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잦은 소환조사 이례적…혐의 입증 '3대 난제'는

기사등록 2024/03/24 06:00:00 최종수정 2024/03/24 07:05:29

박명하, 5차 경찰 조사…법조계 "이례적"

경찰, SNS 글·카카오톡 대화 관련 추궁

법조계 "위계 성립하려면 상하관계여야"

"의협 간부의 말, 사직 결정 영향 미쳤나"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박명하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조직위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에서 전공의 집단 사직 공모 혐의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2024.03.20.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 장한지 기자 = 경찰이 대한의사협회(의협) 전·현직 간부들에게 수차례 출석 조사를 요구하면서 법조계 안팎에서는 경찰 수사에 대한 의구심이 싹트고 있다. 법조계는 '이례적'이라면서도 고난도의 법리구성이 필요한 수사라고 입을 모았다.

법조계에서는 의협 간부와 전공의가 상하관계에 놓여있는지, 의협 간부의 말이 전공의들의 사직 결정에 직접적 영향을 미쳤는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사적 공간에서의 주관적인 글을 사직 교사의 매개체로 볼 수 있는지 등을 경찰이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명하 경찰 5차례 출석…법조계 "이례적"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명하 의협 비대위 조직위원장은 의료법 위반 및 업무방해 등 혐의로 5차례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지난 12일 첫 조사를 받은 것을 감안하면 10일 동안 5차례 조사받은 것이다.

같은 혐의로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은 총 3차례,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오는 25일 예정된 것까지 고려하면 총 3차례,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2차례,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은 1차례 조사받았다.

핵심 피의자 5명의 의견을 종합하면, 경찰은 이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재된 고발장이나 정부의 조치에 대한 비판, 전국 의사들의 향후 계획, 카카오톡 대화 내용, 언론 보도 등과 관련한 의견을 캐물은 것으로 전해진다.
 
박 조직위원장은 5차 경찰 조사를 받고 나오면서 "전공의, 의대생들의 집단행동을 우리가 교사하지 않았느냐는 취지로 조사가 지리하게 이어졌다"며 "전공의와 학생들이 자발적, 개별적으로 저항을 하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절대 교사나 공모하지 않았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다"고 밝혔다.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지난 20일 2차 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에 출석하며 “저를 포함한 5명의 피고발인들이 100시간 넘게 조사를 받았다”며 “수사당국은 우리에게 혐의를 입증할 만한 어떠한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은 '3차 조사 때 무슨 얘기가 오갔냐'고 묻자 "똑같은 내용"이라며 "전공의의 자발적인 사직에 공모했느냐 이런 부분에 대한 이야기다"라고 답했다. 이어 "똑같은 말씀이지만 자발적인 사직이었고 사직을 공모하거나 교사하거나 그런 것은 전혀 없다는 말씀 드렸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열린 의대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에서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03.03. yesphoto@newsis.com


◆의협 지도부-전공의 상하관계인가…수사 난제 3가지는

법조계는 수차례 출석 조사가 '이례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1~2번 출석 조사한 뒤 보완이 필요할 경우 한 차례 더 부르는 경우는 있어도 10일에 걸쳐 5차례 조사하는 건 드물다는 것이다.

지청장 출신 변호사는 "10일에 걸쳐서 5번 출석조사하는 건 드문 일이다"며 "거의 매일같이 불러 조사해서 증거능력이 문제된 적도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 관계자도 “이례적인 걸로 보인다"고 답했다.

검사장 출신 김경수 변호사(법무법인 율촌)는 "조사할 내용은 정해져 있는데, 자주 부른다는 것은 압박용일 수도 있다"며 "조사할 내용을 충분히 준비를 해서 불러야 하는데, 과잉 수사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걸로 보인다"고 전했다.

서부지검장 출신 변호사는 "추궁을 해서 답을 얻는 게 아니고 증거를 수집해서 구체적인 정황을 가지고 조사해야 한다"며 "피의자들의 말대로 같은 것을 반복적으로 묻는다는 것은 결과론적으로 봤을 때 큰 의미는 없게 된다"고 말했다.

다만, 형법 314조에 규정된 업무방해죄 성립을 위해서는 '위계나 위력'이 전제조건이어야 하는데, 집단사직한 전공의와 의협 지도부가 상하관계에 놓여있는지 여부를 입증하는 것이 경찰로서는 난항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의협이 하나의 단체이지만 전공의와 이해관계가 다르다"며 "전공의가 병원을 떠나는 것에 대해서 직접적인 책임이 의협 간부들에게 있느냐, 이것을 인정하기가 쉽지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SNS 글이 전공의 사직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는지도 입증해야 할 문제다. 영향을 미쳤다고 하더라도 의협 간부 쪽에서는 SNS를 사적인 공간에 게재한 개인의 의견으로 보고 표현의 자유라고 주장할 수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전공의들과 어떤 연락 체계를 거쳐서 선동을 했는지 입증이 돼야 빈 곳이 없어진다"며 "SNS 게재를 했기 때문에 집단사직 결과가 일어난 거 아니냐는 공백을 메꾸기 위해서는 상당히 고난도의 법리 구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향후 구속영장 발부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조사에서 껌을 씹는다든지 주머니에 손을 넣고, 반복적으로 진술을 거부하는 등의 행동이 이어질 경우 수사기관에 비협조적인 태도로 구속영장이 발부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집단사직을 교사한 내용이 담긴 카카오톡 대화내용 등 물증이 없다면 구속영장 신청을 할 수 있어도 기각될 걸로 보인다는 관측도 나온다.


◎공감언론 뉴시스 hanz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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