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난 시급"…진정한 '생태계' 구축하려면?[반도체 클러스터를 가다⑤]

기사등록 2024/04/09 09:34:00 최종수정 2024/04/15 13:50:46

웨이퍼 생산 세계 최대…국내인력은 수만명 부족

삼성·SK 중심 전 공정서 생태계 꾸려야

[용인=뉴시스]지난 2일 경기 용인 처인구 원삼면 일대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에서 부지 조성 공사가 진행 중이다.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지용 기자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정부와 함께 천문학적 자금을 들여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인력 부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부실했던 소부장과 팹리스 등 반도체 협력 기업들의 생태계를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기업과 정부는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에 총 622조원을 투자해 2047년까지 생산팹(공장) 13개, 연구팹 3개 등 총 16개 신규팹을 신설한다. 이 일환으로 우선 2027년에 생산팹 3개, 연구팹 2개를 완공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메가 클러스터에 16개 신규팹이 본격 가동되려면 무엇보다 팹 운영 인력으로 7만명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당장 눈에 보이는 클러스터 생산 규모는 세계 최대이지만, 정작 이곳에서 일할 인력이 부족하다면 메가 클러스터도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인력은 2031년 30만4000명이 필요하다. 하지만 2021년 기준 반도체 인력 규모는 17만7000명에 그친다. 당장 2031년이 되면 13만명 정도 인력이 부족해지는 것이다.

특히 AI(인공지능) 시장 개화에 따라 첨단 기술·제품에 대한 연구개발(R&D) 및 생산이 이뤄져야 하지만 고급 인력 확보는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클러스터에 공장과 연구시설이 갖춰져도 각 공정에서 근무할 인력이 태부족해 가동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는 각각 오는 2027년, 2030년 첫 가동에 들어간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클러스터가 완공돼도 당장 인력 충당이 어려워 양산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며 "확보 인력에 대한 효율적인 공정 배치와 공장 자동화 비중 확대 등의 차선책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이와 함께 메가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탄탄한 반도체 생태계 구축도 선결 과제로 꼽힌다. 생산·소부장·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등 전 공정에서 국내 기업들이 어떻게 시너지를 내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반도체 생태계가 아직 유기적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대만 TSMC의 경우 일찌감치 자국 내 공장 인근에 소부장과 팹리스를 몰아 넣고 자체 생태계를 구축했다.

특히 파운드리에서는 팹리스와 소부장 생태계가 필수적이다. TSMC는 500여곳의 고객사를 확보한 반면, 삼성전자는 아직 이 수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문연구원은 "삼성과 SK를 중심으로 전 공정의 기업들과 생태계를 꾸려야 시너지가 날 것"이라며 "일단 탄탄한 생태계가 생기면 지정학적 이슈 등 외부 영향에 상관없이 안정적인 반도체 생산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연간 10기가와트(GW)에 달하는 전력 수급도 넘어야 할 산이다.

이는 수도권 전체 전력의 4분의 1에 달하는 규모다. 하지만 전력 수급 방식을 놓고 민간과 정부 사이에 잡음이 일고 있다. 현재 수도권 지역에는 발전소 건립이 어려운 상태로 서해 등 해안가로부터 전력을 수급 받아야 하지만 이마저도 송변소를 따로 설치해야 해 어려움이 많다.

하루 110만t의 공업용수도 확보해야 한다. 정부가 지방자치단체 등과 용수가 안정적으로 공급되도록 추진하고 있지만  공장 건립보다 용수 수급이 늦어지면 공장 운영에 큰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건립은 정부와의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각종 기반시설을 특히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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