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대병원 교수협의회도 6일 성명 발표
6일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3개월 면허정지 행정처분 사전통지서를 전날부터 발송하기 시작했다. 전공의 집단행동 주동자에 대한 경찰 고발도 검토 중이다. 의대교수 협의회는 잇따라 성명을 내고 "전공의에 대한 법적 처벌이 진행되면 제자들을 지키기 위한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건국대학교병원 교수협의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피교육자 신분인 인턴과 전공의의 사직으로 대한민국의 의료가 마비되는 상황을 목도하면서 필수의료를 누가 어떻게 지켜왔는지 민낯이 드러났다"면서 "정부는 필수의료를 살린다는 명목 하에 필수의료를 짊어지고 있는 의사들을 사회악으로 여론몰이 하면서 오히려 의업을 포기하게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의료 환경을 대물림 시킨 선배 의사로서 미안함과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면서 "명확하지 않은 근거에 추산한 졸속 의대정원 증원으로 미래 세대에게 제대로 된 교육을 제공할 수 없다는 점에서 자괴감과 참담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들은 "수련의와 전공의에 대한 협박과 처벌이 지속돼 그들이 병원으로 돌아올 수 없다면 교수직 수행의 의미와 명분이 없기 때문에 제자들을 지키기 위해 행동에 나설 것"이라면서 "환자들의 곁을 끝까지 지킬 것이나 사태가 장기화 됨에 따라 한계에 부딪치면 심각한 파국에 이를 것이고, 이는 무리한 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한 정부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학생들 역시 사태가 장기화되면 집단 유급을 피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이에 대한 교육부의 조치가 없다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현재 40명 정원으로도 충주병원의 열악한 환경으로 학생실습이 파행 운영되고 있는데, 이를 알면서도 120명으로 증원 신청한 학교 당국에 구체적인 후속 대책이 무엇인지 밝혀 줄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는 전날 성명을 내고 "전국 대형병원들의 의료 공백이 점차 심화되고 있고 더 이상 의대 교수들이 버티는 것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면서 "중증 환자들의 피해와 고통은 날로 커져만 간다"고 밝혔다.
이어 "지역의료와 필수진료 위기를 해소하는 것이 우선"이라면서 "적정 의대 정원의 도출을 위해 정부, 의사, 시민 모두의 숙의를 통해 근거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정부는 전공의들에 대한 강압적인 조치 대신 대화와 타협의 장을 만들어 전공의와 의대학생들이 병원으로, 교실로 돌아올 수 있게 해야 한다"면서 "교육부와 각 대학본부는 의대 교수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진행되는 의대 증원 절차를 즉각 중단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서울아산·울산대·강릉아산병원 교수들로 구성된 울산의대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전날 교수 99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겸직해제나 사직서 제출 또는 두 가지 모두 실행해야 한다는 응답이 77.5%(응답자 605명 중 469명)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보통 의대 교수들은 진료와 교육을 병행하는데, 진료를 하지 않는 겸직해제의 경우 의료법상 불법인 진료 거부에 해당하지 않는다.
울산의대 교수들은 국제노동기구(ILO)에 정부를 강제노동금지 협약 위반으로 제소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정부가 지난달 전공의들이 소속돼 있는 수련병원에 집단사직 수리 금지 명령을 내림에 따라 병원들은 사직, 재계약 포기 등의 의사를 밝힌 전공의들에게 임용 발령 문자를 보냈다.
전국 33개 의대 교수협의회는 전날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은 무효라며 행정 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했다. 복지부에 대입 증원 결정을 할 권한이 없어 증원 결정은 당연 무효이고, 이해당사자인 의대 교수와 전공의 등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아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제대로 된 의견 수렴 없이 교육부에 희망하는 의대 증원 숫자를 전달했다며 병원장과 학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지난 3일 열린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긴급 간담회에서 김영태 서울대병원장과 김정은 학장이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퇴하지 않을 경우 교수들이 사직서 제출 등 집단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허대석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는 전날 SNS를 통해 “전공의와 인턴은 기본적으로 피교육자로,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한 것은 교육을 더 이상 받지 않겠다는 의사표현"이라면서 "마치 진료를 거부한 것처럼 해석돼 처벌을 협박받고 있다. 교육자들이 책임 있게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또 허 교수는 정부의 의대증원 추진과 관련해 "대한민국에서는 (미국, 영국과 달리)의료인에 대한 정부의 권한 행사에만 의료가 공공재라는 논리가 작동한다"면서 "의료의 공공성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나 국민이 지켜야 할 의무에 대해선 아무런 논의가 없다"고 비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ositive100@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