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작품 비평, 명예훼손 평가 신중해야"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30일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제작한 조각가 김운성·김서경 씨 부부가 이우연 낙성대경제연구소 박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상고를 기각했다.
또 대전시의회 의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는 명예훼손 책임을 인정하고, 위자료 배상을 명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환송했다.
'평화의 소녀상'을 제작한 김씨 부부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의뢰를 받아 2016년 8월 일본 교토 단바 지역에 있는 단바망간기념관에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설치했다. 이후 2019년까지 서울, 부산, 대전, 제주 등에 노동자상이 세워졌다.
다만 이 박사와 대전시의회 의원은 '해당 동상의 모델이 조선인이 아닌 일본 훗카이도토목공사현장에서 학대 당한 일본인'이라는 취지로 발언했다. 김씨 부부는 해당 주장이 허위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 판결은 엇갈렸다. 이 박사에 대해서는 "피고의 발언은 원고들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에 해당한다"며 김씨 부부에게 500만원씩 총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반면 대전시의회 의원에 대해서는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2심에서는 이 박사에게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 취지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의 발언은 사실 적시가 아닌 의견 표명인 만큼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반면 대전시의회 의원은 2심에서 위자료 각 200만원을 지급하라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의 이 사건 발언들은 원고들을 그 피해자로 특정할 수 있는 단정적이고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이자 그 내용이 사실과 다른 허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예술작품이 어떠한 형상을 추구하고 어떻게 보이는지는 그 작품이 외부에 공개되는 순간부터 감상자의 주관적인 평가의 영역"이라며 "비평 자체로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에 해당해 타인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등 별도의 불법행위를 구성하는 정도에 이르지 않는다면 섣불리 명예훼손의 성립요건을 충족한다고 평가하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사실의 적시가 아닌 의견의 표명이나 구체적인 정황을 제시한 의혹의 제기에 불과하다고 볼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예술작품에 대한 개인적·심미적 취향의 표현이나 특정 대상과 비교하는 등의 비평은 그 자체로 인신공격 등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명예훼손 행위로 평가하는 것에 신중할 필요가 있음을 명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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