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 안건 모두 통과…변재상 전 미래에셋생명 대표 사외이사 선임
주가 부진에 최수연 대표 진땀…"책임 통감, 서비스 혁신 성과 자신"
"알리·테무 공습은 위기이자 기회…광고 등 파트너 전략 모색 중"
[서울=뉴시스]최은수 이승주 수습 기자 = "네이버 주가 때문에 고통스럽습니다. 시장의 평가는 냉정한데, 제가 볼 때 네이버는 혁신이 없습니다.”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 네이버가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근 부진한 주가와 관련해 주주들의 날선 질문이 쏟아지면서 진땀을 흘렸다.
네이버는 26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제2사옥 1784에서 제25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주총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주주들이 참석, 엄숙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주총에 상정된 안건은 ▲제25기(2023년) 재무제표(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 포함) 승인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변재상 선임의 건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회 위원 이사무엘 선임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 6건이며 모두 원안대로 통과됐다.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후보에 오른 변재상 전 미래에셋생명 대표는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가 지난 21일 제5차 위원회를 개최하고 기업가치 훼손 이력을 이유로 선임을 반대한 바 있으나, 원안대로 통과됐다. 국민연금공단은 네이버의 지분 9.3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주주들 역시 변재상 후보 선임에 대해 의문을 내비쳤다. 한 주주는 “국민연금이 변재상 후보 선임을 반대했는데, 이러한 우려를 해소했나”라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국민연금의 우려를 전달 받았고 사외이사 추천 과정에서 엄중한 검증과 해소 절차를 거쳤다고 판단한다"라며 "상법 시행령에 열거된 사외이사 자격 요건과 독립성을 검토한 결과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 대표는 "2020년 미래에셋 계열사가 공정위로부터 특수관계인에게 부당 이익을 제공해 시정 조치를 한 것에 대해 확인한 결과 후보자 본인이 직접 제재를 받은 적이 없고 과징금 규모가 매출 대비 미미하다"며 "사실 관계 위법성 다툼이 있어 처분에 대한 취소 소송이 진행 중으로 사실관계 없음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주총에서 네이버는 전년과 달리 다수 주주들에게 질문 기회를 줬다. 주주들은 네이버의 주가 부양, 주주 친화 정책, 서비스 혁신 계획 등을 요구했고 자회사 상장으로 인한 모회사 주주 가치 훼손, AI(인공지능) 경쟁력, 장기 성장 전략 등에 대해 우려를 내비쳤다.
특히 한때 40만원을 넘었던 네이버 주가가 최근 20만원 밑으로 하락하면서 부진한 주가 흐름을 지적하는 주주들의 목소리가 잇따랐다. 한 주주는 "유튜브에 잠식을 당하고 있으나 네이버가 이에 대한 대책을 제대로 못 세우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최수연 대표는 "주가 심려가 클 것으로 생각하고 책임을 통감한다"라면서도 "유튜브가 나왔을 때 경쟁 상황을 고려해 커머스를 선택한 결과 사업적 성장과 SME(소상공인) 생태계 구축을 잘 이뤄냈다. 클립, 치지직 서비스 역시 유튜브와 경쟁 속에서 저희만의 뾰족한 경쟁력에 대해 고민한 전략적인 답"이라고 답했다.
또 다른 주주는 "엔비디아에 반해 네이버는 상당히 유감스러운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며 "네이버가 생각하는 장기 성장 전략이 무엇인가"라고 질문했다. 최 대표는 "핵심 사업인 광고, 커머스는 여전히 성장세가 높다"며 "AI기반의 B2B(기업간거래) 사업, 기술 수출이나 인수한 커머스 사업에 AI를 녹여서 앞으로 성과가 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근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 테무로 인한 네이버 경쟁력 약화 우려도 나왔다. 이에 최 대표는 아직까지 알리, 테무가 네이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판단했다.
최 대표는 "네이버 쇼핑 모델 자체는 알리, 테무, 쿠팡과 직접 비교가 어렵고, 파트너가 늘어나는 것은 전략적으로 긍정적 의미도 있다"며 "위기이자 기회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광고부서는 알리, 테무와 면밀하게 협력을 하고 있고 해외 파트너들이 광고상품, 서비스, 스마트스토어 및 브랜드스토어 일부 참여하는 방안 등 다양하게 모색 중"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네이버웹툰이 미국 증시에 상장하면 모회사인 네이버 주주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김남선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웹툰이 적자를 내고 있고, 네이버 사업에 광고와 커머스 비중이 커 오히려 주가에 도움보다는 마이너스가 되고 있다"며 "웹툰이 미국 상장 시 마케팅, 브랜딩 효과가 인지도 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고 네이버 주가에 일부 반영되지 않던 가치가 창출될 것이라는 믿음 하에 상장을 검토했다"고 해명했다.
분할상장 시 주주들에게 이익배분을 검토해달라는 요구에 대해 김 CFO는 "신규 투자자들이 신규 자본에 투자하면 그 수혜가 네이버에 당연히 있다"라며 "무상으로 주식을 공유하는 것은 법상으로 금지됐다. 웹툰이 좋은 가격의 주식을 나타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1784에 적용한 네이버의 다양한 로봇들의 수익화 시점에 대해선 최 대표가 "사우디 같이 큰 도시 규모에 디지털트윈 플랫폼을 이미 구축하기로 했고, 여기서 멈추지 않고 (사우디에서) 다양한 기술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자사주 소각 계획에 대해선 김 CFO가 "저희 자사주 보유 규모가 과하다는 지적이 있다"라며 "지난해에 1% 소각했고, 내년 1% 소각하면 최종 5% 목표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지난해부터 3년간 자사주의 총 3%를 매년 약 1%씩 소각할 계획이며, 중장기적으로는 자사주 보유 비율을 5% 이내로 유지할 계획이다.
한편, 이번 주총 안건 통과로 네이버는 이사회 결의로 배당을 받을 주주를 확정할 수 있는 기준일을 확정하고, 이를 2주 전에 공고하도록 정관을 변경했다. 주주의 배당 예측 가능성을 제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1년 사채 발행 건에 대해 이사회 포괄 결의로 대표이사에게 위임 가능하도록 개정해 시장 상황에 따라 사채를 보다 효율적인 시기에 빠르게 집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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