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 있는 만남' 원하는 의료계…尹·전공의, 한 테이블 앉을까

기사등록 2024/04/04 05:30:00 최종수정 2024/04/04 06:19:31

대통령 만남 요청에 전공의 측 전날까지 대답 없어

교수단체 등 '환영' 하면서도 각자 일정 조건 제시해

결국 당사자 결단…'극적 만남' 이뤄질지 관심 집중

박민수 2차관 "지금 접촉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지난 1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사가 윤석열 대통령의 의대 정원 증원 관련 대국민담화 TV 생중계를 지켜보고 있다. 2024.04.01.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김현섭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현 의료 공백 사태의 중심에 서 있는 전공의의 만남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 대통령은 전공의를 향해 의제 등에 대한 구애 없이 만나서 대화를 하자며 손을 내민 상태이고, 전공의 측은 아직 공식적인 답이 없다. 여기에 의대 교수 측, 대한의사협회(의협)는 만남 자체에 대해서는 환영하면서도 사실상 윤 대통령에 '조건 있는 만남'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4일 정부, 의료계 등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지난 2일 윤 대통령은 전공의와의 직접 만남을 요청했다. 앞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홍보위원장이었던 조윤정 고려대 의대 교수가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윤 대통령과 박단 대한전공의협회 회장의 만남을 호소한 것에 대한 화답으로 볼 수 있다.

전공의들은 현재의 사태 해결의 '키(Key)'를 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전공의들이 복귀만 한다면 교수진의 사직서 제출, 진료 축소 등 의료 공백 상황들이 연이어 풀릴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윤 대통령의 전공의 만남 요청에 의료계, 환자들의 이목은 집중될 수 밖에 없다. 

다만 당사자인 전공의 대표 측의 공식적인 답변은 지난 3일까지도 나오지 않고 있다. 여기에 교수들과 의협은 만남에 대해서는 환영 취지의 입장을 밝히면서도 윤 대통령에게 만남을 위한 전제조건을 제시하고 있어 실제 양측의 대화가 이뤄질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지난 3일 "대통령실에서 대통령과 전공의와 대화를 제안한 것에 원칙적으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의비는 "다만 무조건 만나자고 한다면 대화 제의에 진정성이 없다"며 "대통령께서 4월1일 담화에서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고 국민들께 약속했다.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의료계와 협의해 합리적인 방안을 만들겠다는 조건을 먼저 제안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의협은 같은 날 "지난 주 우리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제안했던 대통령님과 전공의와의 직접 만남을 진행해 주시겠다는 것은 환영할 일"이라면서도 "어렵게 성사되는 만남이 의미 있는 만남이 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 또한 확고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 정책은 늘 열려 있고 의대 정원 역시 논의할 수 있다는 말의 진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것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2025년 의대 증원 배정을 중지하는 것"이라고 했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정부와 의사 간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는 지난 1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 병원 앞에서 한 입원 환자가 서울지역 전공의 수련병원 노동조합 대표자 합동 기자회견을 바라보고 있다. 2024.04.01. ks@newsis.com
또 전날 전의교협 홍보위원장 사퇴 의사를 밝힌 조 교수는 뉴시스에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윤 대통령이 전공의들과 마주 앉으려면 두 가지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고 봤다.

'전공의를 겁박하는 부당한 명령들을 전면 철회하고 전공의들에게 정식으로 사과',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의료법 제59조 업무개시명령을 전면 폐지해 헌법과 국제노동기구(ILO)의 강제노동 금지 조항을 준수' 등 2개 조항이다.

업무개시명령을 취소하고 제도를 폐지하는 한편 유예 중인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을 취소하라는 의미로, 여기에 윤 대통령의 '사과'까지 촉구했다는 점에서 가장 강도가 높은 조건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윤 대통령과 전공의의 만남은 당사자인 전공의 결단에 달려 있다. 전공의 측 역시 이와 같은 수준의 조건을 만남에 앞서 윤 대통령에게 원하고 있다면, 그동안 보인 윤 대통령과 정부의 의료개혁 의지나 관련 행보를 봤을 때 만남은 성사되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전공의 측이 교수 단체와 의협 의견과 상관 없이 윤 대통령과의 대화에 임하겠다고 결정해야 양측의 극적 만남이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박민수(보건복지부 2차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은 지난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대통령이 전공의와의 대화를 하겠다고 했는데 전공의 측과 연락이 됐는가'라는 취재진 질문에 "지금 접촉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은 구체적인 사항은 말씀드리기가 어렵다"고만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f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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