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내년 AI교과서 도입 위해 대규모 교사 연수
'쓰고 싶은데 활용 및 기기 부담 커서 못쓴다' 진단
"AI 써 봤자 결국 입시 위주 수업 도돌이표" 지적도
좋은교사운동 "필요하지만 입시 개혁과 맞물려야"
"한계 인정하지만 도움 될 것…대입은 별개" 반응도
교육계에선 '디지털 교사' 양성은 옳은 방향이지만 좋은 공교육 수단을 갖고 입시 교육을 하게 되는 최악의 결과가 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수업이 먼저냐, 평가(입시)가 먼저냐' 하는 논쟁도 계속되고 있다.
16일 현장 교원단체와 전문가들은 일부 속도조절론도 있으나 대체로 AI 교과서를 비롯한 디지털 기술의 공교육 수업 적용에 대해 "가야 할 길"이라는 반응이다.
한성준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의사들에게 엑스레이(X-RAY)외에 MRI(자기공명영상장치)도 들려주듯 AI 기술도 교육에 접목해선 안 될 것인 양 접근해선 안 된다"며 "쓸만한 도구가 되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이재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정책본부장은 "학생들의 디지털 기기 과몰입에 대한 우려도 분명 나오나 AI 교과서는 하나의 보조 수단"이라며 "학교가 가장 맞다고 생각하는 것을 취사 선택하는 것"이라고 했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앞으로 저출생 사회, 학생 수가 줄어드는 사회, 한 사람 한 사람이 굉장히 중요한 사회를 맞아서 맞춤형 교육이 중요하다"며 "아날로그 방식으로는 맞춤형 교육을 하기 어렵고 AI 기반 도구가 개발될 때 외면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검정 절차가 진행 중인 AI 교과서가 현장에 적용되려면 개별 학교가 이를 채택해서 수업에 활용해야 하는데, 학교에서 외면 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교육 당국의 설문조사에서도 교사들은 수업에 AI 기술을 활용하는 데 동의하는 편이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의 지난해 한 설문에 따르면 'AI 기반 맞춤형 수업의 필요성'에 대해 5점 만점에 3.66점으로 나타났다.
AI를 수업에 써 본 뒤 경험한 효과를 중복 응답으로 물은 결과, 학습동기·교과흥미·수업만족도 등 '정의적 영역'에서 응답 교사 62.3%가 긍정적 효과를 느꼈다고 했다. 이해도, 학습 내용 보충과 같은 이해도 측면에서도 과반수인 53.4%가 긍정적 효과를 거뒀다고 답했다.
다만 AI를 수업에 활용해 봤다는 교사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단하게 몇 번 사용해 본 적 있다'가 28.7%인 반면 '(서비스를) 들어봤지만 사용해 보진 않았다'가 40.6%, '들어본 적 없다' 21.3% 등 순이었다.
원인은 수업 적용과 기기 활용에 대한 교사들의 부담감이 크다는 게 교육부의 진단이다. KEDI 설문에서도 초등학교 47.5%, 중·고등학교 42.6%가 '제한된 수업 시간에 추가적 도구를 활용하는 게 부담돼서'라고 했다.
교육부는 교사들의 부담을 줄이면서 수준에 맞는 연수를 모든 교사가 누리게 한다는 방침이다. 전날 발표한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역량 강화 지원 방안'의 요지다.
올해부터 3년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0.8%를 쓸 수 있다. 올해만 3818억원이다. 선도교사, 전체 교사 대상 맞춤형·성장형 연수, 학교 컨설팅 3중 연수를 실시하고 수업을 보조하는 '디지털 튜터'를 1200명 배치한다.
교육지원청을 학교의 AI 교과서 등 기기 운용을 지원하는 '거점 테크센터'로 전환하는 '초·중등 디지털 인프라 관리 개선 계획'도 이달 중 별도 발표할 방침이다.
우선 AI 교과서의 시제품(프로토타입)이 현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질 지도 변수로 꼽힌다. AI 교과서는 내년 처음 도입되지만 발 빠른 학부모들은 사교육 시장에서 비슷한 'AI 코스웨어'를 경험해 봤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근본적인 불만의 원인은 학교, 특히 고등학교가 대학 입시에 종속된 환경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2월 국가교육위원회가 KEDI에 맡겨 실시한 성인 5000명 대상 여론조사 결과, 고등학교(5점 만점에 2.71점) 교육에 대한 만족도는 가장 낮은 편이었다. 변화가 가장 시급한 분야 1순위도 고교 교육(46.3%)였다.
우리 교육의 한계를 복수 응답 방식으로 묻자 '대입경쟁 과열로 인한 사교육 확대'(41.3%), '과도한 학력주의와 학벌주의'(41.2%)가 각각 응답률 1, 2위를 차지했다.
성적 순대로 서열을 매겨야 하는 내신 상대평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점수로 대입 당락을 결정하는 정시 비중의 확대로 '생각하는 수업', '탐구하는 수업'을 하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라고 교사들은 지적한다.
한 공동대표는 "기존의 입시나 평가 체제는 그대로 두고 AI 교과서 하나가 마치 만능 열쇠인 것처럼 말하는 건 너무 무책임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미 사교육 시장에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모델이 많이 있고 이를 활용하는 입장에선 학교에 나올 이유가 없다"며 "입시의 문제나 평가의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이런 좋은 기술력들을 교육에 활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안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대입제도는 민감한 문제고 대학 서열화는 교육부만 홀로 해결할 수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AI 교과서 도입을 통해 공교육 신뢰를 높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 정책본부장은 "근본적인 입시 체제 하에서 AI 교과서 도입 자체가 만족도를 확 끌어올린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것 같다"면서도 "AI 교과서를 통해 교육하는 수단이 바뀌고, 조금이라도 맞춤형 교육이 되고 학부모 만족도가 제고되면 충분한 성과"라고 내다봤다.
배 교수는 "대입은 교육 정책이기 보다 사회 정책"이라며 "소위 명문대 졸업장에 대한 프리미엄, 직업 안정성에 대한 문제에 대입이 연동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대입이 있는데 수업 바꿔봐야 무슨 일이겠냐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수업은 수업대로 바꿔서 아이들을 창의 인재로 길러낼 수 있도록 하고 대입은 대입대로 사회, 노동, 서열화와 같이 풀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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