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한동훈 요청 즉각 화답해
대통령실, 윤-한 합심한 모습 보여줘
한 '중재자' 자처, 의정갈등 해결 묘안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요청을 수용해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의사 면허 취소 처분을 유예하기로 전격 결정한 것은 4·10 총선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한 위원장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의대 교수들이 예고한대로 오는 25일 집단 사직해 비상진료 체계까지 무너지면 결국 대통령실과 정부책임론으로 귀결될 수 있어, 강대강 대치보다는 대화의 국면으로 전환하기에는 적절한 타이밍으로 판단했을 수도 있다.
24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한 위원장이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 회장단과 만난 직후 바쁘게 움직였다.
일요일에면 관저에서 열리던 수석비서관회의도 이날 윤 대통령은 용산 집무실에서 진행했다. '의료현장 이탈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행정처분을 유연하게 처리해달라'는 한 위원장의 요청에 즉각 응답하기 위해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한덕수 국무총리에 "당과 협의해 의료현장 이탈 전공의들에 대한 유연한 처리 방안을 모색해 달라"고 주문했다. 또 의료인들과 건설적 협의체 구성을 통한 대화를 추진하라고 당부했다.
대통령실은 공지를 통해 한 위원장이 미복귀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행정처분을 유연하게 처리해달라고 요청해왔다고 알렸다. 한 위원장이 의-정 간 중재자로 나서면서 행정처분 유연화를 요청하자, 이를 즉각 수용, 정부에 조치를 지시한 것이다.
정부도 즉각 움직여 총리실은 정부와 의료계간 대화를 위한 실무작업에 착수했다. 조만간 한 총리와 의료계 관계자들간 협의 테이블이 마련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이 이날 한 위원장의 요청을 적극 받아들여 힘을 실어줌으로써 한 위원장의 존재감은 더욱 부각될 전망이다. 그동안 불거진 '윤-한 갈등설'은 자연스럽게 불식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의료계와 대화의 물꼬도 트게 됐다.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의 요청을 적극 수용한 모습은 그 자체로 당정이 힘을 합쳐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황상무 사퇴·이종섭 귀국' 논란으로 불거진 당정 갈등설을 해빙하려는 대통령실 노력의 연장선으로도 해석된다.
대통령실은 최근 들어 한 위원장와 윤 대통령이 합심해 민생을 챙기는 모습을 자주 공개하는 중이다.
지난 22일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천안함 46용사 추모비에 참배를 한 뒤 두 사람이 "조작과 선동으로 국민을 분열시키고 나라를 위기에 빠뜨린 종북 세력의 준동을 강력히 응징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전했다.
'국민을 분열시키고 나라를 위기에 빠뜨린', 즉 야권과의 싸움을 앞두고 당정이 갈등을 분출해서는 안 된다는 공감이 이뤄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 위원장이 정부와 의료계의 중재자를 자처함으로써 대통령실은 한 짐을 덜게 됐다.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던 정부의 회유에도 입을 열지 않던 의료계가 한 위원장에 중재 역할을 요청했다는 건 합의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국무총리실은 즉각 "정부는 의료계와 협의해 빠른 시일 내에 한덕수 총리와 의료계 관계자들이 마주 앉는 자리를 마련할 방침"이라고 했다.
당장 오는 26일부터 전공의를 상대로 면허정지라는 강력한 처분을 경고한 정부도 한숨을 돌리게 됐다.
의정(醫政) 갈등이 너무 길어질 경우 결국 피해는 일반 시민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정부 역시 근심이 큰 상황이었다.
'법과 원칙'을 강조하던 정부가 갑작스럽게 의료계에 고개를 숙일 순 없는 형세에서 한 위원장의 중재자 역할은 묘안이 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 역시 최대한 전공의들이 다치는 일이 없게 하는 방식으로 (의정 갈등을) 운영하고자 했다"며 "이같은 취지의 요청을 한 위원장이 (의료계로부터) 받았고 윤 대통령고 공감을 했기 때문에 화답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전공의들의 면허정지 처분을 백지화하는 게 아니다"며 "다만 대화를 통해 최대한 현장 복귀를 설득하고 그럼에도 돌아오지 않는다면 면허정지 기간을 3개월에서 2개월로 줄이거나 처분을 내리는 시점을 늦추는 방식으로 조절하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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