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분쟁 촉발할 것…美, 역내 불안정하게 해"
러 "시리아 주권 침해"…안보리 결의 요청 예정
이란, 안보위서 '필수 대응' 결정…아랍국들도 비난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이스라엘이 시리아 주재 영사관을 공습한 데 대해 이란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인내에 한계를 느낀다"며 단호한 대응을 예고했다.
2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자흐라 에르샤디 주유엔 이란 부대사는 이날 안보리 긴급회의에서 "이란은 상당한 자제력을 발휘해 왔지만, 그러한 인내엔 한계가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르샤디 부대사는 이어 "이란은 단호한 대응을 할 권리를 갖고 있다"며, 이스라엘에 보복 대응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란은 대리인을 통해 이스라엘과 미국에 대한 공격을 지원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도, 이번 영사관 공격이 "다른 국가와 관련된 추가 분쟁을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이 시리아와 역내를 불안정하게 만들려 한다고도 비난했다.
러시아도 이스라엘이 분쟁을 촉발하려 한다며, 이번 공격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규탄했다.
바실리 네벤지아 주유엔 러시아 대사는 "시리아 주권에 대한 명백한 침해"라며 "이스라엘의 이러한 공격적인 행동은 분쟁을 더욱 부추기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네벤지아 대사는 회의 후 기자들에게 이번 공격 관련 안보리 차원의 규탄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마르 벤자바 주유엔 알제리 대사도 "이러한 고의적 행위의 목적은 분명하다"며 "내부 정치적 계산을 위해 팔레스타인인 학살을 연장하는 분쟁을 확대함으로써 국제적 압력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이스라엘이 중동 지역 전체를 분쟁으로 끌어들이려 한다며 우려하기도 했다.
다만 대다수는 회의에서 이스라엘 언급은 피한 채, 이번 공격이 외교 재산의 불가침성을 위반한 행위라고만 규탄했다.
로버트 우드 주유엔 미국 차석대사는 "미국은 이번 공격에 관여하거나 사전에 인지한 바 없다"고 강조하면서 "이란과 그 대리인들은 이번 상황을 이용해 미군을 공격하지 말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1961년 외교 면책에 관한 비엔나 협약에 따르면 외교 공관 건물을 불가침으로 간주된다.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은 전날 이스라엘 공습을 받았다. 이번 공격으로 이란 혁명수비대(IRGC) 쿠드스군 최고 사령관인 모하마드 레자 자헤디(65)를 포함한 이란 장군 2명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조직원 1명 등 총 12명이 사망했다.
시리아 관료도 이번 공습으로 시리아 시민 4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영국 기반 전쟁 감시 단체인 시리아인권관측소는 사망한 시리아인이 친이란 민병대 일원이라고 했다.
아직 건물 잔해가 수습되지 않아 정확한 사망자 규모는 불확실하다.
이스라엘은 현재까지 공격 사실을 공식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익명을 요구한 이스라엘 관료들은 전날 뉴욕타임스(NYT)에 이스라엘이 공격했음을 인정했다.
이란 국영TV는 이란의 주요 의사 결정기관인 최고국가안보위원회가 전날 늦게 회의를 열어 이번 공습에 대해 "필수 대응을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회의는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이 주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도 "우린 그들이 범죄와 유사한 행위를 한 데 대해 후회하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22개국으로 구성된 아랍연맹도 "이스라엘이 전쟁을 확대하고 역내를 혼란으로 몰아넣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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