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총선에서 개표작업에 수검표 추가
개표작업 동원 공무원들 업무부담 호소
정부, 공무원 수당 올리고 대체휴일 마련
"투표시간 줄이는 등 근본대책 마련 해야"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 "투표지 분류기에서 통과된 투표지를 손으로 한 장씩 한 장씩 넘기면서 육안으로 확인하라고 한다. 투표지 분류기 정확도가 99.9%인데, 손으로 일일이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한지 의문이다."
박중배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 대변인은 10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수검표 절차가 도입되는 것과 관련해서 이같이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개표작업을 해 본 사람은 다 안다", "투표지 분류기가 정확하게 투표지를 분류해 내는데, 그걸 손으로 일일이 확인하라고 하니 개표 업무에 동원되는 공무원들 업무부담은 말도 못한다"고 했다.
정부는 1995년 없앤 수검표 절차를 이번 총선에서 부활시켰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분류기 해킹 등 부정선거 음모론이 확산하자 의혹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수검표 방식은 지역구선거 투표지 개표 과정에 도입된다. 기존에는 '투표지 분류기'가 후보자별로 투표지를 100장씩 분류하면 이를 '계수기'에 넣어 몇 표인지 집계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는 ‘투표지 분류기’로 1차 분류한 뒤 ‘계수기’에서 2차 확인하는 작업 사이에 개표사무원이 손으로 투표지를 육안으로 직접 확인하는 절차가 추가된다.
비례대표선거 투표지 개표는 전량 '수개표'로 진행한다. 이는 이번 비례대표선거 투표지가 역대 최장인 51.7㎝로 길어 분류기에 들어가질 않기 때문이다. 비례대표선거 투표지 개표는 지난 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도 수개표 작업으로 진행된 바 있다.
정부는 이번 수검표 도입으로 개표의 신뢰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수검표 방식 도입으로 개표시간은 기존보다 늘어나고, 개표에 투입되는 공무원 수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개표사무에 투입되는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볼멘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박중배 대변인은 "투표사무는 각종 민원이 많이 발생하는 반면 개표 업무는 민원이 없어서 공무원들은 개표 업무를 더 선호하는 편인데, 이번 선거에서는 수검표 때문에 개표 업무를 꺼리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수검표 도입으로 2~3시간 개표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하는데, 그건 해봐야 아는 것 아니냐"며 "더 늦게 끝날 수도 있다","개표소에서 밤을 꼴딱 샐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이번 선거에서는 개표 결과가 기존 총선 때보다 2~3시간 정도 지연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개표가 완료되는 시점은 11일 새벽이나 아침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동진 중앙선관위 대변인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 총선에서 추가로 도입된 수검표 걸차로 인해 지역구 당선자의 윤곽이 자정에서 2시간 지연돼 11일 새벽 2시께 드러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비례대표 같은 경우는 보통 지역구 개표를 마친 다음에 진행이 된다"며 "(11일) 새벽이나 아침이 돼야 다 마무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수검표 도입 등으로 공무원들의 업무부담이 전망되자 정부는 선거사무 수당을 올리고 대체휴무 보장 등 처우 개선에 나섰다. 행정안전부와 인사혁신처는 ‘지방공무원 복무규정’과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을 개정해 이번 총선부터 공직선거일에 투개표 업무를 하는 모든 공무원에게 1일 또는 2일 휴무를 의무적으로 부여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번 선거사무 수당을 투표관리관 19만원, 투표사무원 13만원 등 이전보다 3만원씩 인상했다.
하지만 박중배 대변인은 "선거사무에 동원된 공무원은 하루 14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을 하며 식사할 시간마저 보장받지 못하고 있고, 살인적인 노동에 내몰리고 있다"며 "투표시간 단축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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