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아바타 비대위' 체제 정권 심판론에 유리
이재명 사법리스크에 '검사 대 피의자' 구도 부담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을 이끌 비상대책위원장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추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민주당에서는 호재가 될 것이라며 반색하는 모양새다. 그러면서도 한 장관이 총선 프레임을 바꿀 수 있다고 우려하는 기색도 엿보인다.
한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아바타' 이미지가 강한데다 정치 경험이 없는 검찰 출신이라는 점에서 정권심판론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관측이 많다.
반면 일각에서는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이재명 대표 관련 사법리스크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검사 대 피의자' 구도가 형성돼 총선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장관은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실상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참석 전 기자들과 만나 '정치 경험이 없다는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세상 모든 길은 처음에는 길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사람이 같이 가면 길이 되는 것이고, 진짜 위기는 경험이 부족해서라기보다 과도하게 계산하고 몸을 사릴 때 오는 경우가 더 많았다"고 했다. 정치 경험이 전무하지만 비대위원장을 맡아 국민의힘과 함께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한동훈 비대위원장 추대론'이 떠오른 뒤 첫 공개 석상에서 나온 발언이어서 국민의힘이 제안하면 수용할 뜻이 있음을 분명히 한 셈이다.
민주당은 일단 한동훈 비대위 체제는 "용산의 직할부대로 전락하는 것"이라고 깎아내리는 모습이다.
한민수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선장을 잃고 난파선이 된 국민의힘이 비대위원장 인선으로 국민께 또다시 꼴불견을 연출하고 있다"며 "배알도 없이 윤석열 대통령의 아바타를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하려고 하나"고 비판했다.
이어 "대통령이 바지대표를 앉혔다 찍어내도 항변 한마디도 못하더니, 이제는 대통령실의 지령을 받아 한 장관을 추대하겠다니 한심함 그 자체"라며 "한 장관의 비대위원장 등극은 국민의힘이 운명을 다했다는 사망사고나 다름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당 내부에선 '한동훈 비대위 체제'를 내심 반기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윤 대통령과 가까운 한동훈 장관이 국민의힘 얼굴로 내년 총선을 지휘하면 '윤석열 정권 심판론'이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핀단에서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지난 18일 라디오 '정치쇼'에 출연해 "국민의힘의 현재 문제는 수직적 당정 관계, '용산 출장소 아니냐' 이런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 국정 지지도와 한 장관의 비호감도가 거의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표의 확장성 면에서, 윤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대다수 국민을 어떻게 엎을(설득할) 거냐에 대한 고민을 하는데 한동훈 장관이다? 저희는 땡큐"라고 환영했다.
정청래 최고위원도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정권의 심판이냐, 아니냐의 관점에서 진검승부를 펼칠 요량이면 한동훈 비대위를 띄우는 것도 괜찮아 보인다. 저는 개인적으로 환영한다"고 반겼다.
박찬대 최고위원도 "아바타 비대위원장의 등장은 윤석열 정권 심판에 대한 국민의 의지만 더 드높일 것"이라며 "국민의 수준을 얕잡아 봤다간 큰코다칠 날이 머지않았다"고 했다.
다만 민주당 내 사법 리스크가 다시 불붙는 점은 부담이다. 이재명 대표와 한 장관이 '피의자 대 검사' 구도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송영길 전 대표가 구속된 것과 관련 민주당은 탈당한 개인의 문제라며 거리두기에 나선 모습이지만 돈 봉투를 받은 현역 의원이 최대 20명에 달해 파장이 만만찮아서다. 더욱이 총선을 진두지휘해야 하는 이재명 대표는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위증교사 사건도 기소되면서 주 2, 3회 법원에 출석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국민의힘이 검사 한동훈 장관을 얼굴로 내세우며 민주당을 부패 정당으로 몰아세우는 공세를 펼 수 있다"며 "당 대표의 각종 리스크와 방탄 정당 굴레가 덧씌워지면 도덕성을 상실한 내로남불 정당 이미지가 다시 당을 지배해 민심을 얻기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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