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O, 첫 요청 때는 '자격없음' 통보…28일 정부에 의견요청
"현재 진행 중인 분쟁, 사회적 대화 통해 해결하길 촉구"
고용부 "대화 추진 중이며 강제노동 아닌 점 설명할 것"
[서울=뉴시스] 구무서 고홍주 기자 = 국제노동기구(ILO)가 업무개시명령이 '강제노동'에 해당한다는 전공의들 주장에 대해 우리 정부에 답변을 요청하면서 사회적 대화를 통해 해결하길 촉구한다고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고용노동부와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등에 따르면, ILO는 지난 28일 대전협이 ILO에 요청한 의견조회를 받아들이고 우리 정부에 의견을 요청하는 서신을 보냈다.
앞서 전공협은 13일 ILO에 긴급개입요청 첫 서한을 발송했다. 의료인과 의료기관 개설자는 정당한 사유없이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거부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은 의료법 제59조가 ILO가 제29호 협약에서 정한 '강제노동 금지'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ILO는 이틀 뒤 전공협이 국내외 노사단체가 아니라는 점 등을 들어 의견조회 요청 자격이 없다고 판단하고 그대로 의견조회 절차를 종결했다.
당시 전공협을 대리하는 조원익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는 "당시 수신인이 전공협 회장인 '박단'으로 돼 있어서 개인이 보냈다고 오해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전공협, 협회를 통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해 재신청했다"고 설명했다.
ILO는 28일 법무법인 측에 서신을 보내면서 사안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점을 밝혔다.
ILO는 서신에서 "귀하가 제기한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 당국에 개입했고, 인구통계학적 변화에 따른 의료 개혁으로 이해되는 현재 진행 중인 분쟁을 사회적 대화를 통해 해결하도록 촉구했다"며 "본 사안에 관해 한국 정부가 보내오는 모든 정보는 귀하가 알 수 있도록 전송될 것"이라고 했다.
고용부 역시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ILO 사무국이 28일 우리 정부의 의견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
이어 "의견조회가 공식적인 절차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해 한국 정부가 의료개혁 과정에서 당사자들과 대화를 추진하고 있고, ILO 강제노동 협약을 준수하고 있다는 내용 등을 성의있게 설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서한을 받은 것을 확인했으나 강제노동 협약과 관련된 우리 정부의 조치에 대한 판단이 포함된 것은 아니다"라며 "전공의들의 직업적 권익을 대변하는 단체라는 대전협 측의 주장을 감안해서 요청인 적격을 인정하고 정부에게 향후 질문이 있을 것 같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성실한 자세로 ILO에 설명을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고용부는 이날 오후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의견조회는 특정 사안에 대해 대표적 노사단체와 정부가 ILO 사무총장에게 문제제기를 하는 경우, 요청 내용을 해당 정부에 전달하고 의견을 구하며 정부가 의견을 제출하면 요청인에게 전달 후 종결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ILO 사무총장이 당해사안을 판단할 권한은 없고 ILO 사무국은 이 과정에서 어떠한 판단이나 평가를 하지 않고, 권고도 제시하지 않는다"며 "한국어의 개입 의미보다는 의견조회 의미에 부합한다"고 했다.
또 "이번 의견조회 절차를 통해 정부가 전공의들에게 부당하게 강제노동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 입증됐다거나, 정부가 동 절차를 폄하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ILO의 의견조회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주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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