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자위대, '대동아전쟁' 썼다 삭제…침략전쟁 미화 비판(종합2보)

기사등록 2024/04/08 22:58:59 최종수정 2024/04/08 23:56:54

육상자위대 부대, SNS 엑스 공식 계정서 사용

부대 "코멘트 못해"…8일 늦은 오후에야 삭제

관방 "해당 표현, 공문서 사용 안 해…확인 중"

일본 육상자위대의 한 부대가 침략 전쟁인 태평양 전쟁을 미화하는 '대동아전쟁'(大東亜戦争) 표현을 사용했다가 비판 여론이 일자 8일 삭제했다. 사진은 논란의 트위터 계정에서 해당 표현이 삭제된 모습. (사진=일본 육상자위대 엑스 계정 갈무리) 2024.04.08.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혜원 김예진 기자 = 일본 육상자위대의 한 부대가 침략 전쟁인 태평양 전쟁을 미화하는 '대동아전쟁'(大東亜戦争) 표현을 사용했다가 비판 여론이 일자 삭제했다.

8일 아사히신문,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오미야(大宮) 주둔지 제32보통과연대가 소셜미디어 엑스(X, 옛 트위터) 공식 계정에서 대동아전쟁 표현을 사용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 부대는 지난 5일 엑스에 올린 글에서 "32연대 부대가 대동아전쟁 최대 격전지 이오지마(硫黄島)에서 개최된 일미(미일) 이오지마 전몰자합동위령추도식에 자위대로서 참가했다"고 적었다.

이어 "조국을 위해 숭고한 목숨을 바친 일미 쌍방 영령의 명복을 빈다"고 밝혔다. 추도식에 참석한 해당 부대의 사진 4장도 함께 올렸다.

이 부대는 아사히의 취재에 대해 해당 엑스 계정은 공식임을 인정하면서도 "오늘(7일)은 코멘트할 수 없다"고 답하는 데 그쳤다.

이후 비판 여론이 일자 제32보통과연대는 이날 오후 6시40분께 해당 게시물에서 '대동아전쟁' 표현을 삭제했다.

일본은 1940년 미국, 유럽으로부터 아시아를 해방시키겠다고 주장하며 "대동아공영권 확립을 꾀하겠다"는 외교 방침을 내세웠다. 1941년 12월 개전 직후 각의(국무회의)에서 태평양전쟁을 대동아전쟁으로 부르기로 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을 점령한 연합군최고사령부(GHQ)는 대동아전쟁 호칭을 금지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서울=뉴시스] 일본 육상자위대 엑스 계정에서 '대동아전쟁' 표현이 삭제되기 전 모습. (사진=일본 육상자위대 엑스 계정 갈무리) 2024.04.08. *재판매 및 DB 금지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정례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에 사안을 "인지하고 있다"며 "종전부터 정부가 답변해 온 대로, 대동아전쟁 용어는 현재 일반적으로 정부 공문서에서 사용하지 않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공문서에서 어떠한 용어를 사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문맥 등에 따른 것이다"며 "일괄적으로 답하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하야시 관방장관은 "현재 방위성에서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있다"며 "더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방위성에 질문해 달라"고 밝혔다.

제32보통과연대의 대동아전쟁 표현 사용에 대해 현지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마이니치와 주니치스포츠에 따르면 일본 인터넷상에서는 "중국, 조선, 대만, 동남아시아 등에서의 식민지 통치, 침략을 정당화하는 호칭", "공식 기관이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등 파문이 일었다.

또한 "어디 극우인가 생각했더니 진짜 자위대 공식 계정이어서 전율 오네", "자위대 부대 공식 계정이 사용하다니 역사 수정주의에 가담하는 것 아니냐", "앞선 대전(2차 세계대전)을 미화해 정당화하냐" 등 비난도 쏟아졌다.

한 엑스 이용자는 "이는 무라야마(村山) 담화와 고노(河野) 담화를 파기하지 않고 계속 계승하는 자민당 정권 의향에 자위대가 반(반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무라야마 담화는 식민지 지배를 인정하고 사과했으며, 고노 담화에는 위안부 강제 연행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내용이 담겼다.


◎공감언론 뉴시스 hey1@newsis.com, aci27@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