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역대급 엔저에 비상…"내년에 더 힘들다"

기사등록 2023/11/21 14:12:36 최종수정 2023/11/21 14:47:30

상반기 수입산 철강재 급등…열연·냉연 등 수입량 증가

저가 철강재 공급에 주요 철강사 실적 일제히 '하락세'

전후방 산업 협력안 마련 및 덤핑 철강재 대비책 필요

[서울=뉴시스]동국제강이 생산한 코일철근의 모습.(사진=동국제강 제공)

[서울=뉴시스] 김동현 기자 = 일본 엔화 가치가 33년 만에 최저치로 하락하면서 국내 철강업계의 근심도 커지고 있다. 일본산 철강제품이 저렴한 가격 대비 높은 품질을 갖는 만큼 국내에 일본산 수입량이 증가할수록 국내 철강업계의 실적을 하락할 수 있다.

업계에선 건설 경기 둔화, 원자재값 상승 등의 여파로 국내 시장의 어려움이 내년에도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본다.

21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우리나라가 수입한 철강재는 830만톤으로 전년동기대비 10% 이상 증가했다. 국가별로는 중국과 일본에서의 철강재 수입이 각각 37%, 8% 늘었다.

판재류 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6% 증가한 488만톤이 수입됐고, 봉형강류는 193만톤으로 전년대비 4.9% 증가했다. 석도, 봉강, 아연도, 열연, 냉연, 중후판, 선재 등 대부분의 제품군에서 수입량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철강제품은 품질이 우수하면서도 엔저로 가격까지 크게 떨어져 철강재를 많이 취급하는 업체들의 취급량이 점점 증가세를 띠고 있다. 수입 철강재 증가는 국내 시장 상황을 더 악화시킬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열연 강판은 올 상반기 1톤당 100만원 수준에 거래됐지만 최근엔 90만원대로 가격이 내려갔다. 철근은 올 초 1톤당 100만원 수준에서 거래됐지만 수입산 제품 80만원 중후반까지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업체들은 제품을 팔아도 남는 게 없다고 토로한다. 제품을 생산하는 비용은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데 완재품 시장에서는 중국·일본산 저가 제품과 가격 경쟁을 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저가 철강재 공급에 주요 철강사 실적 일제히 하락
주요 철강사들은 올 3분기에도 실적 하락이 뚜렷하다.

포스코 홀딩스는 올 3분기 전년동기대비 33.3% 증가한 1조1960억원 영업이익을 올렸는데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로 큰 폭의 실적 하락을 보인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영업이익이 더 악화됐다는 분석이다.

현대제철도 3분기 실적 하락세가 완연했다. 현대제철은 글로벌 철강시황 둔화로 인한 판매량 감소와 제품가격 하락으로 손익이 감소하며 올 3분기 전년대비 38.8% 감소한 영업이익 2284억원을 달성했다.

주요 철강사들은  엔저 현상을 등에 업은 일본 철강업계의 물량 공세가 올 연말은 물론 내년에도 더 심화될 수 있고, 중국도 이에 대응하기 위해 가격을 낮춘 철근을 앞세워 국내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업계 관계자는 "위완화와 엔화가 계속 약세를 보이고 있어 내년에도 중국산과 일본산 철강재 수입량이 더 늘어날 수 있다"며 "위기 극복을 위해 전후방 산업에서 협력 방안을 마련하고, 외국산 덤핑 철강재에 대한 대비책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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