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불공정거래로 연명하는 '좀비기업' 증시 퇴출"

기사등록 2024/03/25 12:00:00

상장폐지 44곳 중 37곳서 상폐 회피·부당이익 편취

신규상장 앞두고 회계 '뻥튀기'했나도 집중 조사

거래소도 상폐 절자 단축 검토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금융감독원이 불공정거래로 상장폐지를 회피하는 좀비 기업들을 시장에서 퇴출한다고 25일 밝혔다. 지난달 이복현 금감원장이 '자격 미달 기업의 증시 퇴출'을 언급한 지 약 한달 만이다. 한국거래소도 상장폐지 절차 단축을 검토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시장에 입성하려는 신규 상장 기업들이 회계분식·매출 부풀리기 등 부정한 수단을 사용하는지도 집중 조사 대상이다. 금감원은 기업공개(IPO) 테마 감리 과정에서 카카오모빌리티가 고의적으로 매출액을 부풀렸다고 보고 제재 절차를 진행 중이며, '매출 절벽' 사실을 숨기고 상장했다는 의혹을 받는 파두 사건도 들여다보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최근 3년 간 실적 악화 등으로 상장폐지된 44개 기업 중 37곳에서 다양한 형태의 불공정거래가 발생했다. 이 중 15곳에 대해 금감원은 조사를 완료하고 증권선물위원회 의결 등을 거쳐 조치했다. 22개사에 대해서는 조사를 진행 중이다.

조치 완료된 사건의 부당 이득 규모는 총 1694억원이며 혐의 종류별로 부정거래가 7건, 시세조종이 1건, 미공개·보고의무 위반이 7건이다.

특히 이들은 상장폐지 직전까지도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상장폐지된 9곳은 거래정지 전 2년 간 유상증자를 통해 1170억원,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권(BW) 발행으로 2067억원 등 총 3237억원의 자금을 시장에서 조달했다.

더 많은 자금 조달을 위해 시세조종 등으로 주가를 인위적으로 높인 사실도 발견됐다.

현재 상장폐지된 A사의 실질사주는 A사 주식의 주가 하락으로 저축은행에 담보로 제공한 주식이 반대매매 위기에 처하자 시세조종 전문가에게 시세조종을 지시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렸다. 이후 A사는 CB·BW 발행 등을 통해 73억원의 자금을 조달하기도 했으며 경영 상황이 호전되지 않아 10개월 만에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됐고, 결국 상장폐지됐다. 사건은 증선위 의결로 고발 조치됐다.

B사의 최대주주는 코로나19 백신의 국내 위탁생산을 추진한다는 등 호재성 정보를 유포해 주가를 상승시킨 후 보유 주식을 고가에 매도해 부당이득 52억원을 취했다. 결국 회사 경영난이 심화돼 회계감사인의 감사의견이 '의견 거절'로 제출될 것으로 예상되자, 감사보고서가 공시되기 전 주식을 추가 매도해 부당이득 105억원을 편취했다. 이 사건은 증선위원장 긴급조치로 검찰에 이첩됐다.

금감원은 가상납입성 유상증자, 회계분식 등을 통해 상폐 요건을 회피한 후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거나 횡령·차명주식 고가 매도 등을 통해 부당 이득을 편취한 사례도 발견해 조사 중이다.

무자본 인수합병(M&A) 세력은 인수대상 C사가 대규모 손실로 상폐 위험에 처하자 연말 거액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상폐 요건을 면탈했다. 이후 주가가 상승하자 증자 대금을 횡령하고 페이퍼컴퍼니 명의의 보유 중이던 주식 등 차명주식을 고가에 매도해 부당이득을 편취했다.

또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던 D사는 자산을 과대계상해 상폐 요건을 탈피했다. D사 최대주주는 보유 주식을 매도해 부당이득을 편취했으며 D사는 분식재무제표를 사용해 수년간에 걸쳐 천억원대의 자금을 조달해 기존 차입금 상환 등에 사용했다.

금감원은 "이런 불법행위는 좀비기업의 퇴출을 지연해 주식시장 내 자금이 생산적인 분야로 선순환되는데 걸림돌로 작용할 뿐 아아니라 투자자 피해를 야기하고 주식시장의 신뢰와 가치를 저해하는 중대한 범죄 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또 "상장폐지 회피 목적으로 자행되는 불공정거래 행위에 강력 대응해 투자자를 보호하고 주식시장 신뢰와 가치를 제고하겠다"고 했다.

이와 함께 기준 미달 기업이 투자자를 속이고 상장하지 못하도록 조사 및 감리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상장에 부적절한 기업이 신규 상장을 위해 분식회계, 이면계약 등 부정한 수단을 사용한 혐의가 확인될 경우 철저한 조사·감리를 실시하겠다"면서 "상장 당시 추정한 매출액 등 실적 전망치가 실제 수치와 크게 차이 나는 경우엔 전망치 산정의 적정성 등에 대해 면밀히 분석하겠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coincidenc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