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순매출 72억유로·순익 20억유로…가이던스 상회
AI 반도체 수요 증가 전망으로 주가도 '쑥'…유럽 3위 달성
中 무역통제 등 리스크 우려 속…메모리 반등 기대 엇갈려
24일 업계에 따르면 ASML은 지난해 4분기(10~12월) 순매출 72억3700만 유로, 당기순이익 20억4800만 유로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분기 기준 매출과 이익 모두 역대 최대다.
전년 같은 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12.6% 늘고, 순이익도 12.7% 증가했다. 매출총이익률은 전년(51.5%)과 유사한 51.4% 수준이다. 이 회사가 지난 3분기 실적발표 때 4분기 실적 가이던스(자체 전망치)로 제시한 순매출 67억~71억 유로, 매출총이익률은 50~51%도 소폭 웃돌았다.
연간 기준으로도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다. 순매출은 275억5900만 유로로, 전년보다 30.2% 성장했고 순이익도 39.4% 증가한 78억3900만 유로로 집계됐다. 연간 매출총이익률은 51.3%로, 지난 2021년(52.7%) 이래 최대다. 전년(50.5%)보다는 0.8%포인트 증가했다.
외신 등에 따르면 ASML은 인공지능(AI) 기반 반도체에 대한 수요 증가 전망과 호실적 기대감으로 주가가 치솟으며, 최근 유럽증시 시가총액 3위 자리에 등극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역대급 실적에도…올해 보수적 전망, 왜
ASML은 이 같은 역대 최고 실적에도 일단 올해 전망에 대한 눈높이는 낮췄다.
ASML은 올해 연간 전망과 관련해 "순매출은 지난해와 비슷하겠지만, 매출 총이익률은 전년보다 약간 낮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최근 ASML의 주요 고객사인 대만 파운드리 업체 TSMC가 올해 매출이 20% 초중반의 성장할 것이라고 예고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특히 올해 1분기 가이던스는 순매출은 50억~55억유로·매출총이익률 48~49%로, 전년 1분기(67억4600만유로·50.6%)를 밑도는 수준이다. 전년 말 수주잔고도 2022년 말 404억유로 대비 감소한 390억유로를 기록했다.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는 "반도체 산업은 여전히 사이클의 저점을 헤쳐 나가는 중"이라며 "ASML은 보수적 시각을 견지한다"고 부연했다.
그는 구체적인 이유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았으나, 미국의 중국 수출 통제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ASML은 최근 중국에 심자외선(DUV)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려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요청으로 선적을 중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긍정적 징후도 있다고 언급했다. 베닝크 CEO는 "긍정적 징후도 일부 존재한다"며 "반도체 산업의 최종 소비자 시장 재고 수준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고 리소그래피(노광) 장비 활용도 역시 향상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ASML의 지난해 4분기 예약 매출은 91억8600만 유로로, 전 분기(26억200만 유로) 대비 4배 이상 급증했다. 예약매출은 4분기 공급했지만, 이후 실적으로 인식되는 매출을 뜻한다.
분야별로는 메모리가 5억2040만 유로에서 43억1742만 유로로 8배 급증하며, 메모리 업황 개선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또 ASML은 최근 한 대당 5000억원을 훌쩍 뛰어 넘는 것으로 알려진 차세대 장비 '하이 NA 극자외선(EUV)를 인텔에 공급하며, 향후 실적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베닝크 CEO는 "2025년에 상당한 성장세가 기대된다"며 "올해는 이를 준비할 수 있는 중요한 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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