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일가 승계용 아니다"…새 보상제도 RSU 집중분석

기사등록 2024/04/02 14:35:47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이창훈 유희석 기자 =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이 기업들의 새로운 성과 보상 제도로 주목받고 있다. RSU는 단기 성과에 따라 일희일비 하는 보상이 아니라 중장기 성과를 꾸준히 평가해 일정 기간 뒤 주식을 주는 방식이다. 한 마디로 당장 받는 현금 보상이 아닌 최대 '10년 후' 주식으로 보상받는 제도다.

RSU는 회사 주식의 장래 가치에 따라 보상 규모가 달라지기 때문에 임직원이 회사의 장기 발전을 위해 노력하도록 유도한다. 이미 재계에선 한화그룹을 시작으로 두산, 포스코퓨처엠, 네이버 등 주요 기업들이 잇달아 RSU를 도입하고 있다.

반면 보상 시점이 너무 멀고, 세제 혜택이 없는 점, 주가가 내려가면 보상 금액도 줄어들 수 있는 점은 RSU의 단점으로 꼽힌다. 아직까지 그런 사례가 없지만 자칫 경영권 승계에 유리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RSU가 정확히 무엇이고, 기존 보상 제도와 비교해 어떤 특징이 있는지, 문답으로 정리해본다.

◆①RSU 뭔가
RSU는 양도 제한을 조건으로 지급되는 주식을 말한다. 일정 기간 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임직원에게 부여하는 성과급 제도다. 통상 RSU 의무 보유 기간은 3년이다. 국내 기업들 중 가장 적극적으로 RSU를 활용 중인 한화그룹은 대표이사급의 경우 '10년' 후에나 RSU를 주식으로 취득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처럼 3~10년에 달하는 의무 보유 기간 탓에 RSU는 단기 성과보다는 장기 성과에 초점이 맞춰진 보상 제도다. 이렇게 장기 성과에 초점을 맞추는 이유는 경영진이 중장기 목표에 중점을 둔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독려하자는 취지다. 장기 성과를 통해 핵심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RSU를 도입하려는 기업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②왜 도입하나
업계는 2001년 미국 에너지기업 엔론의 '경영진 먹튀' 사건 이후 전 세계에서 RSU가 주목받기 시작했다고 본다. 당시 회계 부정을 저지른 엔론 경영진이 스톡옵션 행사로 거액을 챙긴 것이 또 한번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 같은 먹튀 스톡옵션의 대항마로 RSU가 부상했다.

스톡옵션 행사에는 별도 제약이 없는 반면, RSU는 최소 3년 이상의 의무 보유 기간이 있다. RSU만큼은 경영진이 단기 차원에서 주가를 부양한 후 차익 실현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③누가 대상인가
스톡옵션과 달리 RSU 지급 대상에 대한 별도의 제한은 없다. 반면 스톡옵션은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임직원에 한해 정관 규정과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쳐 부여할 수 있다.

이와 달리 RSU는 현행법이 허용하는 자사주 취득 및 처분 절차를 활용한 보상 제도다. 스톡옵션이 회사와 개별 임직원 간 체결하는 구조라면, RSU는 미리 정해진 규정에 따라 일률적으로 지급할 수 있다.

RSU는 지급 대상에 제한이 없어, 임원이 아닌 직원도 RSU를 받을 수 있다. 한화그룹의 경우 내년부터 전 계열사 팀장급 직원들까지 RSU를 확대할 방침이다.

[사진=뉴시스] 지난달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 한화그룹의 탈탄소 비전에 대해 알리고 있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사진=한화그룹 제공) 2024.02.1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④실제 지급 사례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지난해 RSU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6만5002주, 한화솔루션 9만6202주, ㈜한화 16만6004주를 각각 부여받았다. 현재 주가로 따지면 200억원 규모인데, 실제 주식을 받는 시점은 2033년 1~2월 사이다.

게임 업체 크래프톤 창립자인 장병규 이사회 의장도 RSU를 부여받았다. 크래프톤은 장병규 의장에게 223억원 규모의 RSU을 부여하기로 했다고 지난달 27일 공시했다. 10년 기한으로 크래프톤의 시가총액이 30조원, 35조원, 40조원을 넘을 때마다 3만주씩 받는다.

◆⑤오너 승계 위한 것 아닌가
RSU는 현금이 아닌 주식으로 보상한다는 점에서 대주주에 유리한 측면이 없지 않다. 회사가 자사주 비율을 높게 유지할 수 있다는 것도 긍정적이다.

하지만 편법 승계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주장은 근거가 약하다.

RSU를 받은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사례를 보면, 김 부회장은 다른 최고경영자(CEO)들과 똑같은 기준과 절차에 따라 RSU를 받았다. 만약 김 부회장이 경영권 강화 목적이라면 RSU보다 바로 현금을 성과급으로 받아 지주회사 주식을 매입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 실제 김 부회장이 지난 4년간 ㈜한화로부터 부여받은 RSU 규모는 지분으로 따지면 0.35%에 그친다.

◆⑥임직원들은 좋아하나
RSU에 대한 임직원들의 입장은 호불호가 엇갈릴 수 있다. 개인별 상황에 따라 당장 받을 수 있는 현금 보상에 비해 미래에 더 큰 보상으로 돌아올 수 있는 장기 주식 보상을 더 좋아할 수도 있고, 더 꺼릴 수도 있다.

다만 RSU 보상을 받을 시점에 주가가 오르면 좋지만, 주가가 내려간다면 그만큼 보상이 줄게 돼 일반 직원들은 이같은 불확실성 때문에 현금 보상을 더 선호하는 성향을 보일 수 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RSU 제도를 운용 중인 대부분 기업들은 일반 직원이 아닌 임원급 직원들만 RSU 대상으로 한정하고 있다. 일반 직원들까지 확대를 계획 중인 기업들도 강제가 아닌 선택권을 주는 방향으로 추진 예정이다.

[서울=뉴시스]

◆⑦단점은 없나
RSU의 가장 큰 단점은 주가에 따라 달라지는 보상 규모의 불확실성이다.

주가는 기업 성과보다 외부 요인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기업이 크게 성장했더라도 행사 시점에 단기적으로 주가가 떨어져 보상 규모가 줄어들 수도 있다. 주식 보유기간이 워낙 길기 때문에 받는 사람 입장에선 정확한 보상 규모를 파악할 수 없는 것도 단점이다.

RSU는 스톡옵션과 달리 세제 혜택도 없어 임직원 입장에선 세금 부담도 만만치 않다. 한화그룹은 RSU를 받을 때 세금 납부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주식과 현금 보상 비율을 5대5로 정하디고 했다.

RSU를 받은 임직원들이 현금화하기 위해 주식을 대규모로 매도하면 기업 주가가 되레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

◆⑧해외는 어떤가
미국과 일본에서는 RSU가 보상 제도가 자리를 잡았다. 미국에서는 특히 기업 총수 일가에 대한 주식 보상을 제한하는 규제도 없다.

미국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 창업자 필 나이트의 아들인 트래비스 나이트는 지난해 다른 이사들과 똑같은 규모의 RSA(RSU와 같은 조건부 주식으로 양도 시점을 제한한 것)를 받기도 했다.

윌리엄 로더 에스티로더 회장이나 윌리엄 클레이 포드 주니어 포드 회장도 RSU를 성과 보상으로 받은 사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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