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사업장 대출 보증채무 9조1819억원
금융사서 자체 조달한 차입금 1조3007억원
정부, 채권시장안정펀드 20조→30조원 확대 검토
[서울=뉴시스] 최홍 기자 =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 작업)을 신청한 태영건설이 갚지 못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채무가 1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새해 첫날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문제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등 시장안정조치 규모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전날 정부는 'F(Finance)4' 회의로 불리는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를 개최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태영건설 이슈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들여다봤다.
새해 벽두부터 태영건설의 PF 리스크가 금융권·건설업계 전반으로 확대돼 국내 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PF에 따른 태영건설이 보유한 채무만 10조원에 육박하고 금융권의 익스포져도 수조원에 달한다.
실제로 최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채권단 400여곳에 보낸 '태영건설 제1차 금융채권자협의회 소집 통보서'에 따르면, 태영건설이 은행·증권사·자산운용사 등 80곳에서 조달한 직접 차입금은 1조3007억원이었다.
또 규모가 작은 시행사의 대출에 대해 시공사인 태영건설이 보증을 선 규모는 9조1819억원에 달했다. 태영건설은 전국 122곳의 부동산 사업장에 보증을 선 상태다.
산업은행은 이달 11일 채권자협의회를 소집해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워크아웃이란 기업이 자력으로 빚을 갚는 것이 불가능할 때 채권단 협의를 거쳐 대출 만기를 연장하거나 신규자금 지원 등을 논의하는 절차다. 채권단의 75% 동의를 거쳐야만 워크아웃에 돌입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태영건설 PF리스크가 국내 경제 전반으로 번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채안펀드의 규모를 확대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채안펀드는 금융권이 공동으로 출자해 우량 금융채와 회사채에 투자함으로써 기업의 유동성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구체적으로 당국은 채안펀드의 운용 규모를 현행 20조원에서 30조원으로 늘리고 건설사의 회사채 등에 대한 차원 지원 프로그램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85조원 수준인 시장안정조치는 향후 약 100조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동시에 금융당국은 태영건설의 고통분담도 이행할 방침이다.
워크아웃에 대한 채권단 동의를 얻기 위해서는 태영건설이 채권단을 설득할 수 있을 만한 자구책을 스스로 내놓아야 한다.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지를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제시해야 채권단이 워크아웃을 통해 만기연장·신규대출 등을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태영건설은 경영정상화에 수조원이 필요한 만큼 자산매각과 더불어 대주주 자기 주식에 대한 감자, 임직원 임금 동결 등 추가적인 자구책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신년사를 통해 "부실기업에 대해 자기책임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하되 질서있는 구조조정과 사업재편을 유도함으로써 금융시장 안정과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조화롭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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