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수련병원 전공의 78% 집단 진료거부
혈액종양 아이 엄마 "의사 없어 너무 무서워"
사태 장기화 우려…"이번 주말이 골든타임"
24일 경기도 광명에서 서울 세브란스병원을 찾은 60대 김모씨는 뉴시스에 "평소와 달리 사람이 없다. 의사들이 없으니까 환자들이 못 오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이 집단행동 이후 첫 주말인 이날 대학병원은 내내 한산한 모습이었다. 로비와 접수처, 주사나 채혈 등 간호사가 할 수 있는 업무 공간 근처에는 환자가 북적였지만 진료 공간으로 갈수록 텅 빈 모습이었다.
전공의들의 집단 진료거부가 닷새째에 이른 만큼 환자들이 대학병원 대신 종합병원 같은 2차 병원으로 발길을 옮겼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오후 10시 기준 주요 94개 수련병원에서 전공의 8897명(78.5%)이 사직서를 냈다. 전공의가 의사 인력의 30~40%를 차지하는 대학병원은 사실상 업무가 마비된 상태다.
김씨는 전공의 집단 진료거부에 울분을 감추지 못했다. 김씨는 "작년에 암으로 세상을 떠난 아내를 생각하면 환자는 절대적 약자라고 생각한다"며 "약자의 생명을 담보로 해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하루하루 생명을 다투는 환자도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의료인이 파업을 할 수 있냐"며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생명이기 때문에 파업을 종료하고 대화로써 풀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원도에서 온 30대 배모씨는 입원복을 입은 다섯 살 아이에게서 한시도 눈을 떼지 않았다. 배씨는 아이가 소아 혈액종양 진료를 받아야 하는데 담당할 의사가 없어 한 달 내내 전전긍긍했다고 전했다.
배씨는 "처음 간 병원에서 전국에 있는 병원에 연락을 해 진료가 가능한 곳을 찾고 있지만 전공의 파업 때문에 늦어지고 있다고 안내했다"며 "소아 혈액종양 관련 과 자체가 많지 않은데 이런 상황까지 겹치다 보니 너무 답답했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이어 "어른도 아니고 아이가 아프다 보니까 너무 무서웠다"며 "소아과 부족과 전공의 파업, 두 개를 몸소 겪은 케이스라서 2월 한 달 동안 너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정부와 의료계가 접점을 찾지 못하면 교수들까지 집단행동에 나서 사태가 장기화할 우려도 제기된다. 정진행 서울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장과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전날 전공의 집단사직 대응 등을 논의했으나 이렇다 할 협의점을 찾지 못한 상태다.
서울대 의대, 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사태의 골든타임은 이번 주말"이라면서 "주말 동안 한 걸음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면 누구도 해결할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지 않을까 우려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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