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본회의 전 김진표 의장실 앞 복도 연좌농성
탄핵안 보고 후에도 여야 의사진행발언으로 공방 빚어
법사위 회부 제안 및 표결했지만 모두 부결…1일 처리예상
이종석 헌재소장 임명안도 처리…헌재공백 장기화 의식한 듯
[서울=뉴시스] 임종명 홍세희 강주희 이종희 최영서 신귀혜 기자 = 여야가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 손준성·이정섭 검사 탄핵소추안 보고를 두고 공방을 지속했다. 이종석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과 국군부대의 남수단·레바논·UAE·소말리아 아덴만 해역 등에 대한 파견연장 동의안, 중국의 북한이탈주민 강제북송 중단 촉구 결의안 등은 여야 합의로 처리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본회의 시작 전인 오후 1시30분부터 김진표 국회의장실 앞에서 연좌농성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이 탄핵소추안 처리를 진행하는데 있어 의장이 중립을 지켜야 하는 의무를 저버렸다는 취지에서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의장실 앞 복도에 4열 종대로 앉아 준비한 손팻말을 든 채 "중립의무 망각하는 국회의장 각성하라" "편파적인 국회운영 국회의장 사퇴하라" "탄핵중독 의회폭거 민주당은 각성하라" "민생외면 탄핵남박 국민들은 분노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김 의장이 의장실에 갇히는 바람에 본회의는 당초 예정했던 2시보다 약 30분 늦게 시작했다.
본회의에서는 민주당의 이달초 철회했다가 재발의한 이동관 방통위원장 탄핵소추안과 '고발사주'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와 자녀 위장전입 의혹 등이 있는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 직무대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보고됐다.
정명호 국회 의사국장은 "김용민 의원 등 168인으로부터 검사 손준성 탄핵소추안, 검사 이정섭 탄핵소추안이 각각 발의됐다"며 "고민정 의원 등 168인으로부터 방송통신위원장 이동관 탄핵소추안이 발의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탄핵소추안이 보고되자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서로의 논리에 반박했다.
이양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탄핵안 발의도 문제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다"며 "민주당은 방송장악을 이유로 이동관 위원장을 탄핵하려고 하지만 이 위원장은 취임 후 석 달여간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이 탄핵안을 발의한 이정섭 검사는 이재명 대표의 대북송금 사건을 수사 지휘한 검사"라며 "이 때문에 민주당이 수사 방해 또는 보복의 수단으로 검사를 탄핵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탄핵이 공영방송 기득권 유지와 총선용 정쟁 수단으로 활용돼서는 결코 안 된다"며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탄핵 남발과 국회의장의 의회정신 훼손 행위에 대해 국민들과 함께 강력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진표 의장을 향해서도 "민주당은 168석의 거대 의석을 내세워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며 "하지만 여야를 중재해야 할 국회의장은 정치적 중립 의무를 저버리고 일방적으로 야당 편만 들고 있다"고 했다.
반면 여당에서 탄핵 '남발'이라는 표현이 나오자 회의장 내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뭐가 남발한다는 것이냐"는 육성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박주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동관 위원장은 방통위를 합의제 기구로 둔 설립취지와 방송법을 어겼으며 헌법에서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고, 방송 편성의 규제와 간섭을 금지한 방송법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위장전입 등 의혹을 받은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 직무대리에 대해선 "검사 신분을 이용해서 일반인에 대한 수배여부나 범죄기록을 조회했고 처가 골프장을 통해 검사들에게 특혜를 제공하고, 코로나19로 인해 5인 미만 집합금지로 문을 닫은 스키장을 전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 임원으로 숙소나 식사비 등을 제공받았고, 심지어 처남의 마약 수사까지 무마했다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이 의혹이 근거이기 때문에 최근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 발부됐고 진행됐다. 아무런 근거 없이 탄핵 절차가 이뤄졌다는 것은 지나친 말씀"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오히려 검사라는 이유로 위법행위를 저지르고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고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는 그런 국가는 오히려 비정상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조차 대변해주기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박 원내수석부대표 발언 중 "언론장악하려고 그러는 것 아닌가" 등 항의성 발언을 쏟아내 긴장이 고조됐다.
국민의힘에서는 이날 보고된 탄핵소추안 3건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회부하는 안건을 제안했다. 법사위로 회부해 여야가 탄핵안에 대해 숙의를 거친 뒤 처리여부를 결정해야한다는 취지였으나 결국 모두 부결됐다.
국회법상 탄핵소추안은 본회의에 보고된 지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무기명으로 표결하지 않으면 자동 폐기된다. 탄핵소추안은 재적의원 과반(150명)이 찬성하면 가결되고, 탄핵대상의 직무는 헌법재판소의 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약 6개월 정지된다.
이와 함께 여야는 이종석 헌재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처리했다. 재적 291명 중 찬성 204명, 반대 61명, 기권 26표로 가결됐다.
인청특위는 이 후보자에 대해 "헌법 전문가로 법 원칙에 충실한 원칙주의자”라며 “각종 사회 현안과 관련해 국민의 기본권 보장과 사회적 약자 및 소수 보호에 대한 신념과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야당은 이 후보자의 위장전입, 윤 대통령 보은 인사 등을 문제 삼아 부적격 의견을 냈다.
야당이 부적격 의견에도 이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표결 처리한 것은 유남석 전 헌재소장이 지난 10일 퇴임한 이후 헌재소장 공백 사태가 이어져 온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이어 ▲국군부대의 '국제연합 남수단 임무단(UNMISS)' 파견연장 동의안 ▲국군부대의 '국제연합 레바논 평화유지군(UNFIL)' 파견 연장 동의안 ▲국군부대의 아랍에미리트(UAE)군 교육훈련 지원 등에 관한 파견연장 동의안 ▲국군부대의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 파견연장 동의안 등을 처리했다.
이와 함께 ▲느린학습자(경계선 지능인) 교육지원 종합대책 마련을 위한 촉구 결의안 ▲중국의 북한이탈주민 강제북송 중단 촉구 결의안(대안)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사건에 대한 일본 정부의 진상규명 및 사죄 촉구 결의안 ▲인구위기 특위·기후위기 특위·첨단전략산업 특위 등의 활동기간 연장건 등을 통과시켰다.
국민의힘은 본회의 중 집단 퇴장 없이 모든 안건 처리에 참여한 뒤 산회와 동시에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국회의장 사퇴촉구 및 의회폭거 규탄대회'를 열고 민주당의 탄핵소추안 처리 강행, 김진표 국회의장의 탄핵소추안 상정 등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이날 국회 본청 로텐더홀 등에서 철야 농성을 이어가며 항의의 뜻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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