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차익 '김치 프리미엄' 노리고 투기
4조3000억원어치 외화 불법 해외송금
범죄로 처벌할 수 없다…1심 "무죄"
"무죄 판단해도 대법 판례 위반 아냐"
10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박병곤 판사는 지난 6일 특정금융정보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 등 16명 중 14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금융기관 임직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대해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은 두 명은 각각 징역 1년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A씨 등은 지난 2021년 4월부터 2022년 8월 사이 허위 무역대금 명목으로 4조3000억원에 달하는 외화를 해외로 불법 송금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같은 가상자산이 국내에서 해외보다 비싸게 팔리는 '김치 프리미엄' 수법을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령, 하나의 가상화폐가 해외에선 100만원인데 국내에서 120만원이라면 김치프리미엄은 20만원이 되는 셈이다.
A씨 등은 이 같은 방식으로 돈을 해외로 송금한 뒤 해외 코인거래소에서 가상자산을 구입, 국내 거래소로 보내 매각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극대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범행 당시 시세 차익이 3~5% 정도였던 만큼 이들이 거둔 시세 차익이 약 1200억~21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의심했다. 회당 수억원에서 수백억원의 외화를 해외로 송금하는 동안 시중은행들은 이를 적발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에서 피고인 측은 은행에 외환 송금을 신청했을 뿐 실제 외국환업무를 한 주체는 은행이고, '가상자산사업자'가 아니라 플랫폼 이용자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또, 은행들의 외환 송금 업무 담당자들은 제출된 거짓 증빙자료를 가볍게 믿고 피고인들의 신청을 수용했기 때문에 피고인들의 행위가 은행들의 외환 송금업무를 방해한 게 아니라고 변론했다.
1심은 피고인들의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여 이들이 했던 행위에 대해 범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보고 무죄 판단을 내렸다.
박 판사는 "피고인들이 한 행위가 '대한민국과 외국 간의 지급'에 해당한다면 이 같은 일을 하는 기업들 역시 무역거래대금 결제를 위해 기획재정부에 등록해야 한다"며 "등록 없이 외환을 송금하면 처벌받게 된다는 결론이 나오는데 등록을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봤다.
이어 "피고인들의 행위가 '대한민국과 외국 간의 지급'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더라도 곧바로 외국환거래법의 목적과 외국환업무 취급기관 등록제도의 취지에 어긋나는 결과가 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또 "피고인들이 가상화폐를 거래하는 과정에서 불특정 다수 고객을 상대로 반복적인 영업행위를 했다고 볼 수는 없다"며 이들이 '가상자산사업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은행 직원들은 대부분 외환송금신청서에 적힌 거래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확인하지 않은 채 송금 업무를 처리해 준 것으로 보인다"며 "거짓 내용의 증빙자료를 제출했기 때문에 은행들이 외환 송금업무를 처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끝으로 "유사한 사건에 대해 유죄로 판단한 대법원판결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 사건 쟁점들에 대해 대법원이 유죄로 판단했다기보다 명시적으로 판단하지 않았다고 보는 게 더 타당하다고, 이 사건을 무죄로 판단하더라도 대법원 판례에 위반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지난 8일 1심 판단에 불복해 재판부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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