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어 '90초' 유지…"안정 뜻하진 않아"
전쟁이 핵무기 확대 위험·국제적 불안 높여
AI·유전공학 등 신기술 잠재적 위험 야기해
[서울=뉴시스]문채현 기자 = 지구 멸망까지 남은 시간을 비유적으로 보여주는 둠스데이 시계(지구종말 시계) 초침이 지난해에 이어 자정 90초 전으로 설정됐다.
23일(현지시간) 더힐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미국 핵과학자회보(BAS)는 전쟁, 기술 발전, 기후 위기 등 다양한 원인을 근거로 지난해에 이어 둠스데이 시계를 90초로 유지했다고 발표했다.
원자핵의 위험성을 경고하기 위해 세워진 BAS는 매년 둠스데이 시계의 시간을 설정해 발표한다. 핵전쟁과 코로나19와 같은 생물적 위협, 인공지능과 기후 위기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전 세계 인간이 만들어낸 실존적 위협을 설명한다.
BAS 발표에 따르면 90초라는 시간은 2년 넘게 이어지는 러·우 전쟁과 더불어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 침공으로 시작된 이·팔 전쟁까지, 두 개의 전쟁으로 인한 국제적 불안이 반영된 결과다.
이와 더불어 기후변화 대처에 유의미한 진전이 없는 상황과, 유전 공학, 생성형 인공지능(AI) 등 더 큰 실존적 위협을 야기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의 발전 역시 불안 요소로 작용했다. 2023년이 역대 가장 더운 해를 기록한 것 역시 BAS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BAS가 세워진 이래 90초는 자정에 가장 가까운 시간이다. 과학자들은 수십억 명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레이철 브론슨 BAS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에 이어 초침이 90초로 유지된 것은 지구가 안정적이라는 뜻이 아니"라고 주의를 당부했다.
오히려 그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위험은 줄어들기는커녕 더 강력한 기세로 이어지고, 오히려 더 구체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알렉스 글레이저 BAS 소속 과학자는 "핵전쟁이 더 빠르게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핵무기 확대 위험 역시 굉장히 높아졌다"고 말했다.
허브 린 BAS 안보 연구원은 "AI와 같은 신기술은 허위 정보를 확산시키고 기후 위기에 대응하고자 하는 노력을 약화시키는 등 잠재적이고 중대한 위험을 야기한다"고 경고했다.
반면 암부즈 사가르 BAS 소속 정책 연구가는 "2023년이 가장 더운 해를 기록했음에도 긍정적인 발전이 있었다"고 전했다.
사가르는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산업에 1조7000억달러(약 2275조 9600억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졌다"며 재생에너지 비율과 효율을 높이겠다고 선언한 국가들을 향해 "빠르진 않지만 올바른 길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BAS는 "과학자들은 수십 년간 인류가 직면한 위험에 대해 경고해 왔다"며 "미국, 중국, 러시아 등 강대국들이 서로 깊은 적대감을 느끼고 있더라도 협력하고 행동해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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