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아트센터·서울월드컵경기장 공연 잇따라 예정
고양 CJ라이브시티도 기대
동쪽 상징 올림픽주경기장 리노베이션 등의 영향
지금까지 마룬5는 주로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옛 체조경기장),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 등 서울의 동쪽과 부산·대구 등 우리나라 동쪽 지역에서 공연했다.
그런데 2019년과 2022년 서울의 서쪽인 고척스카이돔에서 공연을 하더니, 8~9일 일곱 번째 내한공연은 그보다 더 서쪽에 위치한 인천 영종도 모히건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 내 K팝 전용 공연장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펼친다.
국내 대중음악 공연장계에 '서쪽 시대'가 열렸다.
지난해 말 인스파이어가 문을 열면서 서쪽 시대가 본격화됐다. 그간 그룹 '샤이니' 멤버 겸 솔로가수 태민, 한류듀오 '동방신기', 남매 듀오 '악뮤' 등이 이곳 무대에 올랐다. '2023 멜론 뮤직 어워드(MMA)', '2023 SBS 가요대전' 등도 열렸다. 오는 16일엔 힙합그룹 '에픽하이'가 데뷔 20주년 콘서트 앙코르 공연을 펼치고, 내달 14일엔 2.5세대 한류 그룹 '엑소'가 팬미팅을 마련한다.
서울 영등포구 명화라이브홀도 '공연장 서쪽 시대'에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해 11월 영국 브릿팝 밴드의 상징 '오아시스' 출신 노엘 갤러거가 이끄는 '하이 플라잉 버즈' 내한공연을 시작으로 눈길을 끄는 내한공연들을 잇따라 유치하고 있다.
세계적인 공연 기획사 라이브 네이션의 한국 지사인 라이브 네이션 코리아의 전용홀 격이다. 그간 1000석 안팎의 내한공연은 서울의 동쪽인 광장동 예스24 라이브홀에서 열렸는데 분산되는 중이다. 실제 9일만 해도 영국의 드림팝 밴드 '슬로우다이브(Slowdive)'가 명화라이브홀에서 공연하고, 미국 헤비메탈 밴드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 기타리스트 슬래시(Slash·슬래쉬)는 같은 날 예스24 라이브홀 무대에 오른다.
실제 명화라이브홀에선 쉬지 않고 공연이 열리고 있다. 이번 주만 해도 한국계 일본 래퍼 챤미나(5일), 필리핀계 미국 R&B 싱어송라이터 제프 버넷(6일)이 공연했다. '밤양갱'으로 신드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가수 겸 배우 비비(BIBI·김형서)는 오는 4월 20~21일 명화 라이브홀에서 팬 콘서트인 '비비 팬 콘서트 : 와주셔서 감사합니다'를 연다.
대세 그룹 '세븐틴'(SVT) 역시 서쪽에서 잇따라 대형 콘서트를 연다. 오는 30∼31일 인천아시아드 주경기장과 내달 27∼28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앙코르 투어 '팔로우 어게인(FOLLOW AGAIN)'을 펼친다. 톱 가수 임영웅도 5월 25~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올해 초 성료한 전국투어 단독 콘서트 '아임 히어로(IM HERO)' 앙코르 공연을 연다.
이달 열리는 'MLB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를 위한 리노베이션으로 한동안 콘서트가 열리지 못했지만, 야구 경기가 없는 날엔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도 대형 콘서트가 열리는 단골 장소다.
곧 사업을 재개할 것으로 보이는 경기 고양 대규모 복합문화시설 CJ라이브시티도 서쪽에 위치해 있다. CJ그룹이 세계 최대 규모의 K팝 전문 공연장 아레나 등을 짓는 사업이다. 인천 인스파이어 리조트 인근에 위치한 파라다이스 시티도 올해 대중음악 쪽을 강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펑크 밴드 '크라잉넛' 베이시스트인 '캡틴락' 한경록의 음악 축제 '2024 경록절'이 이곳에서 열리기도 했다.
◆왜 서쪽으로 가나
사실 오랫동안 서울 동쪽이 대중음악 콘서트 중심지였다. 국내 콘서트계 꿈의 무대로 통하는 5만석 이상 규모의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 아이돌 콘서트업계 성지로 통하는 올림픽공원 내 케이스포돔(옛 체조경기장) 그리고 케이스포돔 주변의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 올림픽홀 여기에 작은 규모의 공연이 잇따라 열린 예스24 라이브홀 등이 있었다.
