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파트 불 나면?…"'경량칸막이·피난구' 잊지 말아야"

기사등록 2023/12/28 06:00:00

화재발생 장소, 불길·연기 확산 여부로 대피 방법 판단

옆집으로 대피할 수 있는 발코니 경량칸막이 숙지해야

아랫집으로 피난할 수 있는 발코니 하향식피난구 확인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지난 26일 서울 도봉구 방학동 소재 아파트 단지에서 경찰, 소방 관계자들이 화재사고 현장 감식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3.12.26.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 성탄절 새벽 서울 도봉구 방학동 아파트 화재로 2명이 숨지고 30명이 다치면서 아파트 화재 시 대응요령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화재가 발생한 도봉구 아파트는 23층짜리로 불은 3층 세대 내부에서 시작된 것으로 파악됐는데, 사망자는 4층과 10층에서 나왔다.

 10층에 거주하는 30대 남성은 옥상으로 대피하다 11층 계단에서 연기를 흡입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고, 특히 4층에 거주하는 30대 남성은 생후 7개월 딸을 안고 창 밖으로 몸을 던졌다가 숨져 안타까움이 더 했다.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무조건 1층이나 옥상으로 뛰어 올라가 대피해야할까?

28일 소방청은 지난달 개정한 '아파트 화재 발생시 대피요령'을 재차 소개하며 대피요령을 안내했다. 이 매뉴얼의 지침은 '무조건 대피하지 말고 불길과 연기를 보고 판단하라'로 요약된다.

이는 아파트 화재 시 대피 도중 연기 흡입으로 인한 사망자가 다수 발생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3년 간 발생한 아파트 화재 인명피해 중 40% 이상은 '대피 중' 발생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2020~2022년 아파트 화재는 총 8233건 발생했다. 이로 인해 111명이 사망하고 964명이 다치는 등 인명피해가 발생했는데, 이 중 40.37%가 대피 중에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일례로 지난 3월6일 수원의 한 아파트 1층에서 발생한 화재로, 10층에 살던 주민들이 대피 중 연기 흡입으로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 오히려 집 안에 대기하는 편이 안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소방청의 '아파트 화재 피난안전대책 개선방안' 매뉴얼에 따르면 우선 자신의 집에서 화재가 발생했는지 다른 곳에 화재가 발생했는지에 따라 대피요령이 다르다.
[서울=뉴시스]경량칸막이.(사진=유튜브 캡처)

◇자신의 집에서 화재가 발생한 경우

자신의 집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에는 현관을 통해 대피할 수 있는 경우, 계단을 이용해 낮은 자세로 지상층이나 옥상 등 가장 가까운 안전한 장소로 대피한다.

현관 입구의 불길과 연기 등으로 대피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대피공간이나 경량칸막이, 하향식피난구 등이 설치된 곳으로 이동해 대피하거나 욕실로 이동해 대기하며 구조를 기다리는 것이 안전하다. 이때 욕실 수도꼭지를 열어 물이 흐르게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경량칸막이'는 1992년부터 2005년까지 건축된 공동주택에 설치돼 있다. 경량칸막이는 아파트 발코니나 베란다 벽면에 설치된 피난설비로, 1㎝ 정도의 석고보드로 돼 있어 화재 등 긴급상황 시 물건, 손이나 발로 쳐서 부수고 이웃집으로 대피할 수 있다.

하지만 경량칸막이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있다는 것도 아예 알지 못해 붙박이장이나 물건을 쌓아둔 경우가 많다. 반드시 벽면을 비워두고 사용법 등을 숙지해야 한다.
[서울=뉴시스]아파트 비상대피공간(빨간색 표시 부분).(사진=유튜브 캡처)

발코니 확장형 아파트라 경량칸막이가 없다면, 비상대피공간을 확인하면 된다. 발코니를 확장하더라도 비상대피공간을 확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집 내부에 불길과 열기를 일정시간 차단할 수 있는 내화구조 벽체에 방화문으로 구획된 2㎡ 이상의 별도 공간이라, 불과 연기로부터 1시간 가량 보호 받을 수 있다.

발코니 확장형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대피공간이 없다면 '하향식 피난구' 여부를 확인한다. 하향식 피난구는 발코니 바닥에서 위아래 층을 연결하는 지름 60㎝ 이상 간이사다리다. 하향식사다리와 경보시스템으로 이뤄져 화재 경보 시 잠금장치가 해제되며 덮개를 열고 아래층으로 대피하면 된다.
[서울=뉴시스]하향식피난구.(사진=유튜브 캡처)

◇자신의 집 아닌 다른 곳에서 화재 발생한 경우

자신의 집이 아닌 다른 세대나 복도, 계단 등 다른 곳에서 화재가 발생한 경우에는 자기 집으로 불길 또는 연기가 들어오지 않는다면 집 안에서 대기하며 화재 상황을 주시하고 연기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창문을 닫는 것이 좋다.

만약 자기 집으로 화염 또는 연기가 새어 들어오면, 대피가 가능하다면 지상과 옥상 등 가장 가까운 곳으로 대피한다. 화염으로 대피가 어렵다면 문을 닫은 뒤 젖은 수건 등으로 틈새를 막고, 대기하며 구조를 기다리는 것이 안전하다.
 
119에 구조요청을 할 때에는 세대 동·호수 등 자신의 위치와 불길·연기 등 현재 상황을 알려주는 것이 신속한 구조활동에 도움이 된다.
 
소방청은 이러한 ‘아파트 피난안전대책 개선 매뉴얼’을 입주민용과 관리자용으로 구분해 배포할 예정이다. 소방청 누리집에서도 '아파트 화재 피난안전매뉴얼'을 열람하고 내려받을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chki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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