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그룹, 해외 부동산 투자로 1조원 날렸다

기사등록 2024/02/19 10:04:04

5대 금융 해외 부동산 투자 20조원 규모

미 상업용 부동산 침체에 우려 커져

[ 뉴욕=AP/뉴시스] 뉴욕시 맨해튼의 고층 빌딩 거리를 2023년 4월 11일 한 보행자가 걸어가고 있다. 2023.06.28

[서울=뉴시스]이주혜 기자 = 국내 금융회사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에 경고등이 켜졌다. 5대 금융그룹이 해외 부동산 투자로 1조원이 넘는 평가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미국을 비롯한 해외 상업용 부동산 가치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손실 규모가 더 불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19일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5대 금융그룹의 해외 부동산 투자는 총 782건으로 집계됐다. 금액은 20조3858억원에 달한다.

투자 원금 규모는 하나금융이 6조2458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KB금융 5조6533억원, 신한금융 3조9990억원, 농협금융 2조3496억원, 우리금융 2조1391억원 순이다.

이중 대출 채권을 제외한 수익증권과 펀드 등에 대한 투자는 512건, 투자 원금은 10조4446억원이다.

대출 채권을 제외한 투자 금액은 KB금융이 2조9039억원(126건)으로 가장 많았다. 신한금융 2조7797억원(133건), 하나금융 2조6161억원(157건), 농협금융 1조8114억원(55건), 우리금융 4305억원(41건)이 뒤를 이었다.

현재 이 자산의 평가 가치는 총 9조3444억원으로 원금보다 1조1002억원이 줄었다. 평가 수익률은 -10.53%다.

금융그룹별 투자 원금 대비 평가 가치는 하나금융이 -12.22%로 손실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KB금융(-11.07%), 농협금융(-10.73%) 등도 -10%에 미치지 못했다. 신한금융은 -7.90%, 우리금융은 -4.95%였다.

배당금까지 고려해도 손실을 본 사례가 적지 않았다. 5대 금융그룹이 배당금을 합산한 내부수익률(IRR)을 산출할 수 있는 투자처는 514건으로 이중 내부수익률이 현재 자산가치 기준 손실을 기록한 사례는 51건(9.9%)이었다. 10건 중 1건은 '마이너스'인 셈이다.

5대 금융그룹이 해외 부동산에 대출 채권, 신용공여, 채무보증 등 대출 형태로 집행한 투자 규모는 약 9조9421억원으로 집계됐다. 하나금융이 3조6297억원(98건)으로 가장 많았고 KB금융 2조8494억원(47건), 우리금융 1조7086억원(63건), 신한금융 1조2193억원(49건), 농협금융 5351억원(13건)이 뒤를 이었다.

대출은 대부분 투자 금액과 현재 평가 금액이 비슷한 수준이나 부동산 가격 급락 등 담보 가치 하락으로 손실을 본 경우도 있었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면서 금융권의 손실 우려는 커지고 있다. 삼성증권은 16일 보고서에서 "해외 상업용 부동산 영향은 올해 대형 금융지주를 중심으로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높은 선순위 비중과 선제적 손상차손 인식으로 해외 은행에 비해 관련 손실이 제한적일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개인투자자의 대규모 손실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15일 "해외부동산 펀드는 만기가 앞으로 몇 년 동안 분산돼 있다"며 "투자자들도 일부 공모 펀드에 개인도 있지만 대부분 기관 투자자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 규모가 금융사들이 갖고 있는 손실 흡수 능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고 언급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winjh@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