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미술자료를 개인적으로 수집하는 데 그쳤다면 인정받을 수 없었겠죠, 그런데 저는 그것을 사회와 공유했어요.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책을 펴냈고, 미술 잡지를 창간하고,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과 ‘한국미술정보센터’를 개관했죠, 자료 하나하나를 우리 현대미술의 역사 자료가 되도록 노력했어요. 미술 평론가나 미술사가와 다른 저만의 꽃이죠.”(김달진 관장)
그림 자료 수집을 좋아하던 한 시골 소년이 있었다. 그는 자신의 한평생을 거기에 바쳤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소년의 머리에도 흰 서리가 내려앉았다. 하지만 여전히 전시회가 열리는 곳이라면 어디든 들러 어깨가 쳐질 만큼 가방 가득 미술자료를 챙기는 현재 진행형 동사이다. 별명도 많다. ‘미술계 넝마주이 전설’, ‘걸어 다니는 미술 사전’, ‘움직이는 미술자료실’, ‘미술계 114’와 같이 다양한 별칭으로 불리고, 한국 미술자료계의 ‘인간 문화재’라는 소리까지 듣는다.
이 책 '김달진, 한국 미술 아키비스트'(벗나래)는 오로지 미술자료 수집의 길을 걷고 있는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김달진 관장의 미술 수집에 대한 삶이 담겼다.
"김달진에게는 수집 방향을 바꾸게 한 결정적인 전시회가 있었다. '서양미술전집'을 완성하고 몇 달 지나지 않은 고등학교 3학년 여름, 1972년 7월 18일 화요일에 관람한 ‘한국 근대미술 60년전(6. 27~7. 26)’이 바로 그것이다. 그 전시회를 관람하고 김달진은 감동이 일었다. 수많은 우리나라작품을, 대표 작가 작품을 실물로 처음 접한 것이다. 도판으로 볼 때와 실물은 감동의 질부터가 달랐다. 이 전시는 우리 미술계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1972년 경복궁 내의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한국 근대미술 60년전’은 처음으로 한국 근대미술을 대대적으로 선보였는데, 전시 준비 과정에서 많은 근대 미술 작품들이 발굴되어 국립현대미술관에 소장되었다. 이는 국립현대미술관 전시와 소장품의 역사에서도 큰 사건이었다. 당시 국립현대미술관에는 학예사가 한 명도 없어서 추진위원 15명이 전시를 주도했다. 그동안 인쇄물로 된 서양 명화만 보다가 우리 근대미술의 주옥같은 작품들을 실물로 보자 환희에 찬 기쁨과 전율이 함께 일었다."(‘1부. 수집 중에서)
저자는 미술해설가인 김재희 씨로 이 책의 집필 동기와 개인적 바람을 이렇게 전했다.
“집은 개인적인 욕망에서 시작될 수 있으나 그것을 공유하면 풍성한 문화의 씨앗이 되어 후대에 큰 나무로 성장할 수 있다. 그것은 나를 알아가는 작업으로서의 ‘수집’, 사회에 가치 있는 일을 하는 것으로서의 ‘공유’다. ‘내’가 수집하고 싶은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내놓기 힘들 정도로 하찮아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마음이 시켜서 한 일이야말로 인생이라는 전쟁터에서 ‘내’ 마음의 본진(本陣)이다. 또한 애정을 가지고 관찰해서 얻은 결과물을 보듬는 일은 새롭게 알게 된 자신을 긍정하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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