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소 대신 가까운 마을건강센터 75개소
센터 한켠에선 한글 배우고 라인댄스 수업
[부산=뉴시스]김민지 기자 = "아휴 늙어서 이렇게 민폐만 끼치고…"
"어머니 무슨 말씀이세요, 저희는 어머니 건강 확인하려고 있는 사람들이니까 언제든 들르세요."
마을건강센터를 찾은 용호동 주민 최달연(86)씨는 자신의 혈압을 재는 안미향 간호사에게 미안함을 표했다. 이에 안 간호사는 도리어 더 자주 오시라며 따뜻함을 전했다.
다닥다닥 가정집이 붙어 있는 골목 중턱에 자리한 부산 남구 용호3동 마을건강센터. 지난 14일 오전 10시께 이 센터에서는 센터 방문객을 대상으로 한 건강상담과 한글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마을건강센터는 부산 내에서 발생하는 건강 격차를 극복하고, 보건소가 멀어서 겪는 어르신들의 불편을 없애기 위해 만든 곳이다. 2007년 보건복지부의 시범 사업으로 시작된 이 사업은 부산 전역으로 확대 시행되고 있다.
이곳에는 마을 간호사와 마을건강활동가, 보건소 담당자들이 근무하고 있어 방문하면 언제든 전문적인 건강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두 번째 센터를 방문한다는 주민 최씨는 최근 들어 유독 깜빡깜빡 잊어버리는 일이 잦고, 건강이 안 좋아지는 것 같아 센터를 들르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요즘 아침에 일어나면 밤새 잠은 잤는지 이제 너무 늙어가지고 그것도 기억이 안 나. 그래도 어제 처음 여기 와서 혈압이랑 혈당도 재보고 근데 또 간호사님이 그거는 괜찮다 하니까 조금 마음이 놓이더라고…"라며 미소를 지었다.
센터를 찾은 또 다른 주민은 센터 내 비치된 혈압계에 앉아 자연스레 자신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간호사와의 상담을 기다리고 있었다.
센터 한쪽에 마련된 교육실에서는 한글 수업 중 퍼지는 웃음으로 가득했다. 10여명의 주민들은 한글 단어가 적힌 책을 한 자 한 자 따라 적어가며 수업에 열중했고, 그러면서도 재미난 이야기로 주민들의 귀를 사로잡는 강사와 수시로 눈을 맞췄다.
같은 날 오전 11시께 연제구 거제4동 마을건강센터에서는 라인댄스 수업이 한창이었다. 수업을 듣는 주민들은 중앙에 서 있는 댄스 강사의 동작을 유심히 바라보며 자신의 몸을 움직였다.
이 센터는 총 4층 규모로 이뤄져 기본적인 건강 상담과 함께 운동처방사, 영양사와의 개인 맞춤형 상담, 라인댄스·컵타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되고 있었다.
이 센터의 마을간호사 정귀선(63)씨는 38년의 대학병원 근무를 마치고 센터에서 일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퇴직하고 나서 그냥 쉬는 것보다 주민분들과 만나면서 도움도 드리고 이야기도 나누고 싶어 센터 간호사에 지원하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마을건강센터는 부산 전역에 총 75곳이 있다. 센터는 건강상담과 함께 건강꾸러미 배부, 릴레이 안부 전화, 주민건강공동체 조직 등을 통해 지역 내 건강 돌봄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센터를 통해 조성된 건강소모임은 이달 기준 364개로, 총 10만7500여명의 시민이 이를 통해 건강 관리를 받고 있다.
센터는 향후 주민 대상 건강 프로그램 개발, 권역별 교육, 워크숍 운영 등을 통해 더 많은 주민의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다. 더불어 관계자 전문성 향상을 위한 교육도 시행할 예정이다.
거제4동 마을건강센터 관계자는 "지역 주변을 직접 돌아다니며 센터와 센터 프로그램들을 홍보하고, 내년에는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등 SNS를 활용한 홍보도 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고 밝혔다.
부산시 건강도시사업지원단 관계자는 "센터별 방문객 수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전 센터에서 운영하는 공통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며 "앞으로도 많은 주민들이 센터를 이용하며 건강을 챙겼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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