 비서실장 내정을 발표하며 "우리나라 정계에서 여야 두루 아주 원만한 관계를 갖고 있다"며 "내각, (여)당, 야당, 언론과 시민사회 모든 부분에 원만한 소통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의원은 여의도에 뿌리가 깊은 인물이다. 6선 의원·내무부 장관·충남지사를 지낸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한국일보에 입사한 뒤 정치부에서 오랜 기간 기자로 일했다. 제16대 총선에서 당선되며 정계에 본격 입문한 뒤 2010년 이명박 정부 청와대에서는 정무수석을 맡으며 행정부와 국회의 가교 역할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정국에서는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당시 그는 당론을 세우지 않고 자유 투표를 결단한 바 있다.

정 의원의 내정 소식에 여권에서는 상당한 기대감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정 의원은 여야 가리지 않고 폭넓게 소통해 온 인물"이라며 "대통령실과 보다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창구가 생긴 것 같다"고 환영했다.

대통령 메시지의 내용과 발화 방식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도 주목할 지점이다.

총선 패배 후 국회 등지에서는 윤 대통령의 '불통'이 원인이 됐다는 볼멘 목소리가 이어졌다. 특히 지난 16일 생중계된 국무회의에서 '정책 방향은 옳았다'는 조건부 사과를 내놓으며 윤 대통령을 향한 비난은 더욱 거세졌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유권자와 유리됐다고 비판을 받은 윤 대통령의 메시지를 정 의원이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바람이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 의원은 오랜 기자 생활과 국회의원 생활을 하며 언론인과 자주 이야기한 인물이다"며 "특히 5선을 지냈다는 건 유권자들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뜻이다. 그만큼 국민 눈높이에 맞는 메시지가 도출될 수 있을 거다"고 설명했다.

정 의원 역시 이날 소감을 발표하며 "(나는) 비교적 프레스 프렌들리(Press Friendly)한 사람이다"며 "여러분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의중을 대중에 전달할 가교로서도 적합하다는 평이 나온다.

정 의원은 윤 대통령 부친과 같은 고향인 공주 출신이다. 윤 대통령과 '고향 친구'라고 할 정도로 막역하다. 윤 대통령의 정계 진출을 적극 도운 인물이기도 하다. 2021년 윤 대통령이 서울 양재동 윤봉길의사기념관에서 대통령선거 출마 선언을 했을 때 그의 바로 옆에 서있던 것도 정 의원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이제부터 국민들께 더 다가서서 우리가 나아가는 방향에 대해서 더 설득하고, 소통하고, 정책 추진을 위해 야당도 더 설득하고 소통하겠다"면서 "그래서 정진석 전 부의장 같은 분을 비서실장으로 제가 모셨다"고 했다.

하지만 정 의원의 '친윤(親尹)' 색깔은 윤 대통령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당 일각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정진석 비서실장 임명에 대해 "지난 2년처럼 일방통행을 고집하겠다는 대국민 선전포고"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우리 당이 무너지게 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전당대회로 뽑힌 당대표를 대통령의 지시로 내쫓은 것과 당심 100%로 전당대회 룰을 급조해 대통령의 사당으로 만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 두 가지를 모두 주도한 사람이 바로 정진석 '전' 의원"이라며 "선거 승리로 이끈 당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두고 저격을 시작했고 유상범 의원과 윤리위 징계를 조종한 듯한 문자를 주고받기도 했다"고 했다.

김 의원은 "결국, 윤심이 곧 민심이라는 희대의 망발로 국민의힘을 용산의힘으로 사당화했다"며 "그 결과 우리는 또다시 기록적인 패배(부산의 박모 의원의 표현에 의하면 승리)를 한 것"이라고 짚었다.

또 "그 주역인 정진석 전 의원을 비서실장으로 임명한다는 것은 결국 지난 2년처럼 일방통행을 고집하겠다는 대국민 선전포고"라며 "한때나마 변화를 기대했던 제가 미련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도 강력히 비판했다.

민주당은 논평을 통해 "오늘 정진석 비서실장을 임명하신 것을 보니 아직도 정치하는 대통령 하실 생각이 없으신 듯하다"며 "윤 대통령은 친윤계를 뺴고는 쓸 인물이 없나"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인사가 "국민통합에도 하등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며 "오히려 국민 기준에 현저히 떨어지는 인사"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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