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조, 쟁의행위 첫 찬반투표서 97.5% 찬성
쟁의발생 공문 사측에 통보…창사 이래 첫 파업 리스크
파업 현실화 시 생산 차질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 못해
[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쟁의 행위에 나선다. 1969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파업 위기를 맞는 것이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8일 유튜브를 통해 진행한 '쟁의행위 찬반투표 개표 및 입장 발표'를 통해 이렇게 밝혔다.
전삼노에 따르면 삼성전자 5개 노조가 각각 진행한 찬반투표를 집계한 결과, 전체 조합원 중 74%가 쟁의 행위에 찬성했다.
이번 찬반 투표에는 조합원 총 2만7458명 중 2만853명이 참가했다. 찬성률 97.5%(2만330명)로 쟁의 행위가 가결됐다. 반대는 2.5%(523명)다. 삼성전자에는 조합원 수 기준 최대 노조인 전삼노 외에 ▲사무직 노조 ▲구미네트워크 노조 ▲동행 노조 ▲DX 노조 등 5개 노조가 있다.
다만 DX 노조는 투표율이 36.8%로 절반에 못 미쳤다. 이에 전날 쟁의행위 찬반투표가 부결돼 쟁의에 불참하겠다는 뜻을 전삼노와 조합원들에게 전달했다.
노조는 이어 쟁의발생신고를 통보하는 내용의 공문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 경계현 대표이사 사장 등 사측에게 발송했다. 또 오는 17일 낮 12시 수원시 삼성전자 부품연구동(DSR) 로비에서 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해 9월 상견례를 갖고 올해 2월까지 5개월간 10여 차례 임금 교섭을 진행했으나 협상이 결렬됐다.
임금 인상률(사측 제시안 5.1%) 외에도 성과급 제도 개선, 재충전 휴가 등에 대한 이견이 있다. 노조 측은 지난 2월20일 중노위에 조정을 신청하고 조정 회의를 세 차례 진행했으나 합의가 불발돼 합법적 쟁의권(단체행동권) 확보를 위한 절차를 밟아 왔다.
현행법상 중노위가 노사 간 임금, 복지 등 근로조건에 대한 입장 차가 커서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면, 노조는 조합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파업 등 쟁의 행위에 나설 수 있다.
삼성전자 노조가 찬반투표를 실제로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22년과 지난해에도 쟁의권을 확보했으나 투표에 나서지는 않았다. 삼성전자에서 그동안 파업이 발생한 적은 없었다.
조합원 절반 이상이 찬성표를 던지며, 삼성전자는 55년 만에 파업 리스크를 겪게 됐다.
삼성전자 5개 노조 조합원 수는 2만7458명으로, 지난해 기준 전체 직원 수 12만4804명의 22% 수준이다. 파업이 현실화하면 24시간 가동해야 하는 반도체 산업 특성상 피해가 있을 수도 있다.
반도체 공장은 생산 라인이 한번 멈추면, 정상화까지 많은 시간과 인력, 비용이 투입돼야 한다. 삼성전자 평택사업장에서 지난 2018년 발생한 28분간 정전으로 500억원 수준의 피해가 발생한 바 있다. 완전 복구에 2∼3일가량 걸렸으며, 생산 일정에도 차질을 빚었다.
삼성전자 국내 반도체 생산 설비의 대부분은 자동화가 돼 있어 생산이 중단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평가한다. 하지만 청정실 안에 설비의 오작동 여부를 확인하는 상주 인력이 지속 투입돼야 하는 만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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