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2023년 학교폭력 실태 전수조사 결과
317만명 응답했는데 5만9000명이 "피해 입어"
교육부 "인식조사…드라마·정순신 사태 등 영향"
신체폭력 상승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배경"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 내년 1학기 본격 개시
[서울=뉴시스]김정현 기자 =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을 전수조사한 결과,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밝힌 학생 비율이 10년 새 최고치를 보였다. 언어폭력과 사이버폭력은 감소세를 나타냈으나 신체폭력 피해 비중이 높아진 것도 특징이다.
교육부는 전북도교육청을 제외한 16개 시·도교육청 의뢰로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지난 4월10일부터 5월10일까지 4주 동안 실시한 '2023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14일 이같이 발표했다. 전북도교육청은 매년 당국과 별도로 자체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번 조사는 초4부터 고3 학생 384만명 전체를 대상으로 지난해 2학기부터 지난 5월10일까지 온라인을 통해 학교폭력 피해와 가해, 목격 경험 등을 물었다. 참여자는 317만명으로 참여율은 82.6%로 나타났다.
◆피해 응답 5만9000명…응답률 초등학교 3.9% 최고
자신이 학교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한 학생은 5만9000여명이다. 전체 실태조사 참여 학생(317만명) 대비 피해를 당했다고 답한 비율은 1.9%였다. 이는 지난 2013년 1차 조사(2.2%) 이후 10년 새 최고치다.
등교 재개가 이뤄진 지난해 전수조사(1.7%)와 비교해 0.2%포인트(p) 상승했다. 학교급별로는 초등학교가 3.9%로 가장 높고 중학교 1.3%, 고등학교 0.4%였다. 지난해와 견줘 각각 0.1%p, 0.4%p, 0.1%p 증가했다.
피해 응답률이 대폭 상승한 데 대해 교육부 간부는 지난 11일 사전설명에서 "인식도 조사에 가까운 이번 실태조사는 언론보도, 드라마 등을 통해 학교폭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았던 시기에 실시됐다"고 했다.
학교폭력을 소재로 한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가 지난해 12월30일(파트1)과 지난 3월10일(파트2) 각각 공개돼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올해 2월에는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던 정순신 변호사가 자녀의 학교폭력 문제로 사퇴하면서 정국이 소용돌이쳤던 바 있다.
학교폭력 유형별 조사 결과(중복 응답), 언어폭력이 37.1%로 가장 많았다. 이어 신체폭력 17.3%, 집단 따돌림 15.1%, 강요 7.8%, 사이버 폭력 6.9%, 스토킹 5.5%, 성폭력 5.2%, 금품 갈취 5.1% 등 순이었다.
지난해와 견줘 언어폭력은 41.8%에서 4.7%p, 사이버폭력은 9.6%에서 2.7%p 각각 감소했다. 반면 신체폭력은 14.6%에서 2.7%p 상승해 대조를 보였다.
신체폭력 비중은 현재의 조사 방식이 도입된 2013년 1차 11.7%를 시작으로 2019년 8.6%, 2020년 7.9% 등 코로나19 유행 시기 하락했다가 2021년 12.4%, 2022년 14.6%, 올해 17.3%로 역대 최고 수준을 보였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의 영향이라고 보고 있다. 교육부 한 간부는 "대면 수업이 늘어나면서 사이버 폭력의 비중보다 신체폭력이 증가하지 않았는가 하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집단 따돌림(초 14.3%<중 17.0%<고 17.7%)과 사이버폭력(초 5.9%<중 9.2%<고 9.8%) 비중은 상위 학교급으로 높아질수록 상승하는 추세를 보였다. 신체폭력(초 18.2%>중 15.7%>고 12.3%)은 반대 결과였다.
◆"나도 가해자였다" 10년새, "목격했다" 9년새 최고
피해를 알리지 않았다는 학생은 7.6%였다. 지난해 9.2%와 비교해 하락한 것으로 2017년 이후 감소세다. 이유로는 '별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가 28.7%로 1위였고 '이야기해도 소용이 없을 것 같아서'(21.4%), '스스로 해결하려고'(20.0%) 등 순으로 조사됐다. 피해 장소 답변은 학교 안이 68.8%, 학교 밖이 27.3%였다.
가해 경험이 있다고 답한 학생은 3만300명으로 전체 1.0%에 해당한다. 지난해(0.6%)와 견줘 0.4%p 올랐고 2013년 1차 조사(1.1%) 이후 10년 새 가장 높았다. 특히 초등학생의 가해 응답률이 2.2%로 역대 최고치였다. 중학생은 0.6%, 고등학생은 0.08% 수준에 그쳤다.
가해 이유는 '장난이나 특별한 이유 없이'가 34.8%로 가장 많았고 '먼저 괴롭혀서'(25.6%), '오해와 갈등으로'(12.1%), '행동이 마음에 안 들어서'(8.8%) 등이다. 집단적으로 학교폭력을 저질렀다는 답변은 32%였다.
목격 후 '피해자를 위로하고 도와줬다'고 답한 학생이 33.9%로 가장 많았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가 30.7%로 뒤를 이었다. '같이 괴롭혔다'도 1.1%였다.
교육부는 지난 4월 내놓은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과 이를 뒷받침하는 일명 '정순신 방지법' 등을 신학기인 내년 3월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현행 학교폭력 실태조사가 인식을 묻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징계 절차 등 심의로 이어진 학교폭력 실태와 차이가 있다고 보고 있다. 조사가 학기 초에 이뤄지는 점 등 방식을 바꾸는 것도 고심 중이다.
교육부 한 간부는 "학교폭력 심의 건수 등 객관적인 현상과 비교하려면 조사 시기도 변경하는 것도 고려해 봐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dobagi@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