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이 요구한 대표 사퇴 수용 못해 타협책 전무
준연동형제 수용으로는 이 전 대표 만족 못 시켜
"이낙연 설득할 방도 없으니 관망하는 것 아닌가"
[서울=뉴시스]강주희 기자 = 이낙연 전 대표가 내년 1월 신당 창당까지 시사했음에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이 대표의 침묵은 신당을 창당하려는 이낙연 전 대표를 설득할 카드가 없어서다. 이 전 대표가 요구하는 대표직 사퇴와 일부에서 요구하는 불출마 등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이 대표의 입장이다. 이 전 대표가 이 대표에 줄 수 있는 타협책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수용 정도 뿐이다. 하지만 이 전 대표는 당의 비민주적 시스템 타파와 공정한 공천 등을 위해 이 대표의 사퇴가 필수적이란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이 전 대표와 이 대표 간 회동도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최근 이 전 대표와 만날 뜻을 밝혔지만 공식 제안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지난 6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의 단합과 소통은 매우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누구나 열어놓고 소통하고 대화하고 협의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너진 민주주의를 살리고 민생을 회복하려면 가용 가능한 모든 자원을 동원해야 한다. 배제의 정치가 아닌 통합과 단결의 정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당의 화합을 위해 자신의 정치적 라이벌인 이 전 대표를 직접 만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하지만 이 전 대표가 이를 거부하면서 회동 가능성은 일단 불투명해졌다. 이 전 대표는 지난 7일 YTN에 출연해 "민주당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고 의지가 확인된다면 오늘이라도 만나겠지만, 지난번처럼 사진 한장 찍고 단합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당내에선 두 사람의 만남이 성사되더라도 이 대표가 제시할 카드가 많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 전 대표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강성 지지층과의 결별, 위성정당 포기를 전제로 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 등을 이 대표에게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중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 요구는 타협의 여지가 있으나 이 전 대표를 만족 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성정당 포기를 전제로 하는 준연동형제 유지가 시대 요구에 맞다는 이 전 대표의 주장에 공감을 하면서도 선거제 문제를 두고 여당과 각을 세우는 현실 또한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가 민주당의 도덕성 회복 등을 이유로 이 대표의 대표직 사퇴, 내년 총선 불출마 등을 요구할 경우 명낙회동이 '빈손 회동'에 그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 재선 의원은 "내년 총선을 이끌어야 할 이 대표로선 사퇴는 절대 수용할 수 없는 요구고, 이 전 대표 역시 선거대책위원장 등 자리를 받아도 거부할 것"이라며 "상황을 뒤집을 방도가 없으니 이 대표가 관망 모드로 전환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이 가시화되자 친명계는 '견제 모드'로 전환하며 이낙연 때리기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김민석 의원은 이날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전두환·노태우 시절의 민주한국당 이후 안철수·손학규로 이어졌던 일종의 정통 여당과 다른 사쿠라 노선"라고 비판했다.
오기형 의원은 "민주당의 대표를 지낸 분으로서 당을 강화하고 확장하기 위해 조용히 도와줘야 할 것으로 기대하는데 오히려 당의 분열과 갈등의 과정의 축으로 나서는 것 아닌가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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