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거부' 김기현 옹호한 여당 초선 의원들, 재선 '가시밭길'

기사등록 2023/12/17 05:00:00 최종수정 2023/12/17 16:53:29

단체 대화방서 집단행동 한 초선 향한 비판 거세

"공천 불안한 사람들이 명분 없이 깡패처럼 나서"

"공천에 당 생사 달려…집단활동 매몰돼 안타까워"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힘 당표실 앞에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틀 동안 공식 일정 등을 모두 취소하고 총선 불출마나 대표직 사퇴 등 자신의 거취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2023.12.13.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승재 최영서 기자 = 김기현 전 대표에게 희생을 요구한 중진 의원들을 '자살특공대'라고 비판했던 초선 의원들이 역풍을 맞게 됐다. 권력의 홍위병 역할을 자처하면서 이른바 '제2의 나경원 연판장' 사태를 도모한 것인데, 김 대표가 당대표직을 내려놓으면서 결과적으로 실패한 반란 세력이 됐기 때문이다. 당 일각에서는 이들을 내년 총선 '물갈이'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17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여당 내에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진행될 인적 쇄신 대상에 초선 의원들도 포함해야 한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다. 의정 활동 성과보다 공천 눈치 보기에 급급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얼마 전 20명 남짓 되는 초선 의원이 '김기현 사퇴론'을 제기한 서병수·하태경 의원을 겨냥해 '자살 특공대', '퇴출 대상자', '엑스맨' 등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낸 것이 대표적 사례 가운데 하나다.

이들은 국민의힘 의원이 전원이 참여한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에서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글을 올리는 식으로 공세를 펼쳤다고 한다. 사실상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는 최춘식(경기 포천·가평), 김승수(대구 북구을), 태영호(서울 강남갑), 강민국(경남 진주을), 전봉민(부산 수영), 박성민(울산 중구), 윤두현(경북 경산) 의원 등이 포함된다.

앞서 지난 1월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김 전 대표를 당선시키기 위해 나경원 전 의원의 불출마를 촉구하는 연판장을 돌릴 때도 이들이 중심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당시에는 김 전 대표에게 '윤심'이 실렸다고 보고 전체 초선 의원 59명 가운데 48명이 연판장에 참여했다.

이번에는 당 혁신위원회가 제안한 '주류 희생'을 거부하고 사실상 버티기에 들어갔던 김 전 대표를 옹호했다는 점에서 당내 비판 여론이 확산되는 중이다.

특히, 김 전 대표가 대표직 유지와 지역구 출마를 저울질하면서 뜻을 굽히지 않자 윤석열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말이 돌면서 이들의 명분도 더욱 약해진 분위기다. 윤심과 권력 향배를 좇았으나 결과적으로 줄서기에 실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태경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에서 "18명 정도가 김 대표 홍위병 역할을 했는데 조직적으로 동원했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며 "그 시점에는 김 대표가 사퇴든 불출마든 하나는 하려고 마음을 먹고 있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18명을 동원한 것은 동료 의원들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고 정치적 일회용품으로 소모한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초선 의원들이 '물갈이' 대상에 오를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한 당직자는 통화에서 "왜 명분도 없이 갑자기 15명이 깡패처럼 그랬겠나. 딱 하나다. 공천이 불안한 사람들"이라며 "그 사람들은 출발부터 잘못된 사람들이다. 21대 공천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15명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 중진 의원은 "공천을 잘하느냐 못 하느냐에 따라 우리 당이 살아나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결정되는 것"이라며 "현재 당 초선들이 집단활동에 매몰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얼마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참에 용산, 지도부 홍위병으로 분수 모르고 설치던 애들도 정리하라"며 "싹수가 노란 애들은 더 큰 재앙이 오기 전에 정리하라. 그런 애들이 당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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