하지만 상징적인 올림픽주경기장이 지난해 6월 미국 팝스타 브루노 마스 등의 공연을 끝으로 리노베이션 공사에 돌입하면서 대형 공연을 유치하기가 힘들어지면서 '동쪽 시대'에 금이 갔다. 특히 올림픽주경기장 급 가수들인 세븐틴, 임영웅이 그래서 잔디 관리 등으로 인해 대관이 까다로움에도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인스파이어 아레나, 건축음향 확실한 차별점
국내엔 인스파이어 아레나 설립 이전까지 제대로 된 아레나는 없었다. 나라별로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보통 대중음악 전문 공연장은 객석 수에 따라 홀(5000석 안팎), 아레나(1만~2만석), 슈퍼아레나(3만석 안팎), 돔(5만석 안팎), 스타디움(7만명 안팎) 등으로 분류된다. 이 기준으로 따지면 1만5000명 수용이 가능한 케이스포돔이 아레나급이다.
하지만 예전 명칭 '체조경기장'에서 알 수 있듯, 케이스포돔은 애초 체육시설을 위해서 설계됐다. 그런데 최대 1만5000명이 수용 가능한 인스파이어 아레나는 처음부터 대형 라이브 이벤트를 위해 설계됐다. PA(public-address system) 사운드 브랜드인 메이어 사운드(MEYER Sound) 시스템을 탑재했다. 이는 설계 당시부터 '건축음향'이 고려가 됐다는 얘기다.
건물 내에 최적의 음향환경과 청취조건을 조성하기 위한 기술분야다. 음향을 굴절시키는 반사각을 고려해서 설계됐고 벽면은 흡음제로 설치했다. 냉난방으로 인한 유속을 고려해 음 왜곡도 최소화했다는 설명이다. 잔향 시간은 3~4초 가량이다.
이 부분은 국내 콘서트장으로서 인스파이어 아레나의 최대 강점 중 하나다. 국내에선 그간 블루스퀘어, 샤롯데씨어터, 세종문화회관 같은 3000석 이하 공연장만 건축음향 설계가 돼 있었다. 국내 3000석 이상의 공연장은 본래 체육시설이라 건축음향 설계가 아니다. 장현기 인스파이어 아레나 제너럴 매니저(GM)는 지난 1월 언론과 만난 자리에서 "관객들이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라이브를 접하면 악기들이 다 구분돼서 들린다고 하신다"면서 "베이스, 하이톤, 일렉기타가 다 구분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8일 객석에서 지켜본 마룬5의 공연이 그랬다. 객석 변형도 자유로운 이곳에서 원형으로 공연하지 않고 보통의 프로시니엄 형태(액자 형태)로 무대를 구현했는데도, 사운드가 명징했다.
하지만 아는 맛이 무서운 법. '디스 러브', '원 모어 나이트', '애니 멀스', '럭키 스트라이크', '선데이 모닝', '페이폰', 메이크스 미 원더' 등 히트곡 퍼레이트에 관객들은 떼창으로 화답했다. 여기에 질 좋은 사운드가 더해지니 더 흥이 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헤비'였다. 내달 15일 서울 홍대 앞 무신사 개러지에서 단독 공연하는 마룬5 멤버이자, 뉴올리언스 출신의 솔 뮤지션 겸 프로듀서 피제이 모턴(PJ Morton)의 곡인데 솔(soul)풀한 그루브가 일품이었다. 마룬5의 프런트맨인 애덤 러빈의 팔세토 풍의 창법뿐 아니라 모턴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더해졌다. 이처럼 사운드 결이 풍부한 곡에서 인스파이어 아레나의 건축음향이 빛을 발했다. '메모리즈' 무대에선 관객들이 일제히 스마트폰 플래시를 켰는데, 어디에서도 다른 객석이 잘 보이는 구조 덕분에 더 아늑한 광경이 연출됐다.
지난달 미국 팝 슈퍼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도쿄돔 공연을 보면서 흥미로웠던, 공연장 내 일부 음식물 반입도 가능했다. 관객들은 음료와 팝콘을 자유롭게 먹으면서 공연을 즐겼다. 그간 국내 콘서트장에선 물 외 반입이 힘들었다. 다만 인스파이어 아레나 관계자는 "아티스트 요청에 따라 음식물 반입 규정이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또 디지털 샹들리에가 위치한 입구 앞 로툰다(다목적 원형 홀) 등 관객들이 대기할 장소가 비교적 넓다는 점도 이 공연장의 강점이다.
주차, 대중교통을 통해 이동하기가 불편하다는 점이 여전히 단점으로 꼽히기는 한다. 하지만 이날 대규모 셔틀버스를 동원하는 등 비교적 이동에 큰 불편은 따르지 않았다.
마룬5는 이곳에서 공연하는 첫 해외 아티스트다. 입소문이 나면 해외 아티스트들의 공연이 잇따라 열릴 것으로 보인다. 세븐틴 등이 속한 하이브(HYBE)는 오는 6월 15~16일 이틀간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아레나와 디스커버리 파크에서 '2024 위버스콘 페스티벌(Weverse Con Festival)'을 연다. 이 외에도 여름에 이곳에서 대형 페스티벌이 대거 예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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