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V 감염인, 장애인 등록해달라"…국내 첫 소송 제기

기사등록 2024/04/17 17:56:19 최종수정 2024/04/17 19:06:52
[대구=뉴시스] 레드리본인권연대는 17일 오전 대구시 수성구 대구지방법원 앞에서 'HIV 감염인 장애인정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 = 레드리본인권연대 제공) 2024.04.1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대구=뉴시스] 김정화 기자 =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uman Immunodeficiency Virus; HIV) 감염을 장애로 인정해달라며 한 감염인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관련 소송은 국내에서 처음 진행되는 사례다.

레드리본인권연대는 17일 오전 대구시 수성구 대구지방법원 앞에서 'HIV 감염인 장애인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유엔 CRPD가 인정한 HIV 감염장애, 한국 정부도 인정하라"며 "HIV감염인 장애 등록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HIV가 여러 질병을 동반함은 물론, HIV 감염인의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으나 그들을 위한 돌봄과 요양의 지원은 전무하다"며 "사회의 차별로부터 발생하는 HIV 감염인의 정신적 질환의 발생 수치는 매우 높으며 이는 HIV 감염인을 사회로부터 분리·단절시키고 사회생활에 제약을 가지게 해 사회적인 장애의 상태에 놓이도록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HIV 감염인을 장애인으로 인정하고 그들을 향한 차별이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차별로 적용이 되는 것을 넘어, 차별받고 소외되는 사회의 모든 소수자들의 드러나지 못했던 목소리가 지역 사회에 드러나는 계기가 될 것이다"고 했다.

지난해 10월 HIV 감염인 A씨는 대구시 남구의 한 행정복지센터에 장애인등록신청을 했다. 행정복지센터는 장애 정도 심사 구비서류(장애진단 심사용 진단서) 미비의 이유로 '반려' 처분을 통보했다.

장애 정도 심사용 진단서는 보건복지부 고시에 따른 장애정도판정기준에 따라 발급을 해야한다. 현행 장애정도판정기준 내에 HIV 감염으로 인한 장애인정기준은 전혀 규정하지 않고 있어 장애 정도 심사용 진단서를 발급할 수도 제출할 수도 없다.

이에 A씨와 HIV 장애 인정을 위한 전국연대는 반려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대구지법 행정단독(부장판사 배관진)은 이날 오전 원고 A씨가 피고 대구광역시 남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반려처분 취소 청구의 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양측의 의견을 확인한 재판부는 2차 변론기일을 다음 달 29일 오후로 지정했다.

레드리본인권연대 관계자는 "이번 소송으로 해외의 HIV 장애 인정 사례와 국내 예외적인정조치 (투렛 증후군, 복합부위통증증후군 등)의 판례를 통해 '장애' 정의를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게 의료 중심의 모델에서 벗어나 사회적이고 포괄적으로 해석해 현 제도에서 배제된 HIV 감염장애인을 비롯해 등록되지 못한 배제된 장애인의 권리 보장의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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