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분기 연속 적자 낸 태광산업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태광산업은 지난 2022년 2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7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이 기간 누적 적자는 23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8월에는 사업환경 악화와 수익성 부진에 따라 총 매출 3.6% 규모의 방직 사업에서도 철수했다.
태광산업은 연간 기준으로 지난 2022년 1221억원 적자를 냈고 이어 지난해에도 1~3분기에만 845억원 영업손실을 보였다. 최근 2년간 2000억원을 훌쩍 넘는 영업손실을 확실시 되는 것이다.
태광산업의 형제 기업인 대한화섬도 성장성 자체가 정체되고 있다. 2022년 영업이익 64억원을 기록한 대한화섬은 지난해에는 1~3분기까지 47억원 영업이익에 그쳤다. 특히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2% 급감한 3억원에 불과했다.
태광산업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위한 투자도 사실상 멈춘 모습이다. 지난 2022년 말 향후 10년간 신사업에 총 1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집행 금액은 턱없이 부족하다.
건물과 토지, 생산설비 등이 포함된 태광산업 유형자산 규모는 지난 2022년 말 기준 5223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말 5272억원으로 단 0.9% 늘었다.
◆그룹 전체 흔드는 '이호진 회장 리스크'
태광산업이 이렇게 맥없이 흔들리는 것은 최대 주주인 이호진 전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중심에 있다.
경찰은 횡령과 배임 혐의를 받는 이 전 회장을 조만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이미 이 전 회장 자택과 사무실 등을 3차례 압수수색 했고, 참고인 조사를 병행해 상당 부분 혐의점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 회장 소환은 이번 수사의 마지막 증거를 확보하려는 경찰 수사의 몸통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이 전 회장은 지난 2011년 1월 회삿돈 421억원 횡령과 9억여원 법인세 포탈 혐의로 구속 기소됐고, 재판을 거쳐 지난 2019년 6월, 징역 3년형이 확정됐다. 이 회장은 이후 2021년 10월 형기를 마치고 출소했고, 지난해 8월 광복절 특사로 복권됐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다시 이 전 회장이 직원 급여를 허위로 작성하는 방식으로 20억원이 넘는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 과정에서 이 전 회장과 이 전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던 김기유 전 티시스 대표의 갈등도 수면 위로 부상했다.
김 전 대표는 오래전부터 이 회장 오너 일가 회사를 운영하며 그룹 살림살이를 책임졌던 인물이다. 김 전 대표는 이 전 회장 오너 일가의 이른바 '김치·와인 강매 사건'에도 깊숙이 관여해 벌금 4000만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태광그룹 측은 또 다시 불거진 이 전 회장 의혹에 대해 "이 전 회장의 경영 공백 시기에 그룹 경영을 맡았던 전 경영진의 비위"라며 김 전 대표에게 잘못을 돌리고 있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해임된) 김 전 대표가 이 전 회장을 음해하고 다닌다"며 "이 전 회장의 경영 복귀는 변함없는 기정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태광그룹이 이 전 회장 리스크로 다시 흔들릴 수 있다고 본다.
업계 관계자는 "이호진 전 회장이 지난 10여년 간 횡령과 배임 협의로 법원을 오가며 태광그룹 이미지는 나락으로 떨어졌다"며 "이 전 회장이 이번에 다시 구속된다면 태광산업 등 주요 계열사 경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고, 기업 신용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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