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중심병원 만든다더니"…소아과의사 울린 '이것'

기사등록 2024/03/20 05:01:00 최종수정 2024/03/20 09:05:07

"인턴 투입, 전문의 중심병원 취지 안맞아"

"전공의-전문의-전문인력 상생 병원으로"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지난 15일 오후 서울 시내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2024.03.15. kch0523@newsis.com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정부가 전공의 부재로 인한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전공의 의존도를 낮춘 '전문의 중심 병원'을 만들겠다고 밝힌 가운데, 의사 면허를 딴 후 전공의 과정에 입문한 인턴을 활용하는 것은 정책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20일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전문의 중심 병원'을 의료개혁 청사진 중 하나로 제시했다. 전공의 의존도가 높은 의료체계를 개선해 전공의는 수련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환자에게는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정부가 필수의료 패키지에 '전문의 중심 병원'을 만든다면서 초보의사인 인턴을 2년간(기존 1년제) 활용하는 방안을 넣었다는 점이다. 인턴은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 면허를 취득한 후 1년 동안 병원에 있는 모든 진료과를 돌면서 다양한 임상 경험을 하게 된다. 수련의라고도 한다. 주로 소독, 채혈, 수술 준비, 환자명단 관리 등을 맡는다.

한정우 세브란스병원 소아혈액종양과 교수는 "전문의 중심 병원을 만든다면서 필수의료 패키지에 인턴 2년제를 끼워 넣어 몸값이 가장 싼 인턴을 2년이나 착취하겠다고 한다"면서 "앞 뒤가 안 맞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턴 선생님들이 싫어하는 과라도 억지로 배치해주면 필수의료과인 우리가 기뻐할 줄 알았느냐"면서 "단 한명이라도 우리와 뜻을 같이하는 전공의와 함께하고 싶다"고 했다.

정부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인턴 2년제를 넣은 것은 전문의 중심 병원을 만드는 데 필요한 비용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을 기형적인 전공의 중심에서 전문의 위주로 바꾸겠다고 했지만, 전공의보다 인건비가 비싸고 근무시간은 짧은 전문의를 확보하려면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한 교수는 "실무교육 중심 인턴제도 개혁을 논의 중 필수의료 전공의 미달 사태에 직면하자 갑자기 인턴수련 기간을 2년제로 바꿨다"면서 "인턴제 폐지와 의대 실무 교육 강화로 마무리돼야 하는데 오히려 반대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년간 유지돼온 인턴 제도는 교육과 수련에 비효율적이여서 선진국처럼 인턴제를 없애야 한다는 논의가 지속돼왔다. 우리나라의 인턴은 수련 효과가 낮고 각 과의 잡무를 처리해야 해 실무 교육이 의대 3,4학년에서 완료돼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의대 3,4학년 진료 업무 수준은 한국 레지던트(인턴 과정을 마친 전공의) 1년차 이상으로 미국 등 선진국에는 인턴 제도가 없다.

한 교수는 "전문의 중심 병원은 필요하지만 평생 당직 서는 교수들을 보면서 전공의들이 과연 필수의료를 전공하겠느냐"면서 "전공의, 전문의, 전문인력이 조화롭게 상생 발전하는 선진국형 병원으로 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필수의료를 선택한 의사들에게 수입은 첫 번째 가치가 아니다"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헌신에 상응하는 생활의 안정감, 든든한 동료, 어려워도 버틸 수 있게 해주는 의사로서의 자부심과 사명감이다. 안 그래도 아픈 소아과를 두 번 아프게 하지 말라. 지금이라도 실질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소아과 전공의 지원율 급감으로 소아청소년암을 진료하는 의료진이 크게 줄고 있다. 소아혈액종양 교수는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에 69명(대한소아혈액종양학회 통계) 밖에 남지 않았다.

국내 소아청소년암 완치율은 약 85%에 달할 정도로 의료 수준은 높다. 하지만 고강도, 고난이도, 고위험 의료 서비스의 특성과 소아청소년암은 성인암에 비해 의료인력 투입량은 많은 반면 수가는 낮아 진료를 지속하려는 병원도 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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