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국민 생명권 우선" vs 의사 "반헌법적 발언"
전문가 "헌법 따라 필요 범위의 기본권 제한 가능"
"파업권도 필수 업무 분야는 예외…마찬가지 논리"
이를 두고 업무개시명령이 '위헌'이라는 주장과 헌법상 공공복리를 위해 예외적으로 제한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이 맞선다. 어느 쪽이 사실에 가까울까.
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4일 오후 8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에 대해 점검한 결과 신규 인턴을 제외한 레지던트 1~4년차 9970명 중 90.1%인 8983명이 근무지를 이탈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16일부터 100개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 9438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의협 비대위)는 전공의들의 사직을 인정하지 않고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하는 것은 헌법상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집단행동은 전공의의 기본권이라는 주장이 국민의 본질적 기본권인 생명권보다 우선할 수 없다"고 지적했으나, 의협 비대위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 중에 중요성의 경중이 있다는 말을 우리는 전혀 듣지 못했다"고 맞받았다.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도 개인 SNS에 "'공익을 위해서라면 국민의 기본권인 직업선택의 자유도 일부 제한될 수 있다'는 반헌법적 발언을 서슴지 않는 정부"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개인의 의사에 따라 사직했는데 무슨 근거로 복지부가 공무원도 아닌 사람들에게 명령을 내리느냐. 위헌의 소지는 없느냐'는 반응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의사 업무개시명령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했으므로 위헌'이라는 주장은 대체로 사실이 아니라고 봤다.
한상희 건국대 법률전문대학원 교수는 "의사의 경우 파업은 아니지만, 노동조합 파업의 경우에도 필수 업무 분야는 파업권의 예외로 인정하고 있다. 마찬가지 논리로 업무개시명령도 정당화될 수 있기 때문에 업무개시명령 자체가 위헌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의 경우 공공성이 요청되는 분야기 때문에 국가적인 규제는 정당화될 수 있다"며 "헌법에 따라 법률로써 필요한 범위 내에서는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헌법 제37조 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장영수 고려대 법률전문대학원 교수는 "엄밀히 얘기하면 현재 의사들이 말하는 기본권은 이미 선택된 직업인 의사를 행사하는 문제기 때문에 직업 선택의 자유라기보다는 직업 행사의 자유로 봐야 한다"며 "직업 행사의 자유는 직업 선택의 자유보다 제한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장 교수는 "의사들의 직업 행사의 자유가 국민의 생명권보다 더 중요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집단 사직 이후 의료계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의 조치가 부적절하거나 과도한 조치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대부분의 법률가나 법조인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다만 전종익 서울대 교수는 "기본권을 주장하는 쪽은 기본권을 주장할 수 있고, 헌법에서 공익에 따라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것도 맞다"며 "구체적인 자료 없이 업무개시명령이 위헌 혹은 합헌인지 말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한상희 교수도 "업무개시명령을 행사할 요건을 충족했느냐는 다툴 수 있을 것"이라며 "행사를 할 만한 상황이었는지, 행사의 범위는 적절했는지에서는 의견이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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