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안에서 4.2조 감액·3.9조 증액 등 656.6조 확정
R&D 6000억·새만금 3000억 늘어…청년 지원 확대
예비비 8000억 최다 감액…ODA·채무지원 등 삭감
[세종=뉴시스] 오종택 기자 = 내년 정부 살림살이를 두고 팽팽했던 정부·여당과 야당간 줄다리기가 일단락됐다.
정부는 애초 대폭 삭감했던 연구개발(R&D) 예산과 새만금 지원 예산 등을 야당 요구로 증액하고, '이재명표 예산'으로 불리는 지역화폐 예산도 재편성했지만 총지출 규모를 줄이는 등 재정건전 기조를 지켰다.
시급성이 떨어지는 공적개발원조(ODA)와 논란이 있는 특수활동비 등을 일부 양보하는 대신 원전 생태계 지원 예산 등을 사수했다.
2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2024년도 예산은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에서 4조2000억원 감액하고, 3조9000억원이 증액됐다. 총지출 규모는 656조9000억원에서 3000억원 줄어든 656조6000억원으로 확정됐다.
쟁점이 됐던 주요 증감액 사업 중 증액된 사업으로는 R&D 예산이 꼽힌다.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나눠먹기식 예산 지적에 내년 R&D 예산을 올해 대비 5조원 넘게 줄인 25조9000억원으로 편성한 바 있다.
미래 성장 동력을 저해한다는 지적과 함께 야당을 중심으로 증액 요구가 빗발쳤다. 여야 협의 끝에 6000억원을 R&D 구조개혁에 따른 연구자 고용 안정, 최신형 고성능 대형장비 확충, 차세대·원천기술 투자 등 명목으로 늘렸다. 야당의 감액 요구가 거셌던 원전 생태계 복원 예산도 늘렸다. 원전 안전성, 부품 경쟁력 강화 등 원천기술 투자 예산이 148억원 증액됐다.
잼버리 파행 등으로 대규모 삭감이 이뤄졌던 새만금 관련 예산도 3000억원 증액됐다. 새만금 입주기업 지원과 민간투자 유치를 위한 고속도로, 신항만, 신공항 등 기업 수요에 맞는 사업에 중점 투입한다.
전액 삭감했던 지역사랑상품권 한시 지원 예산도 국회 논의 과정에서 3000억원을 재편성했다. 지역사랑상품권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부터 공을 들인 사업이다. 정부와 여당은 세수부족 등 지방재졍 여건과 내수 진작, 소상공인 지원 등을 감안해 증액에 동의해다.
영세 소상공인 전기료 인상분 한시보전 예산도 2520억원 늘었다. 온누리상품권 발행량은 5조원 규모로 확대하고, 사용처를 골목상권까지 넓히기 위해 695억원을 증액했다.
올해 말 종료 예정이던 청년 월세 한시 특별지원을 1년 연장하고, 신규 신청을 받아 지원할 수 있게 690억원을 증액 반영했다. 일경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청년 주거·교통비 부담을 덜기 위한 체류지원비 56억원, 청년 대중교통비 환급 지원 조기 시행 예산 218억원 등 청년 응원 프로젝트 예산도 늘었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전세사기 피해자 주택융자 공급 규모를 1800억원 확대해 기존 피해주택 매입 지원(5000호)를 포함한 피해자 대부분이 매입 또는 융자를 통한 지원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수도권 교통 개선을 위해 서울 4·7·9호선과 김포 골드라인에 전동차를 추가로 편성(서울 +8편성, 김포 +5편성)하고, 광역버스도 일일 91회 증차한다.
생산비 증가 등 농어업인 경영부담을 덜기 위해 면세유 인상분(시설농가·어업인 6만8000명)과 농사용 전기료 인상분(양식어민 1만3000호) 일부를 한시지원하기 위해 171억원을 증액했다. 원자재 공급망 불안에 따라 가격 상승이 우려되는 무기질 비료 구입비용 지원에 288억원 한시적으로 지원한다.
감액된 예산 중 예비비가 8000억원 깎이면서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소상공인·자영업자 채무 지원 예산 4300억원, 청년도약계좌 기여금 지원 예산 1300억원도 감액됐다. 기획재정부의 일시 차입금 이자상환 예산도 2500억원 깎였다.
정부가 올해보다 44% 증액한 6조5000억원을 편성했던 ODA 예산도 국회 심의 과정에서 2500억원가량 삭감했다. 사용내역을 공개하지 않아 깜깜이 예산으로 불리는 법무부와 국세청 특수활동비도 일부 감액한 것으로 전해진다.
세수 감소 영향으로 교부금 예산이 5456억원 줄었고, 건강보험 가입자 지원 관련 예산도 2625억원 감액됐다. 국방 분야에서는 공군 차세대 전투기(F-X) 2차 사업 관련 예산 2300억원과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예산 500억원이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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