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정신 헌법 수록·임을 위한 행진곡' 등 언급
사복경찰 포함 경호 인력 100여명 투입 추정
국민의힘 "경호 강화 문의에 최소화해 달라 요청"
[서울·광주=뉴시스] 이승재 하지현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여당 사령탑'에 오른 이후 처음으로 광주를 방문했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야당 텃밭'에서 민심 잡기 행보로 보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피습 사건 여파로 이전 대전·대구 일정보다 강화된 경호도 눈길을 끌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전 10시께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았다.
그는 30명 남짓 모인 지지자의 환호를 받으며 차량에서 내렸다. 이들은 '한동훈을 사랑하는 모임. 사단법인 훈사모. 한동훈 비대위원장님 환영합니다. 사랑합니다.' 등의 문구가 적힌 대형 현수막을 들고 한 위원장을 반겼고, 이름을 외치며 지지를 보냈다.
한 위원장은 곧장 참배에 나섰다. 방명록에는 '민주주의를 위한 광주시민의 위대한 헌신을 존경합니다. 그 뜻을 생각하며, 동료시민들과 함께 미래를 만들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이후 그는 민주항쟁추모탑과 윤상원·박기순 열사 및 무명 열사 묘역 등을 지나며 묵념했고, 장갑을 벗어 묘비를 직접 어루만지기도 했다.
참배를 마친 이후에는 지역 민심을 의식한 듯 '5.18 정신 헌법 수록, 임을 위한 행진곡' 등을 언급했다.
한 위원장은 민주의 문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법무부 장관을 하면서 두 차례 와서 임을 위한 행진곡 불렀던 그 마음이나 지금이나 똑같다"고 말했다.
그는 "5월의 광주 정신은 어려운 상황에서 민주주의 지키는 정신이다. 대한민국 헌법 정신과 그 정신이 정확히 일치한다"며 "헌법 전문에 5·18 정신을 수록하는 것에 적극적으로 찬성한다"고도 했다.
이번 5.18민주묘지 일정에는 사복경찰을 포함해 경호 인력 100여명이 투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빨간 국민의힘 마스크를 쓴 일부 인력은 '진행'이라 적힌 명찰을 걸고 일정 내내 한 위원장과 동행하면서 주위를 살폈다. 특히, 묘역 앞에서는 경호원들이 손을 맞잡고 한 위원장을 둘러싸는 식으로 경호하기도 했다.
이전보다 경호가 강화되면서 곳곳에서 크고 작은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경찰과 국민의힘 관계자들은 한 위원장의 동선에 맞춰 '뒤로 빠져 달라', '다친다. 협조 부탁드린다'고 말하며 현장 정리를 시도했고, 일부 지지자들과 유튜버는 '과잉 경호하지 말라', '왜 우리만 제지하느냐'고 맞서며 분위기가 격앙됐다.
5.18 민주묘지에 앞서 들렀던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탑에도 경찰이 배치됐다. 기념탑이 위치한 광주제일고 앞에는 약 10m 간격으로 경찰이 서 있었고, 기념탑과 학교 교정을 둘러보는 중에도 경호 인력이 따라붙었다. 다만 이곳에 모인 인원이 적어 돌발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경찰의 자체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고, 당 차원에서 경호 강화를 요청하지는 않았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국민의힘이 한 위원장에 대한 경찰 경호를 강화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보도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경찰에서 경호 강화와 관련해 문의가 있었으나, 최소화해 달라고 요청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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