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들이 전공의·인턴 업무 공백 메워
복지부 "파업 장기화하면 PA간호사 투입"
간호사 "간호법 거부하더니 이럴 땐 이용"
19년차 간호사 A씨는 23일 뉴시스에 "의사가 빠진 자리를 간호사와 응급구조사들이 메우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국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간호사들이 불법 의료행위에 내몰리고 있다. 의료법상 진료나 처방은 의사만 할 수 있고 간호사는 '의사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 보조'만 가능한데 사실상 의사 업무까지 떠맡게 됐다는 것이다.
뉴시스 인터뷰에 응한 대형병원 간호사들은 전공의가 해왔던 삽관 튜브 관리와 드레싱뿐만 아니라 수술 과정 설명이 필요한 수술동의서 업무도 간호사가 맡고 있다는 증언을 쏟아냈다.
수도권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 B씨는 "남아 있는 인턴이 너무 적고 전공의들도 연락이 안 되니까 울며 겨자먹기로 의사 업무를 하고 있다. 의사 아이디로 처방을 내는 일도 발생하는데 불법을 계속 저지르게 되는 셈"이라고 호소했다.
국립병원에 일하는 간호사 D씨는 "듀티당 간호사 한 명이 인턴 업무인 수술동의서, 독감 검사 등을 다 하고 있다"며 "응급시술이 안 돼서 타병원으로 전원 문의를 했는데 (전공의 파업 때문에) 못 받는다고 해서 여기저기 문의해 가능한 곳에 겨우 보냈다"고 전했다.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간호사들이 얼마나 개입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없는 실정이다.
빅5 병원 중 한 곳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E씨는 "원내 심폐소생술(CPR) 상황이 생길 경우 인턴, 전공의 없이 어떻게 돌아갈지에 대한 지침이나 공지가 전무하다"며 "실제로 CPR 상황 시 아비규환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A씨는 "교수님들은 CPR에 서툰 분들이 많다"며 "전공의들이 나간 뒤에 '코드블루(심정지 환자 발생 시 의료진 출동 명령)'가 늘었는데 일반병동에서 대응하기 어려우니까 중환자실로 환자를 많이 넘기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보건복지부가 "전공의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PA간호사를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히자 대한간호협회는 "불법 하에 간호사가 투입돼 의료공백을 메꾸는 일은 없도록 할 것"이라며 즉각 반박했다. 지난 2020년 전공의 파업 당시 정부 지시대로 일했던 간호사들이 무면허 의료행위로 고발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A씨는 "작년에 간호법 거부권을 행사해서 간호사의 의료행위를 불법이라고 못하게 해 놓고 이제 와서 투입하겠다는 게 이용하고 팽당하는 느낌"이라며 "혹시 (무면허 의료행위로) 고소당하면 보호받을 수 있을까 두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지방의 한 상급종합병원 간호사도 "PA간호사는 법률적 근거가 없다. 의료행위를 하다 환자가 잘못되면 책임은 누가 지겠냐"며 "정부가 간호사 업무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만드는 간호법을 거부해 놓고 이제 와서 하라는 건 앞뒤가 안 맞다"고 지적했다.
탁영란 대한간호협회 회장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 생명과 환자안전을 위해 끝까지 의료현장을 지키겠다는 간호사들을 더 이상 불법진료로 내모는 것은 사라져야 한다"면서 간호법 제정 필요성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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