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의 생성형 동영상 제작 서비스 '소라'
출시 후 한달 반 동안 70여개 동영상 만들어내
합성 동물 등장하는 다큐멘터리 형식 영상 화제
"엄청난 규모의 작업을 프롬프트 만으로 해내"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분홍색 플라밍고의 몸통에 기린의 머리가 달린 생물. 날개짓을 하며 하늘을 나는 돼지. 아르마딜로의 꼬리를 갑옷처럼 입고 걸어다니는 토끼.
상상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이런 동물들이 영상으로 구현됐다. 두가지 동물을 합성했는데도 외양에 어색함이 없고 움직임이 자연스럽다. 배경도 실제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할 정도로 사실적이다.
이 영상은 오픈AI가 개발한 생성형 인공지능(AI) 동영상 제작 서비스 소라(Sora)가 만들어 낸 것이다. 소라는 사람이 입력한 텍스트를 이해하고 주문한 내용에 부합하는 영상을 만들어낸다.
오픈AI는 틱톡 계정을 통해 소라가 제작한 영상을 공개하고 있다. 소라는 2월16일부터 한 달 반 만에 70여개의 영상을 쏟아냈다. 인공지능의 능력은 세상을 놀라게 했다. 사람은 문자를 입력해 주문했을 뿐인데 소라는 놀랍도록 정교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골든 리트리버가 눈을 털어내는 모습과 같은 실사와 유사한 영상부터 만화 캐릭터가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애니메이션까지 다양한 형태의 영상을 제작했다. 처음엔 길이가 20초 내외로 짧았지만 최근에는 1분이 넘는 영상도 만들어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머지 않은 미래에 AI가 동영상 전문가들의 직업을 모두 빼앗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오픈AI가 지난달 말 게시한 다큐멘터리 트레일러 형식의 합성 동물 영상은 다시 한 번 세상에 충격을 줬다. 소라는 말의 얼굴을 한 파리, 뱀장어의 꼬리를 달고 물속을 헤엄치는 고양이, 파충류의 피부를 가진 캥거루 등 다양한 동물의 모습을 그려냈는데, 마치 카메라로 현실 세계를 찍어낸 것처럼 생생했고 움직임도 자연스러웠다.
컴퓨터그래픽(CG) 전문가도 소라의 능력에 대해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헐리우드에서 모션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유튜버 '김그륜'은 지난달 26일 올린 영상에서 "소라 AI가 사람보다 더 잘 표현하는 부분이 많다는 점이 놀라웠다"며 "이런 작업을 CG로 의뢰하면 단가가 매우 높다. 시뮬레이션, 트래킹, 마스킹 작업까지, 심지어 촬영까지 합쳐져야 하는 엄청난 규모의 작업인데 이걸 프롬프트 만으로 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토끼와 아르마딜로를 합성한 영상을 예로 들면서 "아르마딜로 꼬리 부분의 초록색이 토끼털과 자연스럽게 섞이면서 몸통과 연결되는 부분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실제로 CG에서 이런 작업을 하려면 실제 토끼를 촬영하고, 토끼의 움직임에 따라 정확히 CG로 만든게 따라가는 연출을 해야하는데 그게 굉장히 어렵다. 이런 작업까지 AI가 알아서 계산해서 해 주는 것이다. 원래 CG 파이프라인에서도 힘든 작업을 AI가 순식간에 해내고 있다는게 정말 놀라운 것"이라고 언급했다.
소라와 함께 작업을 진행한 영화감독 돈 앨런은 이번 영상에 대해 "지금 보고있는 것은 현실과 환상 사이의 경계를 허무는 최첨단 AI 생성 영상의 결과물"이라며 "나는 현재 생물학적으로는 불가능하지만 실제 동물과 흡사한 합성된 창조물을 만들어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앨런은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시대로 들어서고 있다"며 "나는 1인 스튜디오에 속해 있기 때문에 혼자서 창작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소라와 함께라면 이전까지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규모의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